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동현(b. 1982)과 권세정(b. 1988)은 2020년 콜렉티브를 결성한 이후, 영상, 조각, 설치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 주체가 뒤엉키고 연결된 순간들을 주목하고 이를 재현해 왔다. 권동현은 주로 조각 작업을, 권세정은 설치와 영상 작업을 해왔으며, 팀으로 함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매체가 할 수 없는 부분을 상호 보완해 나가고 있다.


권동현×권세정, 〈세디, 도도와 만나는 방법〉, 2021, 단채널 비디오, 4K, 흑백+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15분 8초 ©권동현×권세정

권동현과 권세정은 2021년 권세정이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지내온 개가 아파 개에 관한 고민을 나누던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협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콜렉티브를 결성한 이후, 작가들은 ‘개’를 중심으로 인간과 동물의 관계, 돌봄, 도시, 근대화를 엮는 실험적인 다큐멘터리 영상, 조각, 설치 작품을 선보여 왔다.


권동현×권세정, 〈세디, 도도와 만나는 방법〉, 2021, 단채널 비디오, 4K, 흑백+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15분 8초 ©권동현×권세정

그 협업의 결실로 만들어진 작업 〈세디, 도도와 만나는 방법〉(2021)은 권세정과 함께 지내던 노견 ‘도도’가 아팠을 때, 반려동물 케어로봇을 들이게 되면서 그 경험을 기록한 영상이다. 이들은 외출할 때 케어로봇 ‘세디’를 원격으로 조종하면서 도도가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지 않은 지 확인했다.
 
사실 ‘세디’는 바퀴로 이동하며 실내를 비추는 홈캠에 불과했지만, 권동현×권세정이 이 홈캠의 몸체에 인간과 닮은 얼굴을 제작하고 부착함으로써 로봇이라는 지위를 획득했다.
 
작가는 개에게 익숙한 인간의 형상으로 주인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로봇 ‘세디’의 몸을 빌려 ‘도도’와 소통한다. ‘도도’보다 더 낮은 시각과 조악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세디’로의 변신은 친숙하면서도 낯선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돌봄 그리고 반려인-반려견 사이 익숙한 관계에 틈을 낸다.

권동현×권세정, 〈여자와 개, 개와 여자〉, 2023-2024, 스컬피, 15×7.5×11 cm, 15×13.5×9 cm, 12.5×8×9.5 cm, 16×12.5×9.5 cm, 14.5×15×6.5 cm, 5점 ©두산아트센터

나아가, 2024년 두산갤러리에서 열린 단체전 《우리는 개처럼 밤의 깊은 어둠을 파헤칠 수 없다》에서 이들은 〈세디, 도도와 만나는 방법〉와 함께 조각 작품 〈여자와 개, 개와 여자〉(2023-2024)를 선보이면서 아픈 개를 집에서 돌보며 보낸 순간들을 더욱 감각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이 조각들은 아픈 개를 집에서 돌보며 촬영했던 사진 속 형상들을 본 떠 제작한 것으로, 친밀함을 나타내는 동시에 유사한 듯 서로 다른 동세들로 유동하는 관계를 암시하며, 마치 계속될 듯한 여운을 남긴다.

권동현×권세정, 〈러브 데스 도그 시티〉, 2022, 단채널 비디오, 4K, 흑백+컬러, 16:9, 스테레오 사운드, 29분 41초 ©권동현×권세정

권동현×권세정은 이 작업을 시작으로, 장기 프로젝트인 ‘러브 데스 도그’(2022-) 시리즈를 전개해 나갔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인간과 동물이 공존해 온 양상을 추적하는 리서치 기반의 작업으로, 근대화, 도시화와 연결된 과거의 이야기에서부터 당대까지 아우르며 인간과 동물의 다양한 관계의 역사를 다룬다.
 
