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디버깅》, 2022.10.22 – 2022.11.13, 미러드스피어 갤러리
2022.10.18
미러드스피어 갤러리
Installation view of 《Debugging》 © Mirrored Sphere Gallery
“버그(Bug)가 없는 프로그램은 없다.”
프로그래머들에게 명언처럼 떠도는 문장이다. 본래 ‘버그’는 소프트웨어에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는 오류를 가리키는 용어로, 설계된 결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촉발되는 사건이나 현상을 함축하기도 한다. 어떠한 소프트웨어도 버그 없이 작동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버그는 일종의 거부할 수 없는 순리처럼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므로 “버그가 없는 프로그램은 없다.”는 문장은 어떠한 프로그램도 버그가 없이 설계될 수는 없다는 의미를 함축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필연적임을 시사하며 그 언어에 붙은 부정적 의미를 탈착한다.
Installation view of 《Debugging》 © Mirrored Sphere Gallery
디-버그(De-bug)*, 그 어원은 컴퓨터에 침투한 나방이 고장을 일으킨 것에서 유래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나방’은 오류를 초래하는 사소한 사고(Accident)에 불과한가 - 혹은 예기치 못한 정동(Affect)을 일깨우는 잠재적 사건(Event)을 암시하는가?
버그는 개인에게 마치 운명적 사건처럼 등장한다. 이 사건은 아직 언어화되지 않은 채 해결을 기다리는 수많은 단면들을 표상한다. 나방의 침투라는 사건은 곧 개인을 끊임없는 미끄러짐(glitschen)의 상태에 놓이게 하여 그 혼재된 상황에 대응할 것을 요구한다.
사건의 발생과 - 해결 사이 과정의 틈새에서 개인은 자신의 의식 아래 혹은 정서 너머의 것과 같은 미지의 영역을 ‘디버그'한다. 그렇기에 개인의 ‘디버그’는 시스템을 처음으로 다시 복기하기 위한 최적의 - 가장 옳다고 믿어지는 - 방식을 채택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Installation view of 《Debugging》 © Mirrored Sphere Gallery
오류처럼 발생한 사건은 독해와 관철, 해독의 과정을 거쳐 언어화된다. 버그를 마주한 개인은 혼재된 상황 속 아직 밝혀지지 않은 암호나 신호를 발견하여 디버그의 단서로 이용한다. 뒤섞여있는 대상 중에서 일부를 구분해 내는 행위는 일종의 비판적 ‘구분하기’를 수행하는 것이기도 하며, 또 떨어진 조각과 편린을 엮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다음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일탈하기'를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