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 © Lee Wan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전시 《카운터밸런스》에는 코디 최 작가와 함께 이완 작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완 작가는 전 세계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인터뷰를 통해 그중 668명을 상징하는 668개의 시계로 구성한 신작 〈고유시(Proper Time)〉, 황학동에서 단돈 5만 원에 구입한 사진 1,412장의 실존 인물인 故 김기문 씨의 개인사와 한국의 근현대사를 교차한 〈Mr. K 그리고 한국사 수집〉을 비롯해 〈더 밝은 내일을 위하여〉,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Made In〉 등 총 6점의 작품을 선보였는데요.

이러한 작품에는 일상과 역사, 개인과 사회 시스템, 자유와 권력, 전통과 근대화, 서구와 아시아의 관계, 자본주의 메커니즘 등 작가가 그동안 탐구해 온 소재와 주제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완 작가는 1979년 서울에서 출생해 동국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했으며, 2005년 중앙미술대전을 통해 미술계에 데뷔했습니다. 갤러리 쌈지(2005년), 미로 스페이스(2008년), 토탈미술관(2009년), 아트스페이스 휴(2010년), 대안공간 풀(2011년), 대구미술관(2013년), 두산갤러리 뉴욕(2014년), 313아트프로젝트(2015년, 2017년) 등 국내외 다양한 미술 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완성해 왔습니다.

그리고 2014년 삼성미술관 리움이 제정한 제1회 ‘아트스펙트럼 작가상’과 제26회 김세중 청년조각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참여 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와 작품의 의미를 알아볼까요?


1995년 문을 연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그동안 한국작가를 해외에 소개하는 중요한 플랫폼이었습니다. 한국관에 참여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베니스비엔날레의 국가관은 작가로서 더없이 영광스러운 자리임에 틀림없습니다. 전 세계 미술인이 베니스에서 제 작품을 본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죠. 무엇보다 그동안 상상만 했던 작업을 실현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베니스비엔날레 개막날이 한국의 대통령 선거날이었어요.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이번 한국관의 《카운터밸런스》는 정말 ‘신의 한수’ 같은 제목입니다. 새로운 정부의 탄생과 함께 한국관의 전시가 개막한다는 우연이 매우 드라마틱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완, 〈고유시〉, 2017, 668개의 시계, 가변크기 © 이완

한국관에 선보인 신작 〈고유시〉는 ‘전 세계의 개인들은 한 끼의 식사를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을 노동에 쓰고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작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문장에 포함된 ‘세계’, ‘개인’, ‘식사’, ‘시간’, ‘노동’ 등의 단어는 그동안 발표한 작품을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고유시〉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통계 내고 도식화한 작업입니다. 지난 5년 동안 ‘Made In’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어요. 그것이 계기가 되어, 전 세계인의 이야기가 담긴 이번 작업을 시작하게 된 거죠. 우선 전 세계인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의 내용은 이름, 국적, 생년, 직업, 연봉, 그리고 식사에 관한 기억 등입니다.

1,200명의 관련 정보를 수집했고, 이것을 토대로 주요 정부가 공개하는 통계 데이터를 이용해 각국의 한 끼 식사 평균 비용과 평균 연봉 등을 산출해 전 세계 평균값을 도출했습니다. 이 값을 실제 물리학의 ‘Proper Time’ 공식의 빛의 속도 자리에 대입했고요. 그렇게 전 세계 GDP 대비 평균 식사값을 기준 속도 1로 잡고 알고리즘에 입력하니까 각 개인의 숫자가 1, 0.5, 2.5, 3.3, 0.2처럼 기준값의 대비 값으로 나왔습니다.

이 숫자를 전자공학 박사, 전자회로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등과 함께 아날로그 쿼츠 시계의 무브먼트를 컨트롤할 수 있는 디지털 회로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개인의 숫자 값을 각 무브먼트의 회로에 입력하면 시계는 그 값에 맞는 속도로 돌아갑니다. 전시장에 설치된 시계 668개는 모두 다른 삶의 속도처럼 각자 다른 속도로 회전해요. 또한 시계가 설치된 공간에 지향성 스피커를 설치해 전 세계인이 식사에 대해 구술하는 음성도 함께 들을 수 있습니다.


