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 Chan Sook Choi

아트선재센터는 2017년 9월 1일부터 9월 24일까지 아트선재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2017 아트선재 프로젝트 #5: 최찬숙- Re-move (리-무브)》를 개최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타인이다”라는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말처럼 ‘리-무브Re-move’ 전시는 독보적인 정체성이라는 환영을 유지하지 않으며 ‘순수한’ 문화라는 개념을 해체하고 혼성화(hybridization)하고 있다. 최찬숙 작가가 다시 도착하는 그 장소에서 다루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해방 직전 일본에 파견된 조선인노동자와 일본에서 결혼하고 한국으로 이주해 온 일본인 친할머니, 그리고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의 민북마을로 이주한 ‘양지리’ 할머니 등은 지배적인 정체성의 마력에 호소하는 형식과 거리를 취하지만, 동시에 ‘피해자로서’ 선동되는 집단의 정체성 또한 거부하고 있다. 에두아르드 글리상(Edouard Glissant)은 카리브의 흑인노예들의 ‘흑인성’을 보편성으로 연결하는 ‘우회(le Retour)’에 대해 설명하며 ‘다른 곳에 가서야 자신들의 차이를 각성하기, 그리하여 다시 떠나기-돌아오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우리는 그 장소로 돌아가야 한다. 우회(le Retour)는 다시 귀환을 통해 이곳을 수태시키는 한에서만 유용한 전략이다. 기원의 꿈을 향한, 존재의 불변하는 동일자를 향한 회귀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등을 돌려야 했던 착잡한 뒤얽힘의 지점으로의 귀환. 바로 이 곳에서 마침내 관계의 구성요소들을 구현하거나 아니면 사라지거나”

최찬숙의 ‘재이주Re-move’는 정체성이라는, 운명이라는 환영의 단일성을 버리는(remove) 동시에 정체성이라는, 운명이라는 환영속에서 유지되는 세계의 갈등과 만행들을 인식론적인 방편이 아닌, 예술적 연구(Artistic Research)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그녀는 거대서사(HIS-story)에서 말소(removed)되거나 지반을 잃은 여성들을 통해 계급, 젠더, 직업, 언어, 정치, 도덕 등 인간이 가진 다른 정체성들과 가치는 무시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종교나 문화, 국적에 따라 독보적으로 범주화할 수 있다는 정체성이라는 추정은 유효한 것인가?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