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 ThisWeekendRoom

디스위켄드룸은 2024년 4월 12일부터 5월 18일까지 추미림, 홍승혜 2인전 《파트너스 데스크》를 개최한다. ‘Partners Desk’는 보통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앉는 대면용 책상을 말한다. 전시의 제목은 두 작가가 책상의 양 끝에 앉아 서로의 관심사를 살피고 둘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사성과 개별성을 주어진 공간의 중심으로 끌어내어 하나의 일시적인 결합 혹은 접합을 이루는 장면을 은유한다. 전시는 두 작가의 공통된 관심사와 유사한 조형 요소적 특징의 배후에서 짚어볼 수 있는 차이점에 보다 집중하고자 한다. 추미림과 홍승혜는 공통적으로 자신이 배경으로 삼는 도시적 환경에서 얻은 조형적 감각과 신체적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 세계를 이어오고 있다. 한편 그들은 각자 다른 시기에 작가로서의 삶에 뛰어들었고, 각자의 방법으로 미시적(micro) 시각과 거시적(macro) 시야를 동시에 겹쳐보며 도시의 구조를 다각적으로 읽어내어 이를 디지털 툴 기반 작업의 기본 모듈로 삼는다. 추미림의 작업이 디지털 환경의 이미지 생산 논리가 현실에 대입되며 시각 예술의 형태를 갖추게 되는 경우라면, 홍승혜의 작업은 회화의 메타적 실험이 컴퓨터 편집 프로그램의 기능과 조건을 바탕으로 개인을 둘러싼 도시의 환경 안팎으로 확장되는 경우로, 각자 상이한 출발점과 방향성을 갖는다.

이러한 이해 위에서 그들의 근작을 살펴보면 그 시야의 단차를 읽을 수 있는데, 홍승혜의 작품에는 외부의 형상을 반사하는 요소, 의도적으로 곳곳에 구멍을 뚫어 그 너머의 형태들이 자유롭게 진입하도록 하는 여백, 놓는 위치나 조합 방식에 따라 완결된 모습이 가변적인 일종의 조립식 논리가 도드라진다. 반면 추미림은 미디어 편집 환경에서의 특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시각 예술의 맥락과 교차시킨다. 여기에는 복사본으로 저장된 디지털 이미지를 불러오기하여 수작업으로 편집을 가하거나, 촘촘하게 그린 펜 드로잉 위에 각기 다른 모양의 마스크(mask) 기능을 적용해 테두리를 잘라내는 방식 등이 포함된다. 동시에 전시에서는 두 행위자가 공통으로 취하고 있는 태도 역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특히 하나의 작품에 사용되었던 이미지 파편을 여러 지지체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되 각 환경에 맞는 역할과 관계를 재설정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의 작품은 한 전시장 안에서 서로를 끌어들이거나 밀어내는 관계 맺기의 방식으로 존재한다. 어떤 마디에서는 한쪽의 조형성이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오고, 다른 마디에서는 반대쪽이 다시 그 순서를 점유하면서 그들만의 박자를 맞춘다.

결국 현재의 장면은 한 시점에 완결된 것으로써 설계되기보다, 모종의 합의와 명확한 결론을 도출하지 않고서도 핑퐁처럼 지속되고 멈추기를 계속했을 둘의 대화 어딘가로부터 점진적으로 세워져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이 전시는 그 대화가 이루어진 하나의 메타포로서의 책상이며, 관객들은 책상위에서 오갔을 무수한 의미의 교환을 각 작품을 통해 상상해볼 수 있다.  

Installation view © ThisWeekendRoom

작가 소개

추미림(b.1982)은 그래픽 디자인 언어의 기본 단위가 되는 픽셀의 형태와 원리에 착안한 드로잉을 시작으로 자신이 살아온 도시 환경의 조감도를 미학적으로 전환하고, 더 나아가 도시 표면에 자신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방식들을 고안해왔다. 이는 점차 디지털 환경에서 배태하는 언어의 일부를 현실의 차원으로 번역하고, 동시에 질량을 갖는 대상들을 여러 정보값으로 변환시키는 쌍방향의 움직임으로 진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홍승혜(b.1959)는 순수미술의 영역에서 추상회화의 언어를 공부하다 보다 가벼운 재료를 접고 잘라 형태를 만드는 방식에 매료되었고, 이후 컴퓨터 편집 프로그램의 기능과 조건을 바탕으로 회화의 메타적 실험을 이어갔다. 그러나 곧 그의 작품은 회화의 영역으로부터 탈주하며 전시장 뿐만 아니라 실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도시의 수많은 장소로 확대었다. 모니터 속 디지털 이미지는 점진적으로 두께와 질량을 갖는 기하학적 실체가 되어 일상과 예술의 지대를 아우른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