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그룹 ‘SEOM:(섬:)’은 일상에서 발견한 소리를 재구성하는 작업의 엄예슬(b. 1987)과 장소와 지역이 가진 이야기를 현재의 맥락에서 미적 언어로 재해석하는 작업의 서하늬(b. 1988)가 2021년 결성한 팀이다.
 
이들은 공간의 물리적 특징과 역사적 맥락을 바탕으로 하여 소리 매체를 활용한 설치 작업을 진행하며, 그 과정에서 전시 공간의 물리적 특성을 하나의 설치 요소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두 작가의 성 ‘SEO(서)’와 ‘EOM(엄)’을 교집합 하여 만든 SEOM(섬)이란 글자에 ‘ : (장음)’ 발음 기호를 붙여 울림을 준 팀명 ‘SEOM:’은 소리와 공간을 주된 매체로 활용하는 팀의 성격을 의미한다.


《Full Box Project》 전시 전경(CoSMo40, 2022) © SEOM:

팀 결성 전 엄예슬 작가는 환풍기 소리, 바람 소리, 그릇 소리와 같은 일상의 소리를 전시 공간에 퍼포먼스적 요소가 있는 설치와 함께 관객에게 드러내거나, 도시의 풍경과 같은 시각적 요소를 악보와 같은 규칙을 만들어 청각적 요소로 재구성하는 등 소리를 활용한 다양한 실험을 해왔다.
 
서하늬 작가는 미술관을 예술적 경험을 위한 현대의 의례 공간으로 인지하며, 특정 장소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형되고 고착되어 만들어진 오브제의 형태와 건축, 규칙, 서사적 요소 등을 미적언어로 전시 공간에 재구성하여 관객이 특정 공간에 대해 환기할 수 있는 몰입적 경험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Fluide (Incheon] Fluide)- ‘인천에 코끼리가 산다’》 전시 전경(인천아트플랫폼, 2022). 사진: 곽동경. © 인천아트플랫폼

2021년, 두 작가는 작업에서 질적으로 추구하는 관객의 경험이라는 공동의 지향으로 팀을 결성하고, 공간의 물리적 특징과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소재로 감각적 경험을 탐구해 왔다. 그 과정에서 전시 공간을 관객과 작업의 물리적 만남을 통해서 실현될 총체적 경험에 관여하는 요소로 생각함으로써 전시 공간의 물리적 특성을 하나의 설치 요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SEOM:의 첫 협업은 2022년 인천아트플랫폼 지역연구 프로젝트 전시 《[Fluide (Incheon] Fluide)- ‘인천에 코끼리가 산다’》에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소리 매체의 특성을 활용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적 풍경을 전시장 안에 담으며, 지역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풀어냈다.


《[Fluide (Incheon] Fluide)- ‘인천에 코끼리가 산다’》 전시 전경(인천아트플랫폼, 2022). 사진: 곽동경. © 인천아트플랫폼

이 프로젝트에서 SEOM:은 인천에서 녹음한 소리를 인천 중구에 거주하는 지역 아동들과 함께 들으며 작업을 제작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적 풍경을 〈인천에 코끼리가 산다〉(2022)라는 제목으로 담아 낸다.
 
SEOM:은 2022년 상반기부터 인천의 바다 끝에서 녹음한 소리를 아동들에게 출처를 밝히지 않고 순차적으로 들려주었다. 아이들은 프로젝트의 첫 시작에 녹음한 ‘정박한 배가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코끼리를 상상하고, 이야기의 모티브를 그림과 입체 조형물로 만들었다. 이는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소리를 함께 들은 아이들의 믿음과 함께 ‘실존할지 모르는 이야기’가 되었다.


《[Fluide (Incheon] Fluide)- ‘인천에 코끼리가 산다’》 전시 전경(인천아트플랫폼, 2022). 사진: 곽동경. © 인천아트플랫폼

전시 공간은 영상 〈인천에 코끼리가 산다〉와 함께, 아이들이 점토로 만든 조형물을 본떠서 관객들이 직접 앉아보고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든 스툴 〈Figure I, II, III, IIII〉 4개, 관객들이 인천의 소리를 듣고 이야기의 모티브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소리벽〉으로 구성되었다.
 
〈인천에 코끼리가 산다〉는 런타임 워크숍에 참여한 작가 김준아, 박혜림, 조은비, 허정과 함께, 아이들이 그린 400여 장의 그림을 이어 붙이거나 가상의 주제를 만들어 분류하며 이미지 간의 간섭을 만드는 과정을 담고 있다.
 
