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와정(2007년 결성)은 노윤희(b. 1981)와 정현석(b. 1981)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다. 두 사람이 서로를 설득시켜 나가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내부적으로 견제하고 비판하는 방법을 통해 객관적인 시선을 담보함으로써, ‘로와정’이라는 가상의 정체성 및 독자성(singularity)을 유지하고 있다.
 
로와정은 동시대적 조건을 객관적인 차원에서 바라보려는 고민과 함께 그 과정에서 포착한 다양한 경계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 매체와 형태에 반영해 왔다.


로와정, 〈생활의 발견〉, 2010, 마스킹테이프, 사용한 개인 용품들, 550x550x350cm © 로와정

로와정의 작업은 이들의 태생적 구조에서 비롯된 ‘관계’라는 키워드로 출발한다. 서로 다른 시각을 견주어보며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일에서 출발하는 그들의 작업은 중심과 주변, 그리고 개인과 그들이 속해 있는 사회와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동시대 다양한 관계와 이해 구조에 대한 관심을 두며 전개되어 왔다.
 
로와정은 실재와 이미지, 인위와 자연, 안과 밖, 중심과 주변, 과거와 미래(선형적 선상 안에서의 대립점) 등 이항적 대립과 그것이 지니고 있는 역설적 의미를 미술 언어로 옮기는 것에 중점을 둔다.


로와정, 〈밤마다 행복했으면…〉, 2010, 팬티 두 장, 조명, 40x40x40cm © 로와정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화하는 가변적 관계에서 로와정은 자연스럽게 외연을 넓히며 환경에 따라 변화하고 확장하는 관심사를 다양한 매체의 형태로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설득시켜 나가는 방법을 반복함으로써, 유동적이고 가변적이지만 내부적으로 서로를 견제하고 비판하며 객관적인 시선을 담보하고, 로와정의 고유한 개성을 유지하고 있다.


로와정, 〈2인용 싱글룸〉, 2008, 싱글배드 2개, 거울 2개, 문 2개, 조명 2개, 200x200x200cm © 로와정

로와정의 초기 작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여러 매체를 통해 탐구해 왔다. 대표적으로 2008년 쌈지스페이스에서 열린 개인전 《2인용 1인실》에서는 서로 다른 두 개인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대표적인 관계인 ‘결혼’을 주제로 삼아, 이상적인 사랑의 이면에서 서로를 조율하고 적응해 가는 남녀 관계의 현실적인 과정을 은유적으로 풀어냈다.


로와정, 〈저장된 86일〉, 2010, 캔버스 패널, 혼합매체, 가변설치 © 로와정

한편, 이후의 작업에서는 실제적인 인간 관계를 넘어 주변 환경과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시적인 방식으로 담아냈다. 예를 들어, 〈저장된 86일〉(2010)에서 로와정은 86일 동안 이들이 만든 가방을 가지고 움직이며 가방에 남겨진 시공간의 흔적을 기록한다.
 
86일 동안 이들이 이동한 여정을 따라가며 가방 표면에는 비 온 날의 흙탕물이나 먼지와 같은 흔적이 파편적으로 남았다. 86일간 가방 안팎에 축적된 ‘시간 자국’은 두 작가의 움직임과 그에 따라 변화하는 주변 환경이 만들어낸 우발적인 형태들이다. 여정이 끝난 후에는 가방의 각 면을 해체하여 작가와 환경이 함께 만들어낸 ‘그림’으로 제시된다.


로와정, 〈Bye - Bye〉, 2014, 나무 도마, 33x21cm © 로와정

또한 로와정은 기존의 사물이 놓이는 장소나 기능 등을 예술의 언어로 재맥락화하여 사물과 그 경계를 재위치 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러한 작업에는 팬티 두 장과 조명으로 다각형의 별모양을 만들어 〈밤마다 행복했으면…〉(2010)이라는 제목을 붙인 작품, 집안의 모든 일상 사물을 원형으로 배치한 후 조명의 빛을 마스킹테이프로 형상화하여 다시 원뿔형으로 연결한 〈생활의 발견〉(2010), 오래 써 흠집이 난 도마에 안녕을 고하며 ‘bye-bye’라는 문구를 새긴 〈Bye - Bye〉(2014) 등이 있다.


