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 OCI Museum of Art

개인전과 단체전, 다채로운 수상과 레지던시 경력을 지닌 양정욱의 개인전 《Maybe it's like that》가 지난 10월 28일부터 시작하여, 다음달 28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양정욱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OCI미술관은 양정욱 작가와 인연이 깊다. 지난 2015년 작가는 OCI미술관에서 신진작가로 선정된 바 있으며, 《은퇴한 맹인 안마사 A씨는 이제 안마기기를 판다》라는 제목의 전시를 선보였다. 이제 그는 온갖 삶의 애매함과 갑갑함이 뭉친 작품들과 함께 돌아왔다. 

“잘린 머리카락을 털어내며 정리하려는 미용사에게 한쪽 머리가 더 긴 것 같다고 말했다. 샐쭉해진 미용사는 빗으로 몇 번 빗어보고는 가위질을 했다. 그 후로도 나는 망토 안에 손을 넣은 채로 몇 번이나 어떤 모양에 대해 설명했다. 결국 미용사는 나의 설명을 알아듣지 못한 것 같다.”

(도록 작가의 글 발췌)

Yang Jung Uk, A Map You Can’t Take, 2021, Mixed Media, Dimensions variable © OCI Museum of Art

무언가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한다고 해보자. 말하면 말할수록 문장들은 애매해지고, 그리고 그 사이에서 깊어지는 오해의 순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이처럼 쉽게 통하지 않는 알쏭달쏭한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상황을 양정욱 작가만의 조각으로 나타낸 것이 이번 전시이다. 그래서 일까? 전시장 도입부부터 마주한 양정욱 작가의 작품은 무수히 많은 물음표를 생성하고 있는 듯했다. 육중한 덩어리들이 포개어져 있으면서 모터소리를 내며 부분적으로 돌아가는 조각. 자세히 살펴보면 작품 표면의 요철이 있는데 이는 지형지물의 분포를 의미하며, 지도에 표시하듯 이런저런 택(Tag)이 붙여져 있다. 이는 입체 조각 약도나 지도로 해석될 수 있다.

그 밖에도, 양정욱 작가는 삶 속에서 겪은 애매한 내용들에 대해 글을 써 내려가고 이를 시각화시킨다. 사람들과의 대화 내용이 필수적으로 있는 것은 아니다. 가령 급하게 요리를 해서 자주 하던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맛을 제대로 내지 못했거나, 비행기를 보다가 새로운 비행기 모양의 구름을 찾는 것과 같은 소소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이는 〈구름에서 : 비행기〉와 같은 제목의 조각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처럼 양정욱 작가의 작품에서 ‘글’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그의 글과 조각에 등장하는 이야기로 미루어 보아, 그는 작업이 전부가 아닌 사는 것 자체가 작업인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근작에서는 이전 작품과의 차이점도 두드러진다. 여태까지 작가의 작품은 작은 보조 요소들이 하나 둘 모여 서로를 꿰뚫고 옭아매며 점차 하나의 큰 덩어리로 통합되는 형상이었다면, 이번 작업들은 좀 더 입체적이며 섬세하고 두툼해졌다고 할 수 있다. 표면의 기물들도 작은 구슬이나 철사에서 발전하여, 구체적인 사물이 등장한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이야기하자면, 아이패드나 모델링 앱, 3D프린터가 모터와 만나 좀 더 복합적인 움직임을 달성했으며, 작품의 에너지를 극대화 시켜주고 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슬림하고 공중을 부양하듯 한 형상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Installation view © OCI Museum of Art

양정욱 작가의 전시 제목 'Maybe it's like that', ‘아마 그럴 것 같다’는 〈가져갈 수 없는 약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은 몇 개의 나무토막이 거리를 두고 얼기설기 엮여져 공중에 떠 있는 형태이다. 그리고 이 주변을 플라스틱 재질의 막대가 궤도처럼 겉돌고 있다. 이는 마치 핵심을 공교롭게 비껴가는 빈약한 힌트들을 연상하게 해준다. 작가의 자신의 글에서 약도를 “자세히 그릴수록 펜 끝이 종이를 뚫어버렸다”고 설명하면서 오히려 “적당히 간결하게 건물을” 그리고 “그것들 간의 여백을 보며 근사하다고 생각”하며 “약도를 그에게 주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자세한 약도가 아니라, 느슨하고 애매한 약도를 건네주는 행위. 오히려 가져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약도를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 엇갈린 생각의 생김새와 삶 속의 대화가 'Maybe it's like that', ‘아마 그럴 것 같다’라는 주제로 설명되는 작품이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