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55 Years: A Legacy of Modern & Contemporary Korean Art》 © Gallery Hyundai

갤러리현대는 개관 5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55주년: 한국 현대미술의 서사》의 2부를 갤러리현대 본관(현대화랑, 삼청로 8)과 신관(갤러리현대, 삼청로 14) 전관에 걸쳐 개최한다.

1970년 4월 4일 오전 10시, 인사동에 “현대화랑”으로 첫발을 내디딘 이후 창작에만 몰두하는 전업 작가들의 전시를 개최하며 그들의 작업 세계를 대중과 국내외 컬렉터, 기업과 세계 유수 기관으로 널리 알리는 미션을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실천해 왔다. 2부 전시 역시 갤러리현대와 오랜 인연을 이어가며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역사가 된 작가들의 주요한 작품을 소개하고 갤러리현대와 한국 미술사의 지난 55년과 현재, 나아가 미래를 살펴보기 위한 자리이다.

55주년 특별전 2부의 본관 전시는 치열한 미술가 정신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 일본 유학을 다녀온 세대에서 시작한다. 나아가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어려운 시절에 현대 미술에 대한 절실함으로 프랑스 또는 미국으로 인생을 건 모험의 여정을 택했던 작가들의 작품까지, 현재 한국 정신의 정수라 평가되며 한국현대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신관에서는 한국과 더불어 세계 각지를 거주지로 삼으며 현대미술의 다양한 맥락 안에서 독자적이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한국 현대 미술사에 현재와 미래의 주요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갤러리현대 본관은 1970년대 후반부터 적극적으로 개인전을 개최하기 시작한 작가 중에서도 유독 프랑스에서의 활약이 돋보이며, 국내 대중으로부터 선택을 받은 재불 화가들,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시작한 완전한 추상 양식의 작가들 총 22명의 대표작 40여 점으로 20세기 후반까지의 여정을 한국 추상 회화라는 큰 틀 안에서 구성한다.

갤러리현대 신관은 2세대 화랑주인 도형태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갤러리 프로그램에 관여하며 함께 하게 된 1950년대생부터 1980년대생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작가 18명의 대표작 50여 점을 선보인다. 갤러리현대의 한국 현대미술 역사 쓰기의 진행형에 주요한 프로그램들과 동시에 한국 현대미술의 현재와 미래의 주요한 일부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자리로, 구상 회화, 추상 회화, 미디어 작가, 사진 매체,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계 작가 등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주요한 맥락의 작업들로 채워진다.

일제강점기 한반도에서 태어나 문인화와 서예 교육을 받고 일본 유학을 다녀온 세대들은 일본에서 접했던 20세기 초반의 다양한 미술 사조의 양식들을 자신만의 회화 언어로 발전시켜 갔다. 청년 시기에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도 화가로서의 열정을 잃지 않았던 소수의 작가들로서 1970년대에 이제 막 미술품 컬렉션을 시작한 대중들에 의해서 사랑을 받은 구상 혹은 반구상 양식의 서양화가들의 주요 작품들이 1부 전시에 소개되었다면, 2부 전시는 완전한 추상 형식의 회화로 나아간 작가들의 주요작을 만나볼 수 있다.

이응노, 남관, 한묵, 이성자, 김창열은 모두 프랑스 미술계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자신만의 완전한 추상 언어를 완성해 간 공통점이 있다. 특히 이성자는 김환기, 유영국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추상화가로서 1965년에 서울에서 개최된 개인전에 소개된 작품들을 처음 보자마자 추상회화의 힘을 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박명자 회장은 회고한다. 이성자 개인전은 천경자 다음으로 선택된 여성 화가로 1974년 개최된 개인전을 통해 이성자의 추상 회화를 국내에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영국은 일본 유학 이후에 서울에서 다양한 모던아트 활동을 리드하며 일찌감치 완전한 추상의 언어를 개척한 선구자이다. 김환기는 뉴욕 시기인 1960년대 중반부터 완전한 추상 회화로 나아갔으며, 1974년 전면점화의 절정기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현대화랑은 1977년에 그의 회고전을 서울에서 최초로 개최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기획된 개인전과 기획전은 김환기를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환기의 1960~1970년대 작품을 소개한다.

곽인식과 이우환은 한국에서 태어나 1950년대 중반부터 일본에서 미술가로서 활동하면서, 한일 미술 교접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곽인식은 1960년을 기점으로 물성을 탐구하는 작품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실험미술 계통과 물성이 강조된 회화계로 크게 구분되는 1970년대 활발히 활동한 세대들과 긴밀하게 교류하며 영향을 준 한국현대미술의 원류로 평가된다. 이우환은 모노하의 이론가로 또한 단색화 세대 미술가로서 탄탄한 작업 세계를 구축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가로 자리매김했다.