로와정, 〈Souvenir of somewhere (tree)〉, 2013, 중고 잡지, 테이블, 90x400x90cm © 로와정

그리고 2013년도 작업인 〈Souvenir of somewhere (tree)〉에서는 인쇄물에 수록된 나무 이미지를 도려내고 그 위에 입체 나무 모형을 일으켜 세우며, 평면으로 누워있던 나무들이 지상 위에서 만나 수풀을 이루는 친숙하지만 낯선 모습을 자아낸다. 이러한 작업은 관객에게 이미지와 사물의 위계를 재고하게 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로와정, 〈Doubled Distance〉, 2014, 갤러리 팩토리에서 사용한 알루미늄 스틸 사다리, 8x2x562cm © 로와정

2014년 갤러리 팩토리에서 열린 개인전 《그 정도 거리》에서 로와정은 미술 전시장 주변 혹은 뒷면에 통상적으로 존재하는 사물들의 관계를 다른 방식으로 불러냈다. 로와정은 전시가 이루어지기 직전까지의 일련의 과정 그 자체를 작품으로 치환하며, 중심이 생겨나기 전 어쩌면 중심, 혹은 그 가까이였는지도 모르는 언저리들을 다시 원래의 위치에 놓아보고자 했다.
 
이를테면, 서로의 뒤편을 반영하는 캔버스 한 쌍과 아무 것도 인쇄되어 있지 않은 공백의 전시장 도면, 설치에 사용되는 사다리 등은 도구나 장치의 역할에서 예술 작품의 위치로 옮겨지며, 전시 공간의 ‘주변’에서 ‘중심’이 된다.


《Sunday is Monday, Monday is Sunday》 전시 전경(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8) ©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이처럼 주변과 중심, 그리고 과정과 결과 사이의 경계를 실험하는 로와정의 작업은 《Sunday is Monday, Monday is Sunday》(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8)에서도 이어진다.
 
이 전시에서 그들은 정해진 공간과 시간 안에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응축함으로써 결과로 귀속되는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했다. 전시는 A, B, 그리고 C라는 세 개의 시간 축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각 시간 축에는 서로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전시 기간 중 A는 B의 과정을 거쳐 C에 도달한다. 하지만 각 단계는 과정인 동시에 서로 다른 시점에서의 결과이기도 하다. 관객은 어떤 특정한 시기에 각 단계 A, B, C를 접하고 서로 다른 각자만의 현재의 상태를 마주하게 됐다. 그리고 그 상태는 우연성과 우발성을 전제하기에 인과관계가 일정치 않은 비선형적 구조를 취하고 있었다.


《Sunday is Monday, Monday is Sunday》 전시 전경(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8) ©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이 전시에서 로와정은 생산자로서의 작가인 동시에 곧 시간이라는 변수를 통해 관객을 공동 생산자에 위치시키는 매개자 역할을 자처한다. 그리고 공간을 특별한 시공간-전시로 만드는 것은 공간의 타임라인을 장식하는 모든 공동 생산자의 몫이 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로 다른 일시적인 순간들의 이어짐으로 인해 특별해진 시공간의 흐름은 일관되기 어렵다. 로와정은 《Sunday is Monday, Monday is Sunday》에서 이러한 서로 다른 현재의 시간을 어떻게 전시 안에 재편성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통해 서로 다른 시간 축이 충돌하는 순간-전시를 만들어낸다.


로와정, 〈2184〉, 2024, 아크릴에 UV 프린트, 57x40x3cm © 로와정

그리고 2024년 학고재에서 열린 개인전 《눈길에도 두께와 밀도가 있다》에서는 이미지에 대한 로와정의 오랜  관심을 다양한 매체에 담아냈다. 이들이 탐구해 온 ‘이미지성’은 특정 이미지를 하나의 맥락으로 규정하거나 도구화하는 것이 아닌, 이미지와 텍스트의 요소가 동시에 발화될 때 언어와 세계 사이에서 유실된 것들을 회복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전시 초입에는 2184년의 달력과 세포의 이미지를 투명하게 중첩하여 몽타주 한 작업 〈2184〉(2024)이 자리하고 있었다. 작가는 모든 인간에게 진리처럼 작동하는 언어와 어휘 역시 결국 진리를 가장하는 체계일 수 있음을, 서로 겹쳐 명확하게 식별할 수 없는 숫자의 이미지로 드러낸다.
 
그리고 달력 상단에 관습적으로 배치되는 ‘보기 좋은 이미지’ 대신, 분열하고 변이하며 연결되고 통합되는 과정에서 비로소 생동하는 세포의 비선형적 이미지를 병치한다. 이를 통해 언어라는 인간의 특권적 체계를 벗어나, 미시적 생명의 단위인 세포의 유기적 세계를 통해 아직 오지 않은 2184년의 풍경을 상상하게 한다.


