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현대미술관은 2022년 1월 기준 269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 중 뉴미디어, 단채널/다채널 영상, 영상
설치 작품 등 기술-시간 기반 매체 작품들이 220점으로
전체 소장 비율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외 대부분의
미술관이 “뉴미디어”라는 대범주 아래, 영상, 미디어, 퍼포먼스
등 기술-시간 기반 매체 전반을 포괄하는 소장품 분류 체계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 미술관의 경우, 작품이 최종적으로 시각화되는 형식에 따라 “뉴미디어”, “단채널 영상”, “다채널
영상”, “영상설치” 네 범주로 구분된 수집 체계를 취하고
있다.
“뉴미디어”가 인터넷, 컴퓨터와 같이 새로운 기술 장치 및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미디어 작품 일반을 다룬다면, 단채널/다채널 영상 및 영상설치는
‘무빙 이미지’의 속성을 가진 영상 작품들을 가리키고, 여기에는
퍼포먼스 기록 영상까지도 포함된다. 그럼에도 이 분류 체계가 수집된 모든 작품들에 정확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데, 이는 하나의 범주가 아니라 여러 범주의 매체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거나 해당 분류 체계에
속하지 못하는 형식의 작품들이 해당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뉴미디어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겠지만, 우리 미술관 컬렉션의 특징을 보여주는 주요 작품 군들을 미루어 기술-시간
기반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각 예술 영역으로 한정한다.
대부분의 미술관이 뉴미디어 작품을 소장하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문제들은 바로 “기술”과 “시간”이라는 뉴미디어 매체 특성을 결정짓는 조건들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기술”은 시간의 흐름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가변성”을, “시간”은 물리적 오브제로 고정되지 않고 매 순간 휘발되는 “비물질성”을 자신의 고유한 특질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변성”은 물리적인 기술을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작품들에서, “비물질성”은 일시적인 순간 동안 일회적으로만 존재하는 퍼포먼스 장르에서 보다 두드러지는 특성이겠지만, 대부분의 뉴미디어 매체 작품은 양자 모두를 외재적, 내재적 조건으로
지니고 있다. 특히, 디지털 포맷의 영상 작품,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온라인 네트워크가 필수가 되는 작품 등 최근 디지털 기술이 적용된 작품들에서 기술-시간 기반 매체의 가변적이고 비물질적인 특성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디지털이라는 물성은 추상적인 코드들의 집합이라는 점에서 물질적인 실체가 없고, 쉬이 이동, 복제, 변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인 미술관의 수집 대상이 언제나 변하지 않는 물리적인 형태를 갖고 있는 작품들이었던 점을 염두에 둔다면, 물론, 이렇게 수집된 작품들 또한 무수히 많은 요인들로 사라질 수
있는 유한한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본질이 가변적이고 비물질적인 예술 작품들은 미술관이 수집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가를 재고하게 함으로써 전통적인 소장품 수집 방향으로부터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함을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