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ehun Park, Omnishambles, 2023, 3D simulation video on LED display, 61x61x2cm, 2min 44sec. © Jaehun Park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박재훈은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하는 일이 있다.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세워 둔 임시방편의 조각물들을 사진으로 수집하는 일이다.

이는 주로 낡은 플라스틱 상자이거나 콘크리트 더미 혹은 채워놓은 흙에 파이프를 꽂아 타인이 주차하지 못하게 막는 일종의 영역표시 행위의 산물이다. 인간이 대량 생산한 사물의 탄생과 보존, 사용, 폐기 과정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인류가 만든 현 사회의 시스템과 그 시스템에 종속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또 다른 운명 사이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내재적 부조리함에 주목해 왔다.

회화 전공자이지만 학부 시절에는 사진관에서 사진사로 일했고, 졸업 후에는 기성품과 산업 재료들을 활용해 설치와 조각을 주된 매체로 작업하며 인테리어 디자인 일을 해온 그는 일찍이 익숙한 감각에서 벗어나 보는 방식을 터득했을 거다. 정지돼 있고, 시간성이 결여된 회화 언어가 재현하는 형상이 강도 높은 기호적 작용을 한다는 특성을 간파한 그는 복잡한 현시대를 다루기 위해 3D 시뮬레이션 비디오 작업으로 시야를 확장했다.

시뮬레이션은 과학과 영화계에서 재난 상황과 미래에 일어날 법한 현상을 물리적 상수와 데이터로 시각화하는 디지털적 재현방식이다. 작가는 지옥 같은 재난과 천국 같은 환희가 동시에 발생하는 오늘날의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실시간 연옥의 모습을 재현하는 도구로 시뮬레이션이라는 언어를 꺼내 들었다.

박재훈의 시계는 과거와 현재, 미래 모두를 향한다. 미술사에서 포획한 다양한 도상을 비롯해 이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범세계적인 힘과 보이지 않는 움직임, 욕심으로 점철된 이데올로기 등에서 비롯된 일련의 사건과 현상을 폭넓게 바라본다. 사물의 3D 데이터를 직접 만들고, 게임 개발자들이 만들어 놓은 기성 데이터를 모은 후 이를 가공, 분해, 재조합해 디지털 공간에 배치하는 그는 포인트 클라우드(point cloud)와 사진측량기술인 포토그래메트리(photogrammetry)를 활용해 번역을 시도한다.

관람자에게 매개하는 작업의 최종 결과물이 저마다의 독특한 프레임을 두르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직사각형 파노라마 스크린, 정사각형 스크린, 원형 스크린 등은 인간이 보편적으로 지니는 보는 방식에 대한 사유를 촉구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욕망이 반영된 관음증적 시선과 일각만을 응시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지각 프레임을 말이다.

지난 6년 동안 세계를 디지털 가상세계로 이주시키는 시뮬레이션과 가상화 작업을 했다면 앞으로는 가상세계에서 구축된 사물과 공간을 실제 세계로 번역하는 물질화 작업을 하고 싶다는 그는 게임, 영화, 건축 산업의 기술에 의해 실재 사물이 디지털 세계로 3D 스캐닝 되어 가상 공간으로 번역되어 들어오는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결함(glitch)이 만들어내는 디지털 물성을 젊은 세대들이 게임과 틱톡 스트리밍 문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현상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시뮬레이션이라는 언어를 통해 그가 제시하는 초현실적 이미지들은 자본주의의 피상이 아닌 그것이 깃든 단면과 작은 편린들까지도 농축해내는 그릇이다. 이는 수학적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시뮬레이션이 엄격하게 짜인 논리에 의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불안정한 이 시대를 재현해낼 수 있는 도구이자 그것을 다루는 조물주이자 착취자의 그림자일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그는 “프로그램을 작품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도구화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나아가야만 한다”라고 피력한다. 프로그램의 숙련과 도구화 과정 외에 방대한 기술적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정보를 리서치하고, 오픈 소스 커뮤니티에서 소통과 공유하는 태도까지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노력은 미시적인 사건과 이야기를 반영하는 예술이 거시적인 관점으로 볼 때, 세상을 바꾸는 가장 깊은 힘을 내재하고 있다는 믿음에서 기인하는 세상을 향한 발언이자 기록으로서의 실천인 것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