로와정, 〈커튼〉, 2024, 벨벳 커튼에 아크릴, 황동 튜브, 황동 체인, 250x150cm © 로와정

한편 텍스트가 이미지가 되는 순간에도 또 다른 가능성과 위험이 발생한다. 텍스트는 이미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다시 하나의 고정된 의미로 환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와정은 텍스트가 이미지로 온전히 작동하고, 동시에 이미지가 텍스트처럼 유연하게 발화하는 상태에서 ‘이미지성’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때 이미지성은 언어와 이미지 사이에 위계를 설정하기보다 서로 다른 관념들이 자유롭게 교차하고, 경계 없는 메타포가 생성되는 공간으로 확장된다.
 
〈커튼〉(2024)은 텍스트를 둘러싼 의미의 망을 천의 주름으로 치환해, 기표 안에 잠재된 이미지를 표면으로 드러낸다. 텍스트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주름진 사물인 이 작업은 끊임없이 자신의 물질적 존재를 드러내면서도, 하나의 의미로 완결될 수 없는 언어의 무한한 가능성을 품는다.


《어제의 놀라움》 전시 전경(더 윌로, 2025) © 더 윌로

이처럼 《눈길에도 두께와 밀도가 있다》가 언어와 이미지의 위치를 끊임없이 이동시키며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메타포와 아이러니를 탐구했다면, 2025년 개인전 《어제의 놀라움》에서 로와정은 시선을 사회적 관계로 확장해 ‘나’와 또 다른 ‘나’, 즉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이어간다.
 
로와정은 ‘나’를 세우고 표명하는 데 몰두하는 동시대 사회에서 보다 견고해지는 ‘나’와 달리, 또 다른 ‘나’인 타자와의 관계가 가진 불안정함에 주목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시는 이러한 시대적 정서 속에 관계의 불안정성과 연결의 불/가능성을 탐구한다.


《어제의 놀라움》 전시 전경(더 윌로, 2025) © 더 윌로

작가는 이분법적인 구도를 흔들고 전복함으로써 관계가 연결되는 방식과 그 한계를 드러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 명확한 지시와 의미의 확정을 유예하고, 기표와 기의의 체계에 틈을 만들어 기호와 이미지, 다양한 장치를 통해 의미를 지연시키고 이중적인 해석과 유희가 발생하도록 했다.
 
전시를 관통하는 소재인 ‘전선’은 역시 이러한 관계에 대한 사유를 구체화한다. 전선은 매개체이자 지지체이며 동시에 조형적 요소로 기능하면서 각각의 작품을 연결한다.
 
서로 다른 요소들을 잇고 의존하게 하는 전선의 구조는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뒤흔들며, 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환기한다. 나아가 개인화되고 단절된 환경을 넘어 우리가 서로 다른 존재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어제의 놀라움》 전시 전경(더 윌로, 2025) © 로와정

이렇듯 로와정의 작업은 인간관계를 넘어 우리 주변을 이루는 무수한 관계와 경계에 대한 사유를 바탕으로 전개되어 왔다. 작가는 이를 예술의 언어, 즉 해석과 오독이 가능한 열린 구조를 통해 탐구하고, 감응과 정동을 적극적으로 촉발하는 방식으로 관객을 작품의 과정에 참여시킨다. 이를 통해 관객은 하나의 고정된 의미에 머무르지 않고 작품을 보다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결국 로와정의 작업은 수동적인 전시 관람의 방식을 능동적인 경험으로 전환시킨다. 작품의 의미를 하나의 해석으로 고정하기보다 작품과 관객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도록 열어둠으로써, 변화하는 관계 안에서 ‘나’와 ‘타자’의 의미를 새롭게 감각하고 사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세상과 사회에 관심이 많아요. 사회에는 매일 이슈들이 생겨나지만,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것들이 있고, 그런 것들을 미술적인 언어를 이용해 한 번 더 환기하게 만드는 그런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로와정, 리빙센스와의 인터뷰 중)


로와정 작가 © 리빙센스

로와정(노윤희, 정현석)은 국민대학교 예술대학 입체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최근 개인전으로는 《어제의 놀라움》(더 윌로, 서울, 2025), 《눈길에도 두께와 밀도가 있다》(학고재, 서울, 2024), 《rrr》(에이라운지 컨템포러리, 서울, 2020), 《윌링앤딜링 오픈 프로젝트 바이 로와정》(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 2019) 등이 있다.
 
또한 작가는 《기억윤슬》(포항시립미술관, 포항, 2025), 《흙으로부터》(학고재, 서울, 2025), 《없었던 사라짐》(양평문화재단 작은미술관 아올다, 양평, 2024), 《포트레이트 오브》(울산시립미술관, 울산, 2023), 《매뉴얼》(프라이머리 프랙티스, 서울, 2022), 《모두의 소장품》(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로와정은 제주현대미술관 창작스튜디오(2022), HIAP - Helsinki International Artist Programme(2017),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15), 금천예술공장(2015) 등의 입주작가로 활동하였으며, 서울시립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