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Floating Islands, Day for Night》 (TINC, 2023) © Naomi

Floating Islands, Day for Night

이번 전시는 《파시波市_Lost village on the sea》(2022)에 이어, 서남해 보다 넓은 개념으로 황해에 잔존한 가시화되지 않지만 투명하게 감각되고 인지되는 풍경의 요소로서의 바다의 신, 얼굴없는 계류자들*의 낮과 밤의 서사이다. 자연 해안선의 변화, 연안 기능의 상실, 갯벌의 매립 등 해항 풍경의 변화를 주제로 개인전과 기획전으로 진행하며 확장시켜온 ‘연안해방’ 프로젝트(2019-)의 일환으로, 사라진 풍경인 파시와 풍경의 요소를 형상화한다.

매립이 진행중이던 북성포구를 연구조사 할 당시 선상파시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하게 되었고, 실제 마주했을 때 그 특징이 희미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목도했다. 해류를 따라 북상하던 어류와 같이 어선들이 이동했던 해상시장의 한 장면으로, 연평도 파시를 기록한 근현대 사진을 보며 그 잔상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임시성과 이동성의 특징으로 인해 마치 해상도시가 생성되고 소멸되는 것과 같은 일시적 풍경이 펼쳐졌던 것이다.

작품 〈파시波市_Lost village on the sea〉(pigment on canvas, 227x1638cm(227×182cm 9pieces), 2022-2023)는 이러한 일시적 풍경을 디오라마 형식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배가 땅이 되고 수평선이 없던 바다, 일본인이 설립한 동양포경주식회사의 대청도 고래잡이, 현재 배는 없고 닻만이 놓인 연안, 생태계의 혼란으로 사라지고 있는 새와 물고기의 초상, 바다의 신 등 역사적 사건들의 이미지, 현재의 풍경을 한 화면 안에 회화적으로 장면화한다.

Installation view of 《Floating Islands, Day for Night》 (TINC, 2023) © Naomi

바다의 신에 대해: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의 역사 쓰기

낯선 무엇에 대한 우리의 집착에 의해 배태되어진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에 대해. 이와 같은 감각은 아무것도 없어야 하는 장소에 무언가 존재할 때, 혹은 무언가 있어야만 하는 그 곳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

얼굴없는 바다의 신, 도깨비의 형상화에 대해. 도깨비참봉 또는 물참봉, 김서방, 야채, 금채, 옥채, 영감신 등 모두 도깨비를 가리키는데 서남해를 중심으로 어촌에서는 민간신앙으로 도깨비고사를 올려서 풍어를 기원하였다고 한다.

현재 전승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2023년 5월 제주에서 오춘옥(제주 무형문화재 제2호 영감놀이 보유자, 1953-)심방을 인터뷰하며 ‘영감(도깨비의 제주어)놀이’에서 그 형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영감신 외에도 바람의 신 영등할망, 용왕신 등 신들의 축제가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와 같이 해마다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실존인물의 신격화에 대해. 임경업, 최영 장군에 이어 서해 바다의 지역성, 역사성에 기반해 맥아더 장군도 신이 되었다. 맥아더 장군 무신도는 한국전쟁으로 인한 아버지의 부재, 인천에 미군기지가 있던 시대적 상황, 모뉴먼트의 설립(1957) 등으로 이정자 만신이 만들어낸 대항기억 이미지라 판단되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시대적 상황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과거와 동시대를 연결해주는 매개체로 느껴졌다.

다시 떠오른 바다의 신, 일본 아마비에(アマビエ, Amabie) 현상에 대해. 아마비에는 긴 머리와 부리를 가지고 있으며 몸에는 비늘, 다리 끝은 세 갈래로 갈라져 있는 바다 요괴로 코로나 이전에는 존재가 미비했으나 잠시 폭발적으로 코로나 역병에서 지켜줄 신으로 출현했다가 이내 다시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에도시대 사람들에게 간절하게 액병으로부터 가족을 지켜달라고 하는 마음을 담아 그린 요괴 이미지였다고 한다.

이 현상에 대한 의문을 야마다 다까코(YAMADA TAKAKO, 감독, 시민기자, 인천시민명예외교관, 1967-)기자를 인터뷰 진행하며 답을 구할 수 있었다. 으스스한 감각을 양산하는 공포의 다양한 형상, 두려움에 대항하며 만든 이미지 힘이 현재에도 유효한지에 대해. 아마비에 이미지는 잠시 현실의 요청에 답하며 회복과 치유의 역할을 했다.

아시아의 바다의 신 마조에 대해. 마조와의 조우는 인천의 차이나타운 안 의선당(義善堂)이었다. 의선당의 제단에는 중앙에 관음이, 양쪽으로 마조와 용왕신단이 있었다. 연안이 기능을 상실해가듯 장소의 기능이 상실되어감에 따라 현재의 시간보다 과거의 시간이 짙게 느껴졌다.

Installation view of 《Floating Islands, Day for Night》 (TINC, 2023) © Naomi

Day for Night: 이미지의 낮과 밤 

영상 <연불신불煙火神火 fire on the moon, day for night>(single channel video, 11:25, 2023)에서는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디오라마 시각장치(Megalethoscope)를 활용해 연평도 파시의 근현대사진 이미지를 낮과 밤으로 만든다. 낮에는 연불, 밤에는 신불이 피어 오른다는 장면을 소리없는 몸, 몸없는 목소리들이 이미지와 사운드로 시각화되어 교차되며 우리에게, 부주의한 귀들에게 요청한다. 

작업의 방법론을 병풍그림에서 시작해 사진관/극장 배경그림을 연구조사하며 지금의 디오라마 회화의 형식으로 발전시켜 왔는데, 병풍과 디오라마의 공통점은 우리를 실제 그 장소에 놓이게 한다는 것이다. 병풍을 펼치면, 디오라마의 공간에 들어서면 우리가 발딛고 있는 현실은 가상의 다른 장소가 된다. 기존 병풍의 역할과는 달리 폭과 폭이 장면 전환의 ‘막’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시공간은 파시 풍경의 광활한 장막 앞, 바다 위 떠도는 섬과 같은 배들을 상징하며 회화와 오브제 형식의 환영으로 이루어져 있다. 

* 최기숙, 『계류자들』, 현실문화, 2022

** 마크 피셔,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구픽, 2019 

글 | 나오미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