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경(b. 1988)은 근대와 현대를 통과하면서 주류에서 탈락한 역사와 그 과정에서 생긴 굴절된 욕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사회가 낳은 이분법적 존재들에 주목해 온 그는, 그 둘의 간격을 좁히거나 때로는 넓히는 작업을 통해 그러한 갈등의 한 가운데 서 있기를 지향한다.


곽동경, 〈나머지정리 #5〉, 2021, 피그먼트 프린트, 40.6x50.8cm © 곽동경

곽동경은 사진을 전공하기 전 환경공학과 출신의 이공대생이었다. 환경과 인간, 그리고 기술이라는 세 항 사이의 관계를 다루던 경험은, 자연스럽게 인간이 구축한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틸틸미틸》 전시 전경(플랜비 프로젝트 스페이스, 2021) © 플랜비 프로젝트 스페이스

이러한 배경과 함께 전개되어 온 그의 사진은 인간이 만들어낸 환경의 풍경과 그 이면의 모습을 담아왔다.
 
곽동경의 첫 번째 개인전 《틸틸미틸》(플랜비 프로젝트 스페이스, 2021)은 십여 년에 걸친 작가의 사진 작업물을 크게 네 가지 범주로 나누어 선보였다.


곽동경, 〈510kilometer #1〉, 2021, 단채널 비디오, 흑백, 3분 40초 © 곽동경

먼저, ‘510kilometer’ 연작은 작가가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던 시기의 작업이다. “사진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넣는 것”이라 배웠던 작가는 필름 카메라를 들고 4대강 사업이 한창이었던 낙동강 줄기를 따라 걸으며 3년 간 촬영을 했다.
 
부산에서 낙동강의 큰 지류가 시작되는 안동까지 차도 없이 두 발로 걸으면서, 작가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사진 안에 넣었을 때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하고자 했다.


곽동경, 〈나머지정리 #3〉, 2021, 피그먼트 프린트, 40.6x50.8cm © 곽동경

그리고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작가의 관심사를 연결해 온 연작 ‘나머지정리’(2021)는 주변의 환경 속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남겨져 있는 ‘나머지’들을 포착한 사진 작업이다.
 
그 중, 열차 운행이 드문 민둥산역 인근 철도아파트를 담은 사진은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는 민원이 빗발치는 장소이지만 막상 사진에는 소란스러움이 제거된 채 평온한 모습으로 담겨 있다.
 
개발에 격앙된 목소리는 인간의 것일 뿐 철도아파트 그리고 그에 붙어 자라는 나무는 세파와는 무관하게 자기 나름의 시간 속에 그저 존재할 뿐이다.


곽동경, 〈LAND Landscape #7〉, 2021, 피그먼트 프린트, 40.6x50.8cm © 곽동경

한편, ‘LAND Landscape’(2021) 연작은 쇠락해가는 전국의 놀이공원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작업은 휴일 없이 일주일 내내 출근을 했던 아버지를 졸라 놀이공원에 갔던 작가의 유년시절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이 작업에서 곽동경은 자신의 내밀한 경험에서 출발했지만, 단순한 향수나 과거 회고에 머무르지 않고 놀이공원의 현재의 풍경을 기록하고자 했다.
 
작가는 일부러 흐린 날이나 안개 낀 날에 촬영을 하고, 채도를 가급적 빼내려 하거나, 이미 찍어 놓은 사진은 후반 작업을 통해 원하는 색상으로 바꾸는 수고로움을 더하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곽동경, 〈LAND Landscape #2〉, 2021, 피그먼트 프린트, 40.6x50.8cm © 곽동경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작가는 과거에 천착한 과도한 연출이나 감상적 시선을 최대한 배제한 채 담담한 풍경 사진의 형식을 유지하려 했다.
 
이로써 그의 사진은 과거에 밀착된 장소가 아닌 흐르는 시간 속에 놓인 장소로서의 놀이공원을 담아내며, 그저 레트로나 추억팔이용 사진으로 소비되기를 지양한다.


곽동경, 〈날숨 #1〉, 2021, 피그먼트 프린트, 50.8x33.9cm © 곽동경

전시장 도입부에 자리해 있었던 ‘날숨’(2021) 연작은 렌즈 앞에 숨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필터 처리의 느낌이 나도록 하여 촬영한 바다 사진이다. 이 작업은 협력 큐레이터인 김현주 기획자와 진행한 부산 영도에 대한 리서치 프로젝트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곽동경은 근현대의 영도보다 더 오래되었을, 부둣가 바닷물을 근거리에서 카메라에 담았다. 그 결과, 사진을 통해 그 장소에 얽힌 역사나 서사가 드러나는 대신 오히려 인간사의 풍파 속에서도 자연스럽고 평안했을 자연의 모습에 시선을 돌리게 한다.


