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표, 〈무한주〉, 2014, 혼합 매체, 가변크기 © 홍정표

홍정표의 〈무한주 Infinite Pillar〉(2014)는 브랑쿠지(Constantin Brancusi)의 〈무한주 Endless Column〉(1937~38)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처럼 보인다.그의 작품 제목과 전시 공간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수열적인 기둥의 모양이 브랑쿠지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드러낸다.

홍정표는 《북스테이지》 쇼윈도에 마련된 전시 공간 《stage3x3》의 물리적 한계를 탐구하기 위해 브랑쿠지의 방법론을 적극 참조했다. 30미터에 달하는 브랑쿠지의 〈무한주〉는 변형된 마름모꼴 기본단위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구조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반복적인 구조가 무한한 공간으로 확장되는 극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브랑쿠지는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조각의 구성적 배치와 조각을 둘러싼 환경적 요소를 지각 방식과 연관 지어 매우 긴밀하게 탐색했다.

반면 홍정표는 내부로 들어설 수 없는 1평 남짓의 비좁은 공간에서 무한함에 대한 지각을 상상한다. 무한한 공간에서 끝없이 확장되는 조각의 구조를 살폈던 브랑쿠지와 달리, 그는 제한된 물리적 공간 속에 잠재되어 있는 확장 가능한 지각의 메커니즘을 살핀다.

예컨대, 홍정표는 공간의 천장과 바닥에 높은 반사율을 보이는 슈퍼 미러(super mirror, 스텐 거울)를 설치해 공간을 수직적으로 확장시켜 놓았다. 정면의 유리를 제외한 나머지 세 개의 벽면에서는 공간의 모서리로부터 시작된 수평과 수직의 선들이 끊임없이 교차하면서 공간의 경계를 흐려 놓는다. 그 공간을 수직적으로 가로질러 브랑쿠지의 〈무한주〉를 닮은 한 개의 기둥이 서 있다. 이러한 일련의 장치들은 모두 1평의 공간에 잠재되어 있는 시각적 무한성을 실현시키기 위해 작동한다.

스텔라(Frank Stella)가 캔버스 모서리를 따라 반복되는 선을 그려 넣어 캔버스 바깥 공간으로의 확장을 꾀했듯이, 브랑쿠지가 반복되는 수열의 기하학적 패턴을 통해 무한의 공간으로 사라져 가는 시각적 잔상을 연출했듯이 말이다. 홍정표는 현실의 물리적 한계를 지닌 《stage3x3》 공간 속에 매우 물질적인 흰 색 석고 기둥을 세우고, 이내 그것을 거울과 무수한 선들이 이끈 환영적인 공간 속으로 해방시킨다. 따라서 홍정표의 〈무한주〉는 현실 너머에 잠재되어 있는 공간에 대한 기념비이며, 끝없는 공간에 대한 경의의 표상으로 보인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