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각(b. 1986)은 자연, 기술, 가상, 물리적 환경이 교차하는 복잡계 시스템을 탐구하며, 이로부터 발생하는 다양한 기술-사회-문화적 이슈를 예술의 언어로 풀어낸다. 특히 기술, 사회, 문화의 접점인 인터페이스에 주목하여, 이를 다양한 매체와 첨단 기술을 통해 적극적으로 재해석한다.


조영각, 〈Q&A : Read the room〉, 2024, 로봇암, PC, 내시경 카메라, 펜, 모니터, 목재 손, 딥러닝 프레임워크(Custom LLM), 텍스트 DB, 프레임, 100×60×180cm, 5분 루프, FHD © 조영각

조영각은 인공지능, 데이터 사이언스, 로보틱스 등을 활용하여 불확실한 미래의 시나리오에 현재를 투영한다. 이를 통해 동시대 사회의 복잡계적 상황을 연출하며, 관객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시각을 제시한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기술과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우리의 존재를 재조명하고, 미래 사회의 가능성과 도전을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상상력과 현실, 가상과 실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작가는 관객으로 하여금 현대 사회의 다층적 구조를 경험하게 하며, 동시에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조영각, 〈우주 여행자의 이야기〉, 2017, PC, 모니터, 프로젝터, 웹캠, 비디오, 조이스틱, 일방향 거울, 목재, 스틸 프레임, 가변크기 © 조영각

초기 작업에서 조영각은 커뮤니케이션 구조 내의 균열과 빈틈에 주목하여 시스템 내의 수직적 구조 사이를 비트는 방식에 집중하였다. 그는 이러한 균열과 빈틈을 드러내 보이는 대신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발현으로 각광받는 수단이 된 디지털과 전자신호를 매체로 삼아 유희와 놀이의 관점에서 표현하였다.
 
특히 작가는 전자신호체계(Electronic signal system)를 상호 작용의 키워드로 삼고 이행성(Transitivity)을 도구로 하여 참여를 유발하는 전략을 택했다. 상호관계를 생산하는 시스템에 새로운 형태의 유동적 공간, 유연한 시나리오를 통해 기존의 구조 속에 살포시 스며드는 방법으로 침투하는 것이다.


조영각, 〈짤의 역습〉, 2017, PC, 프로젝터, 웹캠, 웹 크롤링 이미지, Chainer Fast Neural Style 모델, 가변크기 © 조영각

예를 들어, 조영각의 2017년도 작업 〈짤의 역습〉은 웹상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자리 잡은 짤(meme)을 인공지능이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웹에서 통용되는 내용을 담은 이미지인 ‘짤’을 인터랙티브 환경의 구성요소로 활용하고, 공공 도메인에서 허용되는 만화 이미지를 선별해 인공지능의 스타일 전송 학습에 사용했다. 이렇게 학습된 모델은 웹캠을 통해 관객의 모습을 인식하고, 이를 재구성한 화면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관객과 상호작용한다.


조영각, 〈당신에게 보내는 말씀〉, 2017, LED 패널, 싱글보드 컴퓨터, 일방향 거울, 목재, 스틸 프레임, 25x25x80cm © 조영각

한편, LED 모듈 제어를 통해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 〈당신에게 보내는 말씀〉(2017)을 통해서는 무수한 정보에 휩싸이게 되는 동시대 환경을 사유하게 한다. 무한대로 반복하여 움직이는 텍스트는 착시현상을 연출하여 그 내용을 무수히 복제한다.
 
이 메시지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의식적으로 사회가 강요하는 태도와 환경을 선형적인 시간구조 위에서 바라보게 하며 본의를 되짚게 한다.


조영각, 〈당신에게 보내는 말씀〉, 2017, LED 패널, 싱글보드 컴퓨터, 일방향 거울, 목재, 스틸 프레임, 25x25x80cm © 조영각

조영각은 이와 같은 작업들을 통해 시스템의 오류를 드러내어 붕괴하려 하기보다, 그 빈틈에 접근해 긴장의 간극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도해 왔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작가는 최신 테크놀로지 시스템을 재구성하여 비틀린 체계를 열린 구조의 형식으로 제시하는 작업을 전개해 나갔다.