《문제는그게아닌거같은데요》 전시 전경(공간 힘, 2023) © 공간 힘

이후 곽동경은 자본주의 사회가 건설한 신(新) 식민지 공간을 포착하면서, 특정 장소에서 일어난 ‘산업의 이동’에 열역학 법칙을 환유하는 작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열역학 법칙에 따르면 엔트로피가 증가하더라도 총에너지는 불변한다는 것인데, 작가는 이를 산업이 이동하면서 탈구된 장소가 생성되고 새로운 신화가 탄생하지만, 자본의 총체적 개념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 빗대어 비판한다.


곽동경, 〈하이원 그랜드호텔 메인타워 스탠다드룸, 정선군 사북읍〉, 2022, 피그먼트 프린트, 100x125cm © 곽동경

예를 들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된 ‘슬롯’ 연작은 지역 경제의 이면과 오작동을 시각적으로 추적한다. 작업의 배경이 된 강원랜드는 폐광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공적 자금으로 설립된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다.
 
이곳에서 게임을 하면 투자한 비용과 시간에 비례해 콤프라는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이 포인트는 게임에 쓸 수는 없지만, 강원랜드를 비롯해 그 일대의 숙소나 식당, 가게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우대나 무료를 뜻하는 영어 단어 “Complimentary”에서 따온 이 포인트식 지불 방식은 지역 상권과 방문객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도박에 중독된 이들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헐값에 거래되곤 한다.


곽동경, ‘슬롯’ 연작, 《공백을 채우십시오》 전시 전경(대전시립미술관, 2025) © 대전시립미술관

‘슬롯’ 연작은 이러한 콤프를 매개로 한 강원랜드 일대의 이면을 담담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이러한 장면들은 지역 개발과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 아래 가려져 있던 복합적이고도 모순적인 현실을 드러낸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역 특색을 살린 동화를 창작하고 그에 어울리는 테마파크를 건립했지만 인기가 없어 흉물로 전락한 모습부터, 그 반대로 오랫동안 흉물처럼 방치되었지만 유명 드라마 세트장으로 쓰인 후 인기를 끌며 갑자기 부자연스러운 관광지로 조성된 옛 광부들의 목욕탕, 그리고 도박에 중독된 이들의 저당 잡힌 자동차 등이 카메라에 담겼다.


곽동경, 〈저당 잡힌 차량들, 정선군 사북읍〉, 2024 © 곽동경

송수정 학예사는 한 평론 글에서, 라스베이거스처럼 화려한 관광지를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소도시와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카지노에 왔다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이들 사이에서 목격되는 풍경들은 “부자연스럽거나 생경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다”고 평했다.


곽동경, 〈Blue sensitive #3〉, 2021 © 곽동경

이처럼 곽동경은 인간 사회의 역동과 맞닿아 있는 장소의 풍경 속에서 ‘의미가 없는 것들, 의미의 나머지들’을 포착해 그 이면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왔다. 이러한 그의 사진 속에는 특정한 시간성이나 상징적인 것들은 배제되고, 스펙타클한 이미지보다 ‘연속적인 평이한’ 것들에 포커스를 둔다.
 
작가는 자신의 의도와 연출을 최대한으로 배제하고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촬영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서가 아닌 사진이 스스로 이야기를 건넬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둔다.

"사진이 역사적인 것을 말한다면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 스스로 말하지 않을까." (곽동경, 작가 노트)


곽동경 작가 ©시사IN

곽동경은 상명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상문화학을 전공했다. 개인전으로는 《Cherry Orange Plum》(캡션 서울, 서울, 2024), 《틸틸미틸》(플랜비 프로젝트 스페이스, 서울, 2021) 등이 있다.
 
또한 작가는 2025 부산국제사진제 《피부 아래; 열과 막》(일산수지, 부산, 2025), DMA 캠프 2025 《공백을 채우십시오》(대전시립미술관, 대전, 2025), 《문제는그게아닌거같은데요》(공간 힘, 부산, 2023; 탈영역우정국, 서울, 2022), 《두꺼비집》(새공간, 서울, 2021) 등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곽동경은 시사IN이 진행하는 ‘2024 올해의 사진’ 참여 사진가로 선정된 바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