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Speculative Matters》 ©G.MAP

G.MAP 뉴미디어아트특화전은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를 통해 다중 감각의 통합, 새로운 매체의 실험 등의 관람객에게 동시대적 예술 시각을 소개하는 전시다. 올해는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탐구하며, 현대 기술환경에 대한 감각과 경험, 데이터와 물질의 상호작용, 기술적 오류의 창의적 활용 등을 주제로 Art&Technology 분야에서 활발히 작업하고 있는 양숙현 작가(1982~)를 조명한다.

《사변적 물질들》에서는 3D스캐닝, VR모델링, 생성형 인공지능 등을 기반으로 하는 9가지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의 기술적 환경 속에서 물질성과 현실을 탐구하며, 가상과 현실, 인간과 비인간, 우연성과 규칙성 사이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시각적 모델을 관람객들에게 제시하고자 한다.

전시명인 ‘사변적 물질들’은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 세계와 사물의 독립적 실재를 탐구하는 흐름을 지닌 철학적 사조 ‘사변적 실재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인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물질성에 주목하여 인간 또한 생태계의 일부이자, ‘물질’이라는 인식에서 비롯하여, 비인간존재, 인공지능 등의 인간 외부 대상을 전과는 다른 관점, 즉 사변적 관점으로 이해하려 한다. 이로 인해 물질은 단순히 정적인 실체가 아니라 필연적 우연성과 변형 가능성을 통해 스스로 진화하고 생성하는 동적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더 나아가 작가는 ‘사변적 물질’의 개념을 지속적으로 탐구하며, 물질과 객체, 인간과 기술이 어떻게 교차하고 변화하며 서로를 형성하는지 예술적 실천으로 표현한다. 또한 기술을 단순한 도구적 수단으로 제한하지 않고, 인간과 자연, 그리고 우주의 조화를 이루는 매개체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코스모테크닉스’ 관점을 실천적이고 감각적인 차원에서 구현하며, 예술이 단순한 미적 표현에 머물지 않고, 철학적 사유와 기술적 상상력을 결합하여 다양한 존재론적 가능성을 제안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서양 중심의 기술 발달로부터 터부시되어 온 동양적 철학을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조명한 〈OOX 2.0_지구물질인간존재도를 위한 어플리케이션〉, 인간중심적 시각의 경계 넘어 사물과 비인간적 존재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는 〈로봇생태계의 외래종〉, VR공간을 중력 등의 물리적 세계의 제약을 넘어 생산성을 가진 공간으로 보아, 관련 데이터를 3D프린팅으로 구현하여 발생할 수 있는 오류의 가능성을 조명하는 〈감각_결정화〉 작품을 통해 물질과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물질의 층위를 발견할 수 있다.

불완전한 데이터를 통해 일련의 세계를 구성하여 존재하지 않는 인식의 논리를 찾고자 하는 〈사변의 숲에서〉, 시각적 불완전적 요소를 통해 인간의 시각적 편향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OOX에서 온〉 등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인과성과 개연성을 초월한 우연성의 개념은 이번 전시의 주요한 사유를 반영한다. 우연히 생성된 데이터와 기술적 과정에서 발생한 글리치, 비결정적 요소들을 통해 물질이 재구성되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 과정에서 생성되는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은 물질성을 새롭게 경험하게 하며, 우리가 정의해 온 세계의 틀을 흔든다.

《사변적 물질들》은 기술과 물질, 그리고 인간 존재의 경계를 넘어서는 여정이다. 이 전시를 통해 기술이 열어가는 다층적 현실과 물질성의 가능성을 다양한 감각을 통해 경험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또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는 데에서 나아가 다가올 미래를 다각적으로 상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