조영각, 〈Highway like a shooting star〉, 2019, 딥러닝 라이브러리(스타일 전이), 뉴스 텍스트 DB 세트, 녹화 영상 DB 세트, 가변크기, 9분 © 조영각

예를 들어, 2019년도 작업인 〈Highway like a shooting star〉에서 그는 문명이 나아간 기록이자 인간의 시스템에 가장 부합되는 전 세계의 ‘길’을 다양한 모습으로 수집하고 기록했다. 이후 이를 프로그래밍을 통해 인공지능이 학습하도록 함으로써 인격적 주체가 아닌 타자에 의한 개입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이로써 작업은 기계 혹은 시스템이 핵심적 주체가 되는 과정과 그 결과를 미래의 단상으로 제시한다. 이를 통해 조영각은 앞으로 마주하게 될 근미래의 환경에서 인간의 역할과 의미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조영각, 〈A Hot talks about Something, Someday, Someone〉, 2020, PC, 로봇 암(Neuromeka Indy7), 프로젝터, 모니터, 웹캠, DivX 플레이어, 딥러닝 라이브러리(StyleGAN, Artbreeder), 밈 DB 세트, 가변 크기, 3채널 비디오–각 16분, FHD © 조영각

앞서 살펴본 〈짤의 역습〉이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 시스템에서 언어로 기능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짤’을 인공지능으로 재구성하고, 관객의 인터랙션에 따라 변화하는 화면을 보여주었다면, 2020년 발표한 〈A Hot talks about Something, Someday, Someone〉에서는 이러한 방식을 한층 확장한다.
 
이 작업에서 조영각은 카메라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학습한 각 모델과 상호작용하고, 그 과정에서 재구성된 기억을 디스플레이와 로보틱스(협동로봇)를 통해 시청각적 소스로 변환한다.
 
이 프로젝트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위적인 결과를 토대로, 상호작용을 만들어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만들어진 인공지능 모델은 일상적인 짤의 의미로 인간에게 받아들여지기 보다, 인간의 대화를 대체하는 것에 더 많은 감정적 경험을 제공한다.


조영각, 〈Office Walker〉, 2021, 서보 모터, MCU 컨트롤러, 태블릿 PC, PLA, 이모지 DB, StyleGAN 및 BigGAN 라이브러리, 화상회의 앱, 책상, 의자, 가변 크기, 로봇 2대: 45 × 42 × 42cm, 1채널 비디오–18분 40초, FHD © 조영각

한편, 또 다른 로보틱스 작업인 〈Office Walker〉(2021)에서 조영각은 언택트(Untact)시대에 직면한 현대인의 상황을 유희적으로 풀어낸다. 팬데믹을 거치며 제한된 행동 양태가 반복되는 일상과 환경 속에서, 작가는 작은 변화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새로운 감각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및 새로운 연결성에 대한 고민을 더하여, 상호작용(Interaction)을 넘어 상호반응(Mutual reaction)하는 상황을 연출하고자 했다.


조영각, 〈Office Walker〉, 2021, 서보 모터, MCU 컨트롤러, 태블릿 PC, PLA, 이모지 DB, StyleGAN 및 BigGAN 라이브러리, 화상회의 앱, 책상, 의자, 가변 크기, 로봇 2대: 45 × 42 × 42cm, 1채널 비디오–18분 40초, FHD © 조영각

그 결과물로 만들어진 작업은 다족 보행 로봇 위에 CRT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결합하고, 화면의 출력과 로봇의 움직임이 연동되도록 구성되었다. 책상과 의자 등이 배치된 사무실 형태의 환경 안에서 구현되며,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원격으로 조작된다.
 
두 대의 로봇 디스플레이 중 한쪽은 이모티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생성한 가상의 인물을 화면에 보여주며, 다른 한쪽은 실시간 화상회의와 스트리밍 등을 통해 외부와 동시 접속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었다.
 
이처럼 조영각은 〈Office Walker〉를 통해 언택트 시대에 가상과 현실이 교차하고 반응하는 상황을 유희적으로 연출한다. 이를 통해 팬데믹 이후 변화한 일상의 모습을 살펴보는 한편, 새로운 환경에서 인간의 연결 방식과 미래의 가치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조영각, 〈밀착취재 2: 그린 인플루언서〉, 2024, 딥러닝 프레임워크(SDXL Turbo, LCM LoRA), 텍스트 DB(Custom LLM), 아크릴 디지털 프린트, 30.4×45.7cm (40점), 1채널 비디오, 3분, 4K © 조영각

나아가 조영각은 최근 작업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 환경 문제, 소비주의 문화 등에 얽힌 복합적인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2023년부터 시작된 ‘밀착취재’ 연작에서 작가는 식물과 인간이 융합된 ‘식물인간’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인간과 자연, 그리고 기술의 관계를 사유한다.
 
