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준의 작업은
사진, 인쇄물, 설치, 오브제, 디지털 스크린, 3D 그래픽, 영상
등 다양한 형식을 오가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진이 사물과 감각을 어떻게 변환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놓여 있다. '회한의 무게' 연작에서는 일기장, 사진, 편지, 시계, 명찰, 돌 등 개인적 기억과 연결된 사물들이 얼음 속에 갇힌 채
촬영되었다. 이 작업에서 사진은 사물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얼음의
해빙과 변색, 물의 흐름을 통해 보존이 언제나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사진의 기록성은 여기서 안정적인 증거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흔들리는 기억의 상태와 맞물린다.
'환상계단' 연작은 사진과 설치, 퍼포먼스, 망점 이미지의 형식을 결합하며 실존하지 않는 대상을 물성을 가진 오브제로 치환했다. 사료 속 인물, 초안산의 묘, 은행나무의
구멍, 제례의 흔적은 사진적 이미지와 공간적 장치로 재구성되며, 과거와
현재, 실재와 허구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이 작업에서 비누방울처럼
보이는 망점 이미지는 도시 속에서 사라지거나 소외된 존재들을 암시한다. 사진은 이때 단일한 장면의 기록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존재를 잠시 떠오르게 하는 얇은 막이자 임시적인 표면이 된다.
'낮고, 빠르게 쏘기' 연작과 '미들턴' 연작에서 작가는 사진의 평면성과 디지털 이미지의 가공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돌을 촬영한 이미지는 2D·3D 그래픽
소프트웨어 안에서 변형되고, 사진은 두께 있는 배경이 되거나 가상의 사물 표면으로 전환된다. 실제 돌과 돌의 형상을 한 가상의 사물은 서로 충돌하고 대체되며, 관객은
사진 속 대상이 평면 이미지인지, 디지털 그래픽인지, 혹은
물질적 사물의 흔적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인다. 이 과정에서 사진은 재현의 결과물이 아니라, 물성과 감각이 새롭게 조립되는 제작 과정 자체가 된다.
최근의 〈반딧불이〉, 〈Water Photoautomat〉, '송신기에서 물체로' 연작은 사진을 인쇄 매체와 디지털 장치, 영상, 설치 구조로 확장한다. 《워터
포토아우토맛》(스페이스 디디에프, 2024)에서 작가는 사진을
통해 사라진 자들의 흔적을 수집하고, 그 파편들을 다시 현재의 이미지로 조직했다. 2026 서울사진축제 《컴백홈》(서울시립 사진미술관, 2026)에서 선보인 '송신기에서 물체로' 연작은 디본드 패널, 잉크젯 프린트, 폴리카보네이트, 알루미늄 프로파일 등의 재료를 통해 평평한 이미지에
부피와 물리적 긴장을 부여한다. 윤태준의 사진은 이처럼 인쇄된 표면,
화면, 구조물, 데이터의 층위를 통과하며, 보는 경험을 손의 감각과 몸의 지각으로 확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