SEOM:은 아이들이 만든 400여 개의 소리 이미지로 가상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워크숍 과정을 전시 공간으로 옮겨놓으며, 전시 공간의 물리적 특징과 인천의 역사적 맥락을 가로지르며 소리를 매개로 한 새로운 서사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하였다.


SEOM:, 〈해시(海市) - 바다 위에 지어진 도시〉, 2022, 인천아트플랫폼 사운드 워크 프로그램 《가을엔 소리산책》 전경 © SEOM:

이러한 소리와 공간에 대한 SEOM:의 작업은 전시장이라는 실내에서 벗어나 야외 공간에서도 이어졌다. 예를 들어, 사운드 워크 작업인 〈해시(海市) - 바다 위에 지어진 도시〉(2022)는 SEOM:이 계획한 지도를 길잡아 삼아 우리를 둘러싼 소리 환경을 탐구할 수 있게 한다.
 
‘해시’는 바다 위에 지어진 도시를 뜻하며 신기루—대기 중 빛의 굴절현상 때문에 실제로는 없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 — 라는 의미도 있다. SEOM:은 시민들과 함께 걸으며 인천아트플랫폼 주변의 소리를 네 가지 주제어—사라진 소리, 존재하는 소리, 보이지 않는 소리, 이어지는 소리–를 중심으로 관찰하였다.


SEOM:, 〈해시(海市) - 바다 위에 지어진 도시〉, 2022, 인천아트플랫폼 사운드 워크 프로그램 《가을엔 소리산책》 전경 © SEOM:

각 주제어에 따른 사운드는 그 장소가 가진 지역성과 이제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과거의 소리들, 그리고 평소에는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았던 것들을 담아낸다. 참여자들은 이러한 소리들을 듣고 걸으며, 인천이라는 장소를 새롭게 감각하고 현재 발 딛고 서 있는 이 길에 축적되어 있을 지역의 역사를 상상하게 된다.


《Drama》 전시 전경(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서울, 2023) ©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한편, 2023년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에서 열린 개인전 《Drama》에서 SEOM:은 전시 공간에 ‘무대’라는 정체성을 부여했다. 그러나 일종의 극 무대로서 펼쳐진 전시 《Drama》에는 어떠한 배우도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그 무대에 오르는 배우는 다름 아닌 관객이었다.
 
이때 SEOM:은 관객에게 “이 무대에서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 움직이고 행위하는 고유한 신체를 동반해야 한다”는 한 가지 요구사항을 전했다.
 
가령, 작품 〈sceneryⅠ〉, 〈sceneryⅡ〉, 〈sceneryⅢ〉는 배우가 된 관객이 관객석과 무대 위를 거닐거나 정체함으로써 구현된다. 무대 위에서 행위하는 관객의 몸짓은 저마다의 광경(scenery)을 연출하고, 때로는 퍼포먼스처럼 작동하며 작품을 완성하였다.


《Drama》 전시 전경(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서울, 2023) ©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전시장 속 작품들은 분명한 심장 소리를 뿜어내고 있는 테이블의 형태로, 곡선의 형태와 부드럽고 폭신한 표피로 인해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관객 앞에 존재했다. 테이블에 팔을 올리고 손을 귀에 가져가는 순간, 관객은 자신의 신체를 통해 들어온 누군가의 심장 소리를 듣게 된다. 평소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심장 소리를 느끼는 순간, 지금-여기에서 자신과 살이 닿는 모든 이들의 감정이 서서히 동요되고 엮인다.


《Drama》 전시 전경(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서울, 2023) ©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이곳에서 ‘나’의 행위는 감각함의 경험을 깨워, 새로운 세계 인식 및 실존의 의미를 전달한다. 또한 소리 매체는 현재라는 시간성을 특징으로 우리의 경험을 지금-여기에서만 일어나는 특별하고 개별적인 사건으로 만든다. 관객의 드라마는 복제 또는 간접적 자료로는 온전한 경험이 불가한, 오로지 지금 순간의 경험을 통해서만 완성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시는 관객으로 하여금 비밀스럽게 가려진 안쪽 무대로 인도한다. 이곳에는 혼자만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었으며, 여기서 관객은 테이블에 손을 올려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듣는다. 지금-여기에서 뛰고 있는 나의 심장 소리는 앞서 시공간의 무작위적 층위를 떠돌았던 감정과 기억을 현재로 되돌려 가장 자연스러운 나를 마주하게 한다.


《Drama》 전시 전경(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서울, 2023) ©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Drama》를 통해 작가는 전시 공간에서 무대를 발견하고, 드라마를 내세워 폭넓은 이야기를 시도하였다. 인간 삶을 총칭하는 드라마는 관객의 행위를 통해 무대 위에서 외적으로 구현된다. 살아있는 신체로 행위하고 경험하는 것, 삶과 일상의 연속선상에서 퍼포먼스적 드라마가 재현된다.
 
