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전시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도시의 시스템과 공공의 기록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Eternal Becoming》 도록 © 학고재 디자인

학고재 디자인은 지난 2026년 학고재 갤러리에서 개최된 성희승 작가의 개인전 《Eternal Becoming》을 집대성한 전시 도록을 정식 출간했습니다. 이번 도록은 단순한 전시의 기록물을 넘어, 회화 작업이 출판이라는 형식을 통해 어떻게 공공적 층위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첫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 명동·강남 전광판 거쳐 도록으로…회화의 '공공적 변주'

성희승 작가의 이번 프로젝트는 전시의 흐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실험이었습니다. 지난 2월, 전시 쇼츠 영상이 서울의 심장부인 명동과 금융의 중심지 테헤란로 대형 전광판을 통해 송출되었습니다. 이는 회화 이미지가 도시의 시각 시스템 안으로 편입되어 특정 관람객이 아닌 일반 대중과 공공 환경 속에서 만나는 혁신적인 시도였습니다.

이번에 발간된 도록(ISBN 등록)은 이러한 '전시 → 도시 → 기록'으로 이어지는 여정의 완결판입니다. 예술이 화이트 큐브에 머물지 않고 공공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책이라는 매체로 박제한 것입니다.


■ "예술은 지원이 아닌 설계의 문제"…제도적 성찰 요구

성희승 작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 개인의 성과를 넘어 한국 미술계의 구조적 모순에 질문을 던집니다. 왜 예술의 공공적 확장이 개별 작가의 역량과 고군분투에만 의존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입니다.

성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예술은 단순한 지원만으로 해결되기보다, 어떻게 작동하게 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기관과 제도는 많지만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분절되어 있어, 작가가 작품이 아닌 행정을 먼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행정 중심의 문화정책이 현장 작가들의 실제 생태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분산된 지원이 아니라, 작가가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구조의 설계"라며 보편적 복지 차원의 지원이 아닌 창작 주체에 대한 집중적인 정책적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 회화의 형식 실험 넘어 '예술의 사회적 역할' 제시

서울과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하이퍼-추상(Hyper-Abstract)'개념을 탐구해온 성희승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회화의 형식적 실험을 사회적 담론으로 확장시켰습니다. 전시는 공간을 넘어 도시가 되고, 도시는 매체가 되며, 기록(책)은 다시 제도로 이어지는 이 흐름은 한국 미술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개인적 경로를 넘어 미술 시스템의 전환이라는 화두를 던진 이번 〈Eternal Becoming〉 프로젝트는 향후 문화정책과 예술 현장이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