류경채는 서정적인 추상의 연장선에서 유기적인 형태의 선과 도형들이 화면을 만들어가는 추상화를 평생 추구했으며, 한묵은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을 대표하는 작가로 수학적이며 다차원적인 깊이를 창출하는 독특한 형태의 우주적 세계를 평면의 화면에 구축하며 독보적인 회화 세계를 창출했다. 이응노와 남관은 한글과 한자에서 영감을 받은 문자 추상의 세계를 다양한 매체를 적용하여 개성 있는 스타일로 발전시키며 프랑스와 유럽에서 인정을 받고, 명성을 쌓았다.

해방 세대라 볼 수 있는 1940년 이후 출생 작가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서울의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다양한 성격의 전위적인 단체 혹은 미술제 활동을 통해 각자의 미술 언어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현대화랑과도 인연을 맺어 개인전 혹은 기획 단체전을 통해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소개되면서 천천히 대중들에 의해 소장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권영우, 정창섭, 윤형근,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이우환, 김기린의 작업들은 1970년대 후반부터 지속적으로 다양한 기획전과 개인전을 통해 소개되며 두터운 애호층을 형성했다.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김창열의 물방울 시리즈 외에 단색조 회화는 대중들에게 그저 낯설기만 한 회화였지만, 지속적인 기획전을 통해 2000년대부터는 한국을 대표하는 모더니즘 회화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Installation view of 《55 Years: A Legacy of Modern & Contemporary Korean Art》 © Gallery Hyundai

유희영은 선으로 분할된 화면에 아날로그적인 섬세한 붓질로 매끈한 화면을 만드는데 팝아트가 즐겨 사용하는 색채가 적용되어 개성 있는 추상화를 지속한 화가다. 심문섭은 한국의 1970년대 실험미술 운동에 동참하며 조각, 설치 형태로 미니멀한 입체 작품을 주제로 작업해 왔다.

존배는 한국 미술사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10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1963년부터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미술 교수로 재직하며, 미국 미술계의 흐름을 간파하면서 자신만의 방법론으로 유연한 철조각 세계를 확정해 간 작가로 오랫동안 갤러리현대와 인연을 맺으면서, 한국 추상의 외연을 확장하며, 김환기를 비롯한 뉴욕을 거쳐 간 수많은 한국 작가들과 깊은 교류를 나눴다.

1부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도형태 부회장의 “한국 실험미술 작가 다시 보기” 프로젝트를 대표하는 작가들과 도형태 부회장이 뉴욕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파리 유학 시기에 인연을 맺어온 디아스포라 작가들을 위주로 선보였다.  2부에서는 갤러리현대가 바라보는 한국 현대미술의 현재와 미래의 다양한 맥락과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독보적인 방식으로 구축된 구상적 회화, 고유의 추상 언어가 돋보이는 회화, 한국의 정체성을 세계 예술의 조형 언어와 결합한 독창적인 언어의 작업, 미디어 작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매체를 오가는 작가들의 작업, 해외에서 거주하며 국내외로 활동을 펼치는 한국계 작가의 작품, 사진이란 매체를 통해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오가는 작업 등을 살필 수 있다.

구상적 형식의 화면을 통해 각각의 독보적인 세계를 펼치는 김보희, 최민화, 박민준, 이우성, 김성윤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김보희는 지난 아트부산 2025에서 성공적으로 솔로 부스를 선보이며 갤러리현대와 함께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적 연작인 ‘Towards’(2010–2025)의 신작 2점을 선보인다.

최근 작품에서 작가는 재료에 제한을 두지 않고 캔버스 천과 한지에 분채와 물, 아교 및 아크릴 등을 자유롭게 혼용하여 물감이 스며들게 차곡차곡 색을 쌓아 올리는 한국화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사의 민중미술 대표 작가로 알려진 최민화의 2000년대 작품은 50대가 된 작가가 바라본 청춘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그 시선은 애정과 그리움, 방황과 부유 동시에 거리감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을 보여준다.

직접 창조한 신화적 서사의 세계관을 전통적인 고전 회화 형식의 화면에 담아내는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박민준의 신작 회화 2점과 올해 10월 갤러리현대에서 첫 개인전을 가질 예정인 이우성의 ‘집으로 가는 길에’ 연작도 함께 선보인다.

