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am Lee, When, Objects, Turn, 2023 film (still), 9 min 2 sec © Aram Lee

다음 글은 암스테르담의 Framer Framed가 파트너로 참여한 4개년(2021–2025) 연구 프로그램 ‘Pressing Matter: Ownership, Value and the Question of Colonial Heritage in Museums’에서 비롯되었다.

‘Pressing Matter’는 네덜란드에 소장된 식민지 컬렉션의 미래를 다루는 연구로, 5개의 학술기관과 5개의 박물관 소속 연구자들, 그리고 국내외 협력기관 네트워크가 함께 참여한다. 이 연구는 ‘식민지 오브제’가 식민주의의 과거와 그 이후의 여파를 사회적으로 화해하는 데 어떤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는지 살핀다. 또한 기존의 문화유산 반환 방식에 대응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가치와 소유권에 관한 새로운 이론적 모델과 새로운 반환의 형식을 개발하고 실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동시에 식민지 오브제가 수집되고, 보관되고, 의미를 부여받아 온 복잡하게 얽힌 다극적 역사에 기반하여 ‘오브제의 잠재성’에 관한 이론을 구축하고자 한다.1


방문객 30451:
우리는 지금 소멸해가는 존재들의 낯선 웅얼거림과 소음으로 가득 찬 이 공간에 함께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각자의 인식론을 되돌아보며, 어떻게 제도적 환경과 대면하고 세계에 질문을 던질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하고자 한다. 서로 단절된 우리의 신경보다 조금 더 섬세한 어떤 차원을 펼쳐낼 수 있기를 바란다.

RV-360-7049:
이 펼쳐짐은 우리가 타인의 온도와 습도, 그리고 기억의 풍경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서 시작해야 한다. 내 마음과 당신의 마음이 다르지 않고, ‘우리’의 마음과 ‘그들’의 마음을 구분할 수 없는 장소가 있다면, 나는 그곳에서 어떤 공명을 경험할 수 있을까?


나는 서구 문화의 번영에 기여하기 위해 이 컬렉션으로 옮겨졌다. 1894년까지 이곳은 공동묘지였다. 기관은 자각하지 못한 채 이 땅이 지니고 있던 죽음의 정체성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포장되고 라벨이 붙은 진기한 물건으로서 우리는 우리를 붙잡아 온 땅에 영감을 불어넣기 위해 이곳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우리는 감각적인 뮤즈 이상의 존재가 아니었다. 수집된 몸은 박물관의 카탈로그보다 두껍지 않은 평면으로 납작하게 눌렸고, 사람과 풍경의 연약한 얼굴은 수탈의 광대한 폐허 속에서 무감각한 상태로 압착되었다. 이곳은 다른 생명을 위한 장소이자, 원치 않는 존재들을 위한 장소다.

꿈속에서처럼, 한 사람이 나를 두 손으로 들고 나의 마른 몸을 서로 비비며 소리를 내곤 했다. 갈색 박으로 된 내 배의 끝에는 그 사람이 아끼던 죽은 앵무새의 목에서 뽑아낸 깃털이 붙어 있다. 내가 온 것과 같은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는 박이 널리 재배된다. 더운 기후에서 물을 담아 시원하게 보관하는 특별한 기능 때문이다. 초록색 깃털 열세 개가 막대를 휘게 하는 듯 매달려 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깃털은 흔들렸다. 깃털은 기억의 도구로 기능한다. 공동의 기억, 땅, 생태계, 자연의 상태가 새겨지고 기록되었다. 길고 나무로 된 막대의 아래쪽은 빈 박을 뚫고 들어가, 그가 나를 손에 쥘 수 있을 만큼만 박혀 있다. 열세 개의 깃털이 흔들리는 동안, 나는 내 안쪽을 두드리는 자갈 소리로 말한다. 이 모든 열기와 습도는 나의 몸에 비례화되어 새겨져 있다.

우리의 몸은 땅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물질성은 오직 특정한 서식지 안에서만 수행되어 왔다. 손댈 수 없는 존재는 마지막으로 그것을 사용했던 사람들의 지문 질감을 품고 있다. 우리는 천억이 넘는 살아 있는 군집들을 펼쳐놓고 작동시킴으로써 사회적 신념 체계를 모의할 수 있다.


1. 이 프로젝트는 Vrije Universiteit Amsterdam과 National Museum of World Cultures가 시작했다. 연구 프로그램과 파트너, 레지던트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https://pressingmatter.nl/ 참조.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