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포르쉐와 덤프트럭》은 ‘충돌’에 관한 이야기다. ‘공구’로 불리는 송도국제신도시, ‘단지’로 불리는 1기 신도시, ‘마을’로 불리는 원도심이 각각의 장소성을 내세우며 ‘충돌’하는 곳이 연수지만, 연수라는 거대 기표 속에서 이질적인 장소, 사람, 문화 간의 충돌은 그 소리를 잃고 만다. 지역이라는 기표는 충돌보다는 통합, 화합, 그리고 조화라는 정치적 수사를 내세우며 이질적인 것들의 충돌을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감추려 하기 때문이다.
2023년 아트플러그 연수 기획전시 《충돌: 포르쉐와 덤프트럭》은 충돌의 미학적 잠재력을 보여주려 한다. 언제나 예술은 각자의 언어로 시대적 흐름과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를 통해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문화를 이해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왔다. 충돌의 지점은 한 시대의 형상이 드러나는 조망의 장소다.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은 조화의 정적보다는 충돌의 소음에서 싹을 틔우기 마련이다. 통합의 수사가 삭제하려 하는 이질적인 것들의 충돌을 끄집어내 우리의 시선과 충돌하게 하는 것, 그럼으로써 딱딱하게 굳어진 우리의 통념과 충돌하게 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인식을 이끌어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까지의 역사에서 예술이 증명한 자신의 존재 이유다.
《충돌: 포르쉐와 덤프트럭》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작품 22점과 연수지역 작가 및 초청작가 6인의 작품으로 구성되며, 이들 작품을 충돌이 지닌 다양한 미학적 가능성을 탐색하는 ‘IN BETWEEN’과 로컬을 횡단하며 연수라는 지역성에 내재한 충돌의 잔재를 응시하는 ‘EXTRA CONTRAST’라는 두가지 주제로 나눠 전시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미학적, 사회적 충돌의 다양한 형상을 개인의 경험과 연결해 바라봄으로써, 다름, 부조화, 부딪힘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미학적, 수행적 실천의 방식을 탐색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IN BETWEEN: 충돌의 기억, 미학, 재구성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시인 함민복의 말이다. ‘IN BETWEEN’는 이질적인 것들의 경계에 핀 꽃들의 화원이다. 경계, 즉 ‘사이 공간’(IN BETWEEN)은 이질적인 것들이 삐걱대고, 갈라지는 부조화가 관람객에게 말을 걸고, 생명과 비생명, 구상과 추상, 실재와 가상 간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펼쳐지는 곳이다. 그렇기에 충돌의 지점은 미학적 실험이 꽃피는 장소다.
IN BET WEEN은 ‘충돌의 기억’과 ‘충돌의 미학 ’, 그리고 ‘충돌의 재구성’으로 나눠 전시된다.
#기억: 발전과 개발, 그리고 통합과 조화라는 공적 역사가 한 편에 있다 면, 또 다른 한 편에는 그것과 조화할 수 없는 사적 기억이 자리한다. 공적 역사와 사적 기억의 ‘사이 공간’에서 솟아난 분열과 갈등, 그리고 충돌이 잉태한 예술적 표현들, 그리고 공적 역사가 추상적 개념으로 박제한 인물 군상을 자신만의 기억과 기록의 힘으로 되살리려는 시도들을 살펴본다.
#미학: 충돌의 미학은 매끈한 평면이 아니다. 이질적인 것들이 전형성을 비틀고 상투성의 익숙함과 부딪힌다. 그렇기에 충돌의 미학은 비뚤비뚤하고 불규칙한 것들의 조합에 가깝다. 충돌의 미학은 다양한 질료와 매체, 형식을 실험함으로써 익숙함보다는 낯섦을, 단선적인 해석보다는 모호성을 지향하며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타진하는 작품을 소개한다.
#재구성: 모순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부재와 현존, 실존하는 가상, 쉼표로 구성된 연주, 삶을 완성하는 죽음 등 충돌의 모순성은 그 자체가 질문이다. 이 질문이 작가(또는 작품)의 몫이라면, 사유의 재구성은 그 질문과 마주한 관람자의 몫이어야 한다. 그렇게 관람자는 재구성의 주체가 된다. 갑각(甲殼) 같은 제도와 관습의 보호막 없이 모순 성의 질문과 마주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