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자
각각은 기존에 구획된 경계와 이미 쓰고 있는 언어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살 순 없지만 그것으로는 말해질 수 없는 관계, 그 안의 삶을 만났을 때 이를 생략하지 않고 위치시키려는 현장 속에 있다. 그
안에서 타자가 ‘차이’라는 이름으로 인식되고 자리 잡게 됐을
때, 타자는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가 될 것이다. 서로간의 차이가 묵살되지 않고 진동으로써 관계맺을
수 있다면 그제서야 ‘각각’이 아닌 ‘우리’라는 말을 어설프게라도 꺼내볼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가 동일체가 아닌 다양체로 인식될 때, 이미 각각의 신체가
어떤 관계 위에서 형성되었음을 인식하게 됐을 때, 우리*라는
말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이 전시에 서로 간의 연결이 “같은 것의 지옥”1이 아닌, “공명의 공동체”2가
되길 바라는 불가능한 꿈을 담았다. “익숙한 공동체”3에
환수되지 않는 공동체. “불편한 우정”4을 나누는 생성의
공동체.
여기서
공동체는 감각에 가까울 것이다. 즉 우리*는 그 생성의 공동체라는
감각을 공유하는 혼종집합이 되기를 희망한다. 동일이나 전체란 말로 각각의 특성이 환원되지 않으면서도
연결되어있다는 감각을 만들어내는, 그리고 그 연결이 기존의 것의 재배치를 만들어낼 그 혼종집합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혼합은 영원한 과정이지만, 상상계처럼
새로운 것이기도”5 하다. 다양한 혼종성의 뒤범벅mélange 상태에서 대항적인 것을 좇는 (혼종)집합을 우리*로서 그저 희망하고 상상하며 생성해볼 따름이다.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말하기를 멈추지 않되, 우리의
차별과 억압만이 특별하다고 중요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우리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소수자들과 함께, 정상성과 보편을 의심하고 싸우는 이들과 함께 의존과 연대의 의미를 다시 쓰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장애여성공감 20주년
선언문, 2018
*.우/리, ‘우/리’, 우/////리, 우‘리’, 우리, ᄋ,ᅮ,ᄅ,ᅵ, ᄋ,ᅮ-ᄅ,ᅵ, 우;리, ...
1.한병철, 『타자의
추방』, 이재영 역, 문학과지성사, 2017, 56쪽
2.한병철, 『리추얼의
종말』, 전대호 역, 김영사, 2021, 21쪽
3.권명아, 『무한히
정치적인 외로움』, 갈무리, 2012, 104쪽
4.진은영(2009)이
니체의 말을 빌어 심보선과 함께 『문학과 사회』 87호에서 문학계에
‘불편한 공동체’되기를 제안하며 사용하였고, 권명아(2012)는 위의 책 2장에서 이를 적극 인용해 불편한 우정을 익숙한
공동체의 정동과 이항대립 관계로 위치시키며 기존 동지애를 과시하는 결합을 무화시킬 동력으로 삼았다. 본
전시의 참여자인 우리*는 차이를 되물으며 관계를 지속 생성해가는 공동체를 상상하던 중 “불편한 우정”을 재인용했다.
5.얀 네데르베인 피테르서, 『지구화와
문화』, 조관연, 손선애 역, 에코리브르, 2017, 86쪽
피테르서는
이 책에서 혼종성으로 지구화를 바라보는 관점과 한계를 소개하며 그 속에서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그 과정에서
뒤범벅mélange이라는 용어로 어떤 상태를 가리켜 표현했다. 혼종된
채 존재하는, 즉 이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것들 간의 (영원한) 혼합 말이다. 본
전시와 참여자 각각의 작업이 혼합되며 연결된 상태, ‘그리고’ 앞으로
관객과 생성해나갈 관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