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전경 © 스페이스 윌링 앤 딜링

스페이스 윌링 앤 딜링에서는 디지털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을 통해 이미지를 표현하는 추미림 작가의 신작들로 구성된 개인전 ‘POI(Point of Interest)’를 개최한다. 작가는 정보가 넘쳐나는 이 시대 속에서 자신과 가장 가까운 풍경의 최소단위부터 이해하기 위한 표현의 도구로서 픽셀을 사용한다.

전시제목인 ‘POI(Point of Interest, 관심시점)는 웹 프로그램 Google Earth를 통해 제공되는 전자지도 위에서의 특정 건물 또는 상점 등의 위치 정보를 뜻한다. 본 전시에서는 작가가 그동안 거주했던 도시들인 서울, 분당, 파리, 베르사유를 POI로 설정한다. 이 장소들을 낯선 시점(사람이 볼 수 없는 시점인 인공위성의 눈)에 두고 다시 픽셀화 과정을 거쳐 평면 및 설치 작업으로 제작하였다. 컴퓨터 이미지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픽셀’의 사전적 의미를 넘어, 이를 매개로 한 실제 경험했던 기억이 혼재하는 새로운 지도를 구현하고자 한다.

삭막하게 보이는 도시 풍경은 작가에게는 가장 익숙하며 편안함을 제공하는 이미지이다. 작가는 위성의 시점을 통해 보여지는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도시 풍경, 낯설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재현함으로써 오늘날을 살아가는 이들과의 도시적 감수성을 공유하고자 한다. 더 이상 아날로그 방식으로서의 기억과 추억을 수집하는 행위가 아닌 디지털 파일로 저장되고 공유되는 방식으로의 현대의 기록 방식을 드러낸다. 이는 작가에게 있어서 기억으로의 새로운 접속에 대한 시도이다.

추미림, 〈양평동〉, 2014, 종이 판넬 위에 종이를 겹겹이 쌓아 만든 종이블럭, 목공용 풀, 아크릴, 펜, 50x50cm © 추미림

작가는 본인이 거주하였던 도시들을 추억하는 동시에 디지털을 통하여 느껴지는 감수성과 향수(디지털 노스텔지어)를 표현하기 위해 종이를 겹쳐서 각 도시를 재현한다. 디지털 매체가 갖고 있는 차가운 감성을 중화시키기 위한 재료로서의 종이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성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작가가 거주했던 다양한 도시는 각각 다른 색채를 통해 그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해당 도시의 전체적인 지형물에서 보여지는 구조적 특징들(예를 들어 파리의 방사형 구조, 베르사이유의 기하학적구조, 분당의 반복적인 건물 배치 등)은 인공위성의 시점에서도 구분되는 세밀한 문화적 차이를 관찰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각 도시에 대한 작가의 기억은 종이로 만들어진 도시 위에 마치 동선처럼 보이는 다양한 드로잉으로 표현되며, 이렇게 재현된 도시들은 각 도시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인 인상과 추억을 담고 있다. 자유로운 선의 움직임은 평면 위의 픽셀화 된 구조물들과 균형을 이룬다.

펠트 및 부직포를 이용하여 제작되는 벽면 설치 작업은 작가 본인이 거주했던 모든 도시를 합해 하나의 풍경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작가가 50X50cm의 평면 위에 만들어낸 도시들은 합쳐지고 확대되어 오브제적 설치물로 변형된다. 이는 다양한 매체와 표현 방법을 통하여 거대한 구조 속에 거주하고 있는 인간의 시점이 지속적으로 교체되는 체험을 유도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