이완, 〈더 밝은 내일을 위하여〉, 2017, 레진, 60 x 70 x 70cm © 이완

〈고유시〉와 같은 공간에 전시된 조각 〈더 밝은 내일을 위하여〉는 1970년대 한국의 프로파간다 이미지를 활용한 작업입니다.

제가 과거의 프로파간다 이미지에 관심이 많아요. 과거 권력이 시민을 통제하던 장치가 아직도 유효하다는 점에서 한국을 표현할 때 프로파간다 이미지를 종종 차용해 왔습니다. 부모 세대는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재건하고 개발하는 삶을 살았잖아요. 일제 식민지 이후 미국식 라이프스타일은 하나의 롤모델이 되었고요.

‘더욱 밝은 내일을 위하여’, ‘수출만이 살길이다’, ‘지금의 땀방울이 내일의 행복’ 등, 당시 한국 정부는 지금 열심히 일하면 곧 행복한 날이 올 거라는 프로파간다 슬로건과 이미지를 내걸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때의 미래가 되었지만, 지금의 한국은 어떤가요? 저런 슬로건을 외친 대통령의 딸은 가장 치욕스러운 국정 농단 사태를 일으켜 탄핵되었습니다. 전쟁도 일어나지 않는 나라에서 젊은이들의 사망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요.


이완, ‘Made In’ 연작, 2013–, 제품 및 영상, 가변크기 © 이완

영상 작품 ‘Made In’ 연작은 아시아 12개국으로 여행을 떠나 그곳을 대표하는 특산품을 직접 제작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Made In’ 연작은 어떤 계기로 제작했나요?

‘Made In’ 연작은 효율성의 극을 달리는 시대에 대한 ‘미러링’입니다. ‘내가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보여주마’ 같은 극단적인 청개구리 같다고 해야 할까요? 이 작품을 통해 저의 허무한 행동과 제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효율성을 위해 표면적 이미지로만 교환되는 시대의 내면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Made In’ 연작은 한 국가를 방문하기 전에 최소 1~3개월의 리서치 시간을 거쳤어요. 생산품을 결정하면 제작에 도움을 줄 사람을 섭외했고요. 그들과 함께 장소와 동선 등을 회의하고 일정을 잡아 탐험가처럼 현지 로케이션을 통해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이완, 〈Mr. K 그리고 한국사 수집〉, 2017, 혼합 매체, 가변크기 © 이완

한국관의 주제를 드러내는 상징적 인물로 설정된 아카이브 작품 〈Mr. K 그리고 한국사 수집〉은 한국의 근대화에 관한 작가의 관심과 ‘역사 속 개인의 존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잘 드러냅니다. 

이 작업은 실제 제 취미활동인 수집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동안 저는 한국에서 목격되는 사회 정치적 상황에 집중하며 작업을 해왔어요. 그러다 보니 동시대의 한국뿐 아니라 제가 태어나기 전의 한국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죠. 2010년부터 한국의 ‘정치’와 ‘권력’에 관한 수집을 진행했습니다.

일제 시대 만들어진 조선총독부 간행물, 대통령 임명장과 훈장, 친필 휘호나 저서 등의 대통령 관련 기록물, 당시의 신문들, 동사무소 통신문이나 상장, 시계, 투표 인명부 등 1000여 개를 수집했습니다. 〈Mr. K 그리고 한국사 수집〉의 자료들은 수집 품목 중 일부입니다.


이완, 〈Mr. K 그리고 한국사 수집〉, 2017, 혼합 매체, 가변크기 © 이완

〈Mr. K 그리고 한국사 수집〉에서 우연찮게 구한 한 인물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진들과 한국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역사적 자료를 함께 전시할 때 어떠한 부분에 초점을 맞췄나요?

저는 수집품이나 오브제를 똑같이 대합니다. 수집한 이미지에 제가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고요. 이미지가 이미 의미를 발산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그 의미들을 잘 배열하는 역할을 할 뿐이죠. 그리고 제가 드러내려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앞서 이야기 한 과정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형식적 특징과도 상통하는 것 같아요.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