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1회째를 맞은 《2005 베니스 비엔날레》에 15명의 한국 작가가 참가한다.
오는 6월 10일 개막할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에는 최정화, 박이소, 박기원, 정연두, 성낙희, 김소라, 김홍석, 문성식, 박세진, 오형근, 배영환, 이주요, 김범, 나키온, 함진이 작품을 선보인다.
자르디니 공원 내 한국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문뒤의 비밀》이라는 제하에 한국현대미술이 한국사회문화의 변화를 바탕으로 어떻게 전지구적 동시대성을 획득하고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켰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 전시된다.
한국관 커미셔너 김선정 씨는 이를 위해 '차경(借景)'이라는 한국 전통의 건축개념을 끌어들였다.
외부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내부로 끌어들이는 차경이라는 개념을 빌려와 1990년대 이후 한국미술의 내외부에서 변화하는 문화적 양태들을 수용하고 차용하는 과정을 경험한 작가들의 작업태도와 방식을 하나의 풍경처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한국관의 건축 공간을 해석하는 개념으로도 사용돼 최정화 씨가 한국관 옥상에 붉은색 소쿠리를 쌓아올려 거대한 성벽처럼 보이게 하고 박기원 씨는 반투명 옥색 FRP로 건물의 파사드를 포장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이 작업을 통해 한국관은 베니스의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 또다른 조형물로 관람객들에게 다가서게 된다.
최씨는 또 한국관 뒤편에 플라스틱 방수천으로 만든 〈연꽃〉도 선보인다.
고인이 된 박이소 씨는 다소 비좁은 의자에 세계지도를 그려넣은 〈월드 체어〉를 선보이며, 정연두 씨는 동일한 구조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국 중산층의 모습을 촬영한 슬라이드 프로젝션 작업을 선보인다.
성낙희 씨는 건물 내 기둥과 천장, 창문 등에 벽화처럼 그린 드로잉 작품을 선보이며, 김소라 씨는 한국의 유행가를 스페인어로 번안해 부른 뮤직비디오 작품을 내놓는다. 김홍석 씨는 난생설화를 은유하는 거대한 달갈모양의 구조물로 서사적 텍스트가 다른 언어로 번역될 때 일어나는 현상을 보여준다.
문성식 씨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풍경을 재해석한 작품들을, 박세진 씨는 인간의 노동이 야기한 육체와 자연, 환경의 변화를 보여주는 작업을, 오형근 씨는 광주민주화운동을 극화한 영화 '꽃잎'의 촬영현장을 카메라로 재현한 작업을 보여줄 예정이다.
배영환 씨의 〈유행가 프로젝트〉는 국내 민주화운동의 주요 장면들과 당시의 금지곡들을 병치시킨 뮤직비디오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지워버리고, 김범 씨는 오브제와 책 프로젝트를 통해 근대화 이후 상투적으로 구조화한 개인의 정신세계를 드러낸다.
이 밖에 언더그라운드 디제이, 디자이너 등을 겸해온 나키온, 너무도 사소해서 지나치기 쉬운 사물을 재기발랄하게 표현하는 함진 씨의 작품도 베니스 비엔날레를 찾을 각국의 미술전문가들을 맞이하게 된다.
커미셔너 김씨는 "80년대 거대담론이 한국사회를 지배했다면 90년대에는 작가들의 작업방법이나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이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참여 작가들을 한 주제로 묶어내기보다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비엔날레에는 길버트 앤 조지(Gilbert&George)와 같은 유명작가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어서 여러 작가들을 한데 모아 놓은 한국관이 전세계미술인들에게 어떻게 다가설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편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의 총감독은 마리아 데 코랄과 로자 마르티네즈가 맡고 있으며 로자 마르티네즈가 큐레이팅한 주제전 《언제나 한걸음 더 멀리》에는 김수자 씨가 전세계에서 모인 48명의 작가들과 함께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