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나씨, 〈가지고 바라보고 버리고〉, 2021, 종이에 먹, 아크릴릭, 72.7 x 60.6 cm © 무나씨

나는 왜 그림을 그리는가? 라는 질문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그리는 일을 스스로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 같다. 좀 더 어렸을 때, 그림 그리기가 아니라 글쓰기에 더 관심이 많았을 때, 아는 지인분으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았었다. ‘너는 왜 그렇게 글을 쓰니? 그때는 아마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요-‘ 라고 대답했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지금도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좋아하는 그 사람이, 한 사람에서 가족으로, 친구들로, 특정 세대 연령의 관객들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로, 더 나아가 미래에 내 그림을 만나게 될 관객까지 점차 넓어지는 것만 달라졌달까. 그들에게 잘 보이고 싶고 또 가장 듣고 싶은 칭찬이 있다면 아마도, ‘나도 이런 기분 느낀 적 있어!’라는 말을 듣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세계 곳곳에 나와 같은 감정을 가진, 가졌던 사람들에게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내가 그림을 그리는 가장 큰 동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림을 그리는 다른 중요한 동기가 있다면 아마도, 마치 각자 바쁜 하루를 끝내고 자신만의 편안한 동굴로 들어가듯, 그림 그리기가 나에게 가장 편안한 행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 그리느라고 힘들어서 어떻게 하냐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오히려 그림 그리기가 나에게는 쉼이고 멈춤이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 더 정확하게는 물을 묻힌 붓을 먹물에 찍어 종이 위에 스윽 첫 획을 그을 때 나는 소리와 냄새, 그 모든 것들을 너무나 사랑한다. 나에게는 그 모든 과정들이 달리기나 화초에 물 주기, 차를 끓여내는 등의 반복적이고 명상적인 행위들과 마찬가지로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그림 그리기 행위는 나에게 명상이고 수련이며, 자가 치유의 과정인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이유가 이토록 나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그로 인해 내가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고, 나의 작품으로 인해 누군가가 위로받을 수 있다면 더 좋은 일 일것이다. 나아가 다른 창작자가 나의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어 더 좋은 창작물을 생산에 낼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