한국을 살아가는 30대 후반의 여성으로서 사회적 관계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수식어로 명명되고 분류되는 조영주는 자신을 전면에 내세워 한 여성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장기간 파리/베를린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30대 후반의 여성, 유럽에서의 동양여자, 폐경기를 앞둔 기혼여성, 그리고 페미니즘 아티스트. 조영주라는 한 여성 아티스트는 사회적 관계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수식어로 명명되고 분류되어 호명된다. 양지윤 코너아트스페이스 디렉터는 이번 전시 《가볍게 우울한 에피소드》가 여성 아티스트라는 직업에 관한 영역 설정에서 확장되어, 한국 30대 여성의 위치에 대한 예술적 비평을 담는다고 소개한다.

조영주, 〈아름다운 인연〉, 2013, 스피커, 빨간 치마, 47x60x25cm ©조영주

결혼정보회사 직원과의 상담내용을 녹음한 사운드 설치 작업 〈아름다운 인연〉은 나이와 키, 몸무게, 연봉 등의 숫자를 통해 한 사람을 분류하는 한국사회의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우울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윈도우 갤러리 공간에서는 작가가 만난 인연과의 사적 경험을 표현한 작품으로 노란 카펫이 깔린 인공 암벽장 〈진실된 이야기1〉이 설치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그 동안 상담받았던 정신치료전문가의 글과 함께 드로잉 작품들도 전시된다.

조영주의 작업은 한 여성이 전근대적 가부장제가 자본주의와 결합한 한국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되짚고 있다. 근대 이후 세계를 지배한 것은 서구의 남성이었다면, 포스트 모더니즘 이후 마사 로즐러, 셰리 레빈, 바바라 크루거, 신디 셔먼 등 일군의 여성작가들의 등장과 함께 여성의 ‘눈(시선)’으로 근대의 남성중심주의적 재현의 체제를 동요시켰다. 이러한 흐름 안에서 조영주의 작업은 아시아 여성의 관점에서 서구 모더니티를 바라보며, 한국 가부장제의 전통에 대한 페미니즘적 비판의 시각을 다룬다. 한국여성의 위치를 조영주라는 한 개인의 삶을 통해, 전통적 예술작품의 구조를 해체하며 작품 안에서 서구 모더니티가 한국에서 변형된 현상을 개념적 텍스트로 환원시킨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