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Bek Hyunjin’s Exhibiton, 《2017 Korea Artist Prize》 © MMCA

뮤지션으로 먼저 알게 됐던 백현진의 첫 그림을 본 것이 2004년 쯤인 것 같다. 그리고 2008년 그의 개인전도 봤다. 한때 그 자신을 문학, 음악, 미술을 하는 청년이라고 소개했던 그는 이제는 스스로를 ‘전방위 아티스트(Omnidirectional Artist)’라고 불리고 있다. 과거 그의 음악, 다시 말해 어어부프로젝트의 팬이었던 나 역시 예전에는 그가 다양한 장르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은 그의 다양한 활동이 하나로 보인다. ‘전방위 예술’라는 말의 정의를 나는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것이 저마다 다른 업계일 수는 있으나, 일련의 그가 펼치는 활동들은 각기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창작’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나오는 분출의 결과물의 형태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백현진은 지난해 개인전 《들과 새와 개와 재능(Field, Bird, Dog and Talent)》을 열었다. 그의 회화 및 드로잉 신작 25점을 선보이는 동시에 한 달 여의 전시 기간 동안 작가가 매일 마다 나와서 벽을 보고 선 채로 즉흥적인 사운드 퍼포먼스 〈면벽(Face to Wall)〉을 진행했다. 바로 이러한 상황이 무대 위에서 노래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 백현진만이 작동시킬 수 있는 것이라 여겨진다. 심지어 그가 퍼포먼스를 하지 않는 나머지 시간에 그 전시를 봐도 그의 그림들은 충분히 퍼포먼스적인 상황에 놓여져 있는 기분이 든다.

왜냐하면 백현진이 펼쳐 온 창작 활동에서 일관된 것은 ‘몸’이기 때문이다. 공연에서 하는 퍼포먼스나 영화나 드라마에서 했던 연기도 그렇지만, 그의 그림조차 캔버스에서 움직이는 붓놀림, 즉 그의 몸이 느껴진다. 또 그가 부르는 노래는 몸 속 깊은 곳에서 끌어낸 어떤 울부짖음에 가깝다. 과거 미술평론가 이선영이 들뢰즈와 가타리의 이야기를 덧붙이며 그의 작품을 두고 이렇게 평한 적이 있다. “위계화되지 않은 몸의 가변성과 유동성을 보여 준다. ‘천 개의 고원’에 의하면 몸체는 이미 밸브, 체, 수문, 주발이나 연통관의 집합에 불과하다. (…) 위계화된 유기체의 폭발은 죽은 몸이 아니라. 더욱 살아 있으며 다수성으로 가득 찬 몸, 즉 ‘기관 없는 몸체’이다.”

한편 그의 작업에서 위의 ‘몸’ 이야기와는 상반되는 또 한 가지 요소, 즉 변수는 그의 작품 제목이다. ‘뇌신경학과 입자 물리학을 거쳐 다시 괴석이나 괴목 따위를 경험한 이후 어느 동양인에 의해 나올 수 있는 모던 토킹(Modern Talk Coming from an Asian who Has Experienced Strange Stones and Trees After Neurology and Particle Physics)’ ‘벡터건 픽셀이건 나발이건(Vectors or Pixels or Whatsoever)’ ‘당신이 어떤 영화에서 본 듯한 외모를 가진, 선천적으로 굉장히 긍정적인, 하나 독거노인처럼 굉장히 막막한: 빈곤한 청년(A Young Man with a Face Reminiscent of someone from the Movies, By Nature Positive, But Like an Old Man Living Alone, Very Poor and Forlorn)’ 등 상당히 문학적인 표현은 아직 채 정리되지 않은 산만한 머릿속 풍경과도 같다.

과거 그가 출간했던 아트북 ‘오르가니즘 메카니즘 블러리즘’ 중에서 맨 첫 페이지에 실린 드로잉을 보면 ‘글’, ‘그림’, ‘음악’이라는 단어가 삼각관계로 엮여있다. 그의 예술적 근간은 머릿속에 정리되지 못한 채 무한하게 생성되고 엉켜가는 산만한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러나 이렇게 정리되지 않은, 마치 ‘병렬 연결’ 식의 그의 창작물에서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과 꿈틀대는 잠재력을 느낀다. 전시가 열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역시 근미래의 예술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백현진을 추천하며, 또한 〈올해의 작가상〉 이라는 주어진 경쟁적 구도 속에서 그가 만들어 낼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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