또한 드라마는 소리 경험을 통해 내적으로 완성된다. 심장 소리는 드라마의 근간이 되는 생명 그 자체의 재인식을 이뤄낸다. 이 소리는 그/그녀의 살아있음과 더불어 나의 삶 또한 이곳에서 분명히 지속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SEOM:, 〈소리를 전달하는 방법〉, 2024, 《미술관 밖 프로젝트 #1-6_열 개의 눈》 전시 전경(석당미술관, 2024) © SEOM:

그리고 2024년 부산현대미술관 《미술관 밖 프로젝트 #1-6_열 개의 눈》에 참여하며 SEOM:은 청각을 제외한 남은 감각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소리를 전달하는 방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SEOM:은 시민들과 소리를 전달하는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평소 기계 장치의 의존한 소리 전달의 편의성이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의 소리에 대한 소통의 장벽을 만들어 온 것이 아닌지 성찰하고자 했다.


SEOM:, 〈소리를 전달하는 방법〉, 2024, 《미술관 밖 프로젝트 #1-6_열 개의 눈》 전시 전경(석당미술관, 2024) © SEOM:

먼저, 참여자와 작가는 사운드워크의 방법론을 빌려 부산현대미술관 주변 환경을 소리로 환기하며 사운드스케이프를 수집했다. 수동 기구를 활용한 소리 표현 활동을 통해 수집한 소리의 다양한 특징(강약, 변동성, 주파수, 시간 등)을 탐구하고 새로운 ‘소리 전달하기’ 방법을 모색했다.
 
이후 이들은 청각을 제외한 남은 감각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방법을 탐구하며 매뉴얼을 만들었다. SEOM:은 전시장에 찾아오는 모든 관객이 스스로 용이한 감각기관으로 그 날의 소리를 경험하도록 했다. 관객은 작품에서 재현된 사운드스케이프를 청각, 시각, 촉각으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SEOM:, 〈감각을 따라 걷기〉, 2025, 설치, 《열 개의 눈》 전시 전경(부산현대미술관, 2025) © SEOM: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에서 진행된 〈감각을 따라 걷기〉(2025)는 공간형 사운드 설치 작업을 통해 청각, 시각, 촉각이 유기적으로 얽혀 하나의 종합된 감각이 되어가는 경험을 제안한다. 이 작품은 지름 약 5미터의 링 모양의 구조물로, 중앙이 높고 양 끝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형태를 가진다. 표면은 천, 실, 털 등 다양한 촉각적 재료가 덮여 있으며, 그 내부에는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자연의 소리는 부산현대미술관 《열 개의 눈》 사전 워크숍에서 부산 시민과 미술관 주변을 걸으며 직접 채집한 것이다.


SEOM:, 〈감각을 따라 걷기〉, 2025, 설치, 《열 개의 눈》 전시 전경(부산현대미술관, 2025) © SEOM:

이렇듯 SEOM:은 공간과 소리를 매개로 관객의 예술적 경험을 다양화하는 실험을 계속 이어 나가고 있다. 이들이 구현한 소리-공간은 관객으로 하여금 시각, 청각, 촉각 등 신체 전반의 감각 기관의 참여를 요청함으로써, 신체 몰입적 경험을 유도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관객은 살아 있는 자신의 신체로써 ‘감각’하고 ‘경험’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며, 지금-여기에서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계와의 관계를 소리의 울림을 통해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공간의 물리적 특징과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소재로 감각적 경험을 탐구해왔다. 그 과정에서 전시 공간을 관객과 작업의 물리적 만남을 통해서 실현될 총체적 경험에 관여하는 요소로 생각함으로써 전시 공간의 물리적 특성을 하나의 설치 요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SEOM:, 작가 노트)


그룹 SEOM: © 인천아트플랫폼

SEOM:은 서하늬와 엄예슬이 2021년에 결성한 팀이다. 서하늬는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캉/쉘브르 고등 미디어&미술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엄예슬은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캉/쉘브르 고등 미디어&미술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파리 세르지 국립 고등 미술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개인전으로는 《Drama》(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서울, 2023), 《[Fluide (Incheon] fluide) - '인천에 코끼리가 산다'》(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2), 《Full Box Project》(CoSMo40, 인천, 2022)가 있다. 또한 SEOM:은 《열 개의 눈》(부산현대미술관, 부산, 2025), 《그렇게 침묵들은 저물어 가고》(팩토리2, 서울, 2024), 《논알고리즘 챌린지 파트3. 4도씨》(세화미술관, 서울, 2024)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SEOM:은 2022년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입주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