이우성은 ‘생활과 미술’이라는 주제로 드로잉, 회화, 애니메이션 등의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그리는 행위의 의미와 그림의 표현 가능성을 실험하는 작가이다. 구상적 화면에 미술사적 배경, 실제 이미지와 디지털 이미지를 재배치하고 레이어로 쌓아 올리며 독창적인 시공간을 구축하는 김성윤의 ‘꽃 정물화’ 연작 2점도 함께 소개된다.

도윤희, 정주영, 이진한은 고유의 추상 언어로 화면을 채우며 독자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여성 작가이다. “추상은 환상이 아니에요. 환상, 몽상, 상상 같은 게 아니고 인식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실체를 인식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은유적으로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란 말처럼 도윤희의 추상적 화면은 보이는 것 너머의 실체를 다채로운 색감으로 포착한다.

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산의 풍경을 캔버스에 담으며 풍경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내재하는 원초적 감각을 탐구하는 정주영의 연작 ‘북악산 No.38’ 4점, 갤러리현대 뉴욕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6월 7일까지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진한의 작품은 ‘번역 불가능한(untranslatable)’ 순간을 회화만이 전달할 수 있는 언어로 이끌어내 꿈을 풀이하듯 화면을 채운다.

강익중, 김민정, 유근택은 한국적 또는 동양의 정신과 상징, 정체성을 세계 예술의 조형 언어와 결합하여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달’과 ‘달항아리’를 자주 작품화하는 강익중은 서로 다른 문화, 언어, 환경 등을 하나로 모아 연결하면서 가까운 미래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왔다. 김민정은 지난 30여 년간 동아시아의 서예와 수묵화 전통을 현대 추상화의 구성 어휘로 확장해 왔다.

특히 그는 한국의 전통 종이인 한지, 먹 그리고 불을 가장 기본적인 재료로 사용하며, 모든 작업이 반복과 절제를 통한 명상적 과정을 담아낸다. 유근택은 한지와 먹, 호분 등 동양화의 전통적인 소재를 아크릴이나 유화 같은 이질적인 재료와 혼합하여 사용한다. 두꺼운 한지를 여러 겹 배접하여 그 위에 드로잉과 채색을 한 후 전면을 물에 적셔 철솔로 표면을 일으키며 완성되는 그의 작품은 작가의 노동집약적인 신체 행위가 고스란히 담긴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사진과 회화의 연관성과 경계를 탐구하고 그사이를 오가는 시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이명호의 ‘Heritage #7’ 연작 두 작업은,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걸었던 선원전터 중심에 있는 회화나무에 대형 캔버스를 제작하여 촬영한 작업으로 사진과 회화의 매체성에 대한 연구를 넘어서 역사와 다층적 시간의 레이어가 담긴 작업이다.

도형태 부회장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백남준 작가와의 인연을 종종 회상하며 미디어아트와 나아가 미래의 예술의 중요성을 자주 언급한다. 문경원, 전준호, 김아영은 미디어 작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세계적인 활동을 펼치는 작가이다. 문경원과 전준호는 한국 작가로는 20년 만에 제13회 카셀도큐멘타에 초청되어 〈미지에서 온 소식〉(2012–2021)을 처음 선보였다.

문경원은 프리즈 뉴욕 2025에서 풍경 회화 작품으로 솔로 부스를, 전준호는 프리즈 서울 2024에서 설치와 조각 작품으로 솔로 부스를 선보이며 세계 미술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올해 2월, 독일을 대표하는 국립현대미술관 함부르거 반호프에서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LG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과 더불어 11월에는 뉴욕현대미술관 PS1에서 개인전 예정 등 전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 김아영의 2000년대 사진 작업이 공개된다.

해외에 거주하며 국내외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계 작가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슬기는 인류학적 관심에서 출발해 세계 각지의 다양한 문화와 전통에 대한 흥미를 작품 세계와 연결한다. 그는 일상적인 사물과 언어, 자연의 근원적인 형태와 조형성이 강조된 조각이나 설치 등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강승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1세계-백인-남성-이성애 중심으로 서술된 주류 역사에 도전하고, 그 역사 속에서 배제된 소수자의 서사를 새롭게 발굴해 가시화하는 작업을 전개해 왔다.

2021년 갤러리현대의 개인전 《잠시 찬란한》을 시작으로 인연은 맺은 작가는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 전시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다. 김 크리스틴 선은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국 출신 한국계 작가이다. 소리와 목소리 나아가 소통에 대한 기존 인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이어오는 작가의 작품이 갤러리현대에서 처음 소개된다.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한 서사와 흐름을 소개하는 것과 동시에 갤러리현대의 55주년 역사를 선보이는 자리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