2024년도 작업인 〈밀착취재 2: 그린 인플루언서〉에서는 식물과 융합된 인간들이 서울의 트렌디한 지역에 등장하는 내용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소비 문화가 자연을 대상화하고 상품화하는 현상을 풍자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환경 위기 시대에 인간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고, 현대인의 삶이 자연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조영각, 〈정직원〉, 2024, 딥러닝 프레임워크(SDXL), 텍스트 DB(Custom LLM), 로봇 암, 키보드, 목재, 모니터, 스피커 등, 가변크기, 다채널 사운드 © 조영각

이와 함께 조영각은 노동을 둘러싼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고찰한다. 같은 해 발표한 작업 〈정직원〉(2024)에서 그는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노동 환경의 변화와 인간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이 작업에서 로봇의 팔은 ‘직원’으로 기능하고, 작가는 ‘고용주’나 ‘관리자’의 역할을, 관객은 ‘소비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 관객이 ‘업무 지시’로써 텍스트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로봇 암은 이를 수행하기 위해 인공지능과 상호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생성된 결과물은 매번 다르게 도출되며, 이는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상징한다. 동시에, 인간과 기술의 협업이 가져올 수 있는 창의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한다.


조영각, 〈무인회사: 달콤한 말〉, 2025, 컨베이어, 박스, 테이프, 디스플레이, 딥러닝 프레임워크(Custom sLM, 비디오 및 사운드 모델), 가변 설치(3×3×1.5m), 다채널 비디오 및 사운드, 평균 1분, 30fps, 4K © 조영각

이러한 자동화와 같은 기술 발전이 인간의 역할과 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무인회사: 달콤한 말〉(2025)에서 더욱 확장된다.
 
〈무인회사: 달콤한 말〉는 물류센터의 컨베이어 시스템 위를 끊임없이 이동하는 종이상자가 열리면 생성형 인공지능이 수집한 다양한 문화적 믿음 체계들이 뮤직비디오, 광고, 뉴스 등의 대중매체 형식으로 재구성된 콘텐츠가 재생된다.


조영각, 〈무인회사: 달콤한 말〉, 2025, 컨베이어, 박스, 테이프, 디스플레이, 딥러닝 프레임워크(Custom sLM, 비디오 및 사운드 모델), 가변 설치(3×3×1.5m), 다채널 비디오 및 사운드, 평균 1분, 30fps, 4K © 조영각

이동’ 개념은 작품 전반에 걸쳐 다층적으로 구현되는데, 작품 속에서 박스의 기계적 이동은 정보 흐름을 상징하고, 동시에 믿음이 다양한 문화권과 매체를 오가며 변형·재맥락화하는 과정을 표현한다.
 
작품은 기술 발전과 자동화가 인간의 근본적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의존성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시사한다.
 
‘무인 회사’라는 설정은 인간 없이 작동하는 시스템이 여전히 인간적 욕망과 두려움을 다양한 매체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이는 자동화된 미래 사회에서도 인간의 비합리적 측면이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기술적 형태로 재현될 것임을 암시한다.


조영각, 〈날씨 단청〉, 2026, 딥러닝 프레임워크(Custom LLM, VIDEO MODEL), 기상청 국가기후데이터센터 DB, 4분 30초 © 조영각

이처럼 조영각은 다양한 첨단 기술을 예술적 감수성으로 녹여내며, 우리가 마주하는 동시대의 다양한 현상을 해석하고 새로운 형태로 변환한다. 그의 작업은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복잡하게 얽힌 현대 사회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사유할 수 있는 상상력과 통찰을 제시한다.

"시스템의 붕괴를 원하는 바는 아니다. 다만 반성과 성찰의 시도는 필요하다는 것을 보이고자 한다.단지 그 빈틈에 접근하여 긴장의 간극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이다. 접근에서 이때의 주체는 유연화된 사고와 감정이 중요한 지점이다." (조영각, 작가 노트)


조영각 작가 © 조영각

조영각은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를 수학한 후,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융합미디어학과 융합예술디자인전공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개인전으로는 《현상해독》(관악아트홀 전시실, 서울, 2024), 《예기치 않은 구문: 요청 및 응답》(한국수출입은행 금고미술관, 서울, 2022), 《문제의 주파수》(갤러리밈, 서울, 2017) 등이 있다.
 
또한 작가는 2026 예술기술도시 《인류학 연습: 인간은 우리인가?》(종도빌딩, 서울, 2026), Unfold X 2025 《Let Things Go – 관계들의 관계》(문화역서울284, 서울, 2025), 《Good Morning Mr. Orwell Ver.2》(서울대학교미술관, 서울, 2025), 《2024 부산모카 플랫폼_미안해요 데이브 유감이지만 난 그럴 수 없어요》(부산현대미술관, 부산, 2024), 《이음 지음》(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23)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조영각은 캔파운데이션 명륜동 작업실 레지던시(2022),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레지던시(2018) 등 국내외 다수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그의 작품은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등에 소장되어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