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준, ‘낮고, 빠르게 쏘기’ 시리즈, 2019-2020. 《의문문》 전시 전경(캔파운데이션, 2020) © 윤태준

저것은 돌이다. 하지만 사진 속의 돌은 현실과 달리 납작하다. 저것은 돌이다. 하지만 사진 속의 돌은 현실과 달리 가볍다. 그럼에도, 저것은 돌이다. 사진 속의 돌이 더 이상 납작하지 않고, 가볍지 않은 순간이 찾아온다. 사진을 바라보는 과정은 시각에 의존하지만, 사진 속의 대상을 지각하는 일에는 시각 이외의 다양한 감각과 경험, 기억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사진을 바라보며 기억 속에서 촉감과 질감, 온도와 냄새 등이 동시에 떠오를 때 의심 없이 저것은 돌이다, 인식하게 된다.

윤태준은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또 찍힌 사진을 바라보는 일에서 소거되거나 덧씌워지는 감각들, 또 결핍되거나 과잉되는 지각을 주목한다. 그는 사진 속의 대상이 품은 의미와 맥락들을 이야기로 연결하고, 그 이야기에 맞게 이미지를 편집하는 방식의 작업에 의문을 품는다. 그 이유는 이미지를 기승전결 식의 전형적인 이야기의 구조와 형태 안에 가두기 때문이다.

윤태준은 작업 ‘낮고, 빠르게 쏘기 Low, Quickdraw’ (2019~2020)와 ‘미들턴 Middle Turn’ (2020~)에서 최대한 의미와 이야기를 제거하고, 사진이 생산되고 전달되는 일련의 과정 안에서 수반되는 감각과 인식에 집중한다. 또 시각 매체인 사진 안에 자신이 느낀 다양한 감각을 어떻게 최대한 구현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작품 이미지는 대부분 스튜디오에서 오브제를 촬영하고, 해당 이미지를 프린트해 또 다른 오브제와 병치하거나 이미지 데이터를 3D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불러와 가공해 만들어졌다. 실제로 촬영하는 일보다 촬영 데이터를 재편집하는 데 시간이 더 할애된 제작 과정에는 3D 그래픽을 포함해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사용되었다. 그 까닭에 ‘낮고, 빠르게 쏘기’에서 ‘미들턴’까지 이어지는 작업에는 사진으로 보이는 이미지부터, 사진보다는 그래픽으로 인지되는 이미지까지 포함된다.

사진에서 그래픽까지 다양한 레이어가 쌓인 이미지에서는, 여러 감각을 통해 대상에서 느낀 다양한 물성을 시각 이미지에 구현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또한 사진과 그래픽의 경계가 모호한 작업은, 어떤 이미지를 사진이라고 규정할 때 어떤 감각과 인식이 작동되는 것인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