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우의 작업은 평면, 드로잉, 오브제, 가구, 조각, 설치, 건축적
구조를 오가며 변화해왔다. 초기 작업에서는 수집, 분류, 편집, 재배열이 중요한 방법이었다.
〈구글 랜드스케이프〉(2006)는 구글어스의 항공 이미지를 모눈종이에 추적했고, 〈300,000,000 KRW, Korea, 2010〉은 부동산
정보와 아파트 평면도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재배치했다. 이 시기 작가는 이미지를 직접 생산하기보다,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와 시각 자료를 가져와 새로운 규칙 안에 놓았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단순한 통계나 도표가 아니라, 검은 사각형, 그리드, 색채 배열, 아파트
평면도 같은 미술사적 형식과 결합된 이미지로 나타났다.
오브제로 전환한 뒤
이은우는 재료의 표면, 규격, 기능을 더욱 직접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가벽 캐비닛〉(2013)은 합판의 생산 규격과
수납 기능을 결합해 가벽이면서 캐비닛인 사물을 만들었고, 〈보도블럭〉(2013)은
유리용 시트지의 패턴을 아크릴판으로 옮겨 실제 보도블록처럼 보이지만 사용할 수 없는 물건으로 제시했다. 〈특정물건〉은
유리의 종류를 차트처럼 배열하면서도, 그것을 아파트의 창문이자 욕망의 장치로 작동시켰다.
《긴, 납작한, 매달린》(아트선재센터 프로젝트 스페이스, 서울, 2015)에서는 전시장의 천장 높이, 마감재, 규격 같은 물리적 조건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작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제약과 기준을 가진 공간 안에서 가능한 형태를 도출했다.
2020년대
이후 드로잉은 이은우의 작업에서 핵심적인 형식이 된다. 그의 드로잉은 완성된 조각을 위한 설계도라기보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의 시간과 손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5mm 간격의
점이 찍힌 노트에서 직선과 호를 긋고, 하나의 도형에서 다음 도형으로 이어가며, 그렇게 생긴 형태에 시트지와 색연필로 질감을 입힌다. 《직각마음》과
《손길 모양》에서 이러한 드로잉은 종이 위에 머물지 않고, 작은 조각과 전시장 전체의 구조로 확장되었다.
《손길 모양》에서는 전시장이 하나의 거대한 모눈종이처럼 구성되었고, 벽과
바닥, 조각, 벤치, 드로잉이
함께 놓이며 일종의 ‘조각 마을’을 만들었다. 여기서 드로잉은 평면 작업이 아니라, 공간을 조직하는 사고 방식이자
몸을 움직이게 하는 구조가 된다.
《집안일》에 이르면, 작가의 형식은 생활의 구체적인 감각과 더욱 밀착된다. 작품에는 작가가
직접 만든 가구, 길에서 주운 사물, 수집한 오브제, 목재, 황동, 펠트, 실, 비즈, 가죽, 돌, 유목, 마카다미아
껍질 같은 재료가 함께 등장한다. 〈위층〉은 황동과 실, 비즈로
이루어진 작은 구조를 통해 수직과 수평, 투명함과 불투명함의 균형을 만든다.
〈동서남북〉(2025)은 더글러스퍼, 카펫 타일, 마카다미아 껍질, 펠트, 단추, 못, 합판, 유목, 레진을 결합해 방향과 구조,
사물의 잔여물을 하나의 공간적 장면으로 만든다. 〈서랍 안 선반〉(2025)은 백참나무, 아프리칸 체리, 펠트, 세라믹 타일, 가죽, 구슬, 실을 사용해 가구와 조각,
내부와 외부의 감각을 겹친다. 이은우의 조각은 재료를 상징으로 고정하지 않고, 손으로 자르고 붙이고 엮고 세우는 과정 속에서 물건이 어떤 방식으로 다른 물건과 균형을 이루는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