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민, 〈Depth Study 06〉, 2021, 캔버스에 아크릴, 스프레이, 45.5x38.5cm © 박석민

정확히 한곳에 가 닿지 못 하고 기화된 시선이 화면의 안개 속으로 퍼져 나간다
화면 어딘가 투명한 폐가 달린 듯 수축하고 이완하며 호흡하는 색의 진동과 울림들은
서로 경계를 넘나들고 번지며 매 순간 눈앞의 대기 색을 변화시키는 착시 효과를 낳는다
한 순간 화면은 벽과 하나 되어 온몸의 방향 감각과 위치감각을 상실시킨다

이건 호흡하는 문이다 눈으로 열고 닫히는 문
눈의 조리개와 초점을 얼마나 열고 닫고 맞추고 푸느냐에 따라 변하는 문
몸 안팎으로 시선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창/문
안팎을 함께 비추는 경계의 몸

때론 밝고 때론 어두운 문
때론 그 어둠 속에서 헤어나올 수 없고
때론 그 밝은 빛처럼 무한히 확장되는 감각의 문

*

윌리엄 바신스키(William Basinski, [Water Music]). 비트 없는 명상적 앰비언트 음악이 들린다. 최소한의 사운드 소스를 반복하며 최면과 명상 감각을 유도하는. 미니멀한 구조와 요소들의 반복은 응시와 청취를 통해 감상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이 스프레이 그림들도 인간적 개입의 물리적 흔적(손맛)을 최소화하면서 간결하지만 그치지 않는 빛의 울림을 호흡처럼 지속시킨다. 동시에 빛을 발하는 눈부심 대신 얇고 가벼운 수분 입자 속에 빛과 시선을 머금고 흡수하는 효과를 낳는다.

한편 명상적 호흡과는 다른 운동이 일어난다.
수직으로 살짝 어긋나거나 휜 수평 수분 뭉치들.
좌우로 빠르고 길게 늘어트리며 확대한 장면들.

시선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화면은 확대되는 두 운동이 한 화면에 종합된다.
빠르고 쫄깃하게 미묘한 변조를 일으키는 편집술로 화면의 시퀀스는 탄력과 긴장을 자아낸다. 호흡을 멈춘다. 숨을 참고 이 운동들을 따라간다.

순간 명상적인 앰비언트는 속도감, 리듬의 분절, 음정 변조를 활용하는 쟝르로 변한다. 전자음악의 시퀀싱과 편집술이 들린다.

눈을 부릅떠봐도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봐도
눈과 대상 사이에 퍼진 반투명한 수분막은 시선의 투과를 거절한다

초점 없는 젖은 멍한 눈으로 경험하는 먹먹한 시간을 더 섬세하고 예리하게 늘릴 뿐
눈과 보려는 것 사이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 늘리고 확대해 봐도 멀리 있다

*

눈은 피부가 된다
눈으로는 만족할 만큼 파악하거나 소유할 수 없다
영원히 곁을 둔다
눈은 보기 위한 기관이 아닌 피부에 가까워진다

문이 될 수 없는 눈은 물이 된다
물은 마르지 않는 안개가 되어 대기를 떠돈다
빛 스민 피부로 멀고도 가까운 접촉으로
눈은 빛의 피부다

눈문물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