먼저, 〈러브 데스 도그 시티〉(2022)에서는 1950년대 이후 도시화와 함께 개의 자리가 마을 골목에서 실내로 옮겨간 과정을 살펴보며, 공간의 변화가 개의 위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추적한다. 권동현과 권세정은 당시 서울의 아카이브를 수집해 가며, 지금의 도시에서 인간과 개가 맺고 있는 관계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권동현×권세정, 〈러브 데스 도그 & 에필로그〉, 2023, 단채널 비디오, FHD, 흑백+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24분 30초. 《러브 데스 도그》 전시 전경(YPC SPACE, 2023) ©YPC SPACE

이후, 작가들은 〈러브 데스 도그 시티〉의 리서치 결과물들을 다시 살펴보는 과정에서 전작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했던 도시화라는 변화의 구조적인 측면을 인간과 개의 관계와 연결 지어 다루고자 하였다.
 
이때 권동현과 권세정은 당시 수집했던 아카이브 중 하나였던 〈우수영의 진돗개〉(1914)라는 사진을 다시 살펴보며, 이를 둘러싼 맥락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프로젝트는 식민지 시기 한국에 강제로 이식된 근대화의 흐름이 인간과 개의 관계에 어떤 방식으로 관여했는지를 다루는 방향으로 초점이 옮겨지게 되었다.


권동현×권세정, 〈러브 데스 도그 & 에필로그〉, 2023, 단채널 비디오, FHD, 흑백+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24분 30초. 《러브 데스 도그》 전시 전경(YPC SPACE, 2023) ©YPC SPACE

그 결과물로서 선보인 전시 《러브 데스 도그》(YPC SPACE, 2023)는 권동현×권세정의 첫 번째 개인전이자 100여 년 전 개와 인간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신작 영상 및 사변적 조형 실천을 함께 선보이는 자리였다.
 
우선, 영상 작품인 〈러브 데스 도그 & 에필로그〉(2023)는 20세기 초 일본제국이 식민지 조선에 실시한 인류학적 조사의 결과물인 유리 건판 사진을 살피며 시작된다.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조선인의 신체를 측정하고, 지역의 풍습과 풍경을 기록한 빛바랜 흔적에 마치 늘 거기 있었다는 듯 개가 등장한다.


권동현×권세정, 〈러브 데스 도그 & 에필로그〉, 2023, 단채널 비디오, FHD, 흑백+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24분 30초. ©권동현×권세정

이들은 “식민지 조선에 관한 인류학적 조사에서 이 개는 어쩌다 사진에 담기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당시 조선인이 처한 통제와 지배 논리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에게까지 적용된 역사를 추적했다.
 
이에 따라서 권동현과 권세정은 이 영상에서 인간과 비인간이 “동등하게 낮은” 위치에 공존했던 상황의 윤곽을 밝힌다. 개를 인간 소유로 한정하고, 통제가 어려운 개체를 처분하며, 신체를 전쟁 물자로 강탈하던 조치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인간과 함께 동물은 근대 사회로 진입한다.


권동현×권세정, 〈러브 데스 도그 & 에필로그〉, 2023, 단채널 비디오, FHD, 흑백+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24분 30초. 《러브 데스 도그》 전시 전경(YPC SPACE, 2023) ©YPC SPACE

또한 프로젝트의 이전 작업에 비해, 사료를 기반으로 한 역사적 관점을 적극적으로 취한 권동현×권세정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종을 초월한 연대의 근거를 도출하는 동시에 시선의 윤리, 즉 무언가를 바라보고, 포착하며, 기록하는 데 개입되는 위계의 문제를 다룬다.
 
영상 초반부에서는 인간과 동물이 그리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던 먼 과거의 어떤 존재의 관점에서 사변을 펼치는 역사적 에필로그를 보여주는 한편, 후반부에서는 앙상한 반려견의 마지막 날들을 마치 어루만지듯 긴밀하게 촬영한 푸티지를 담고 있다. 개를 비롯한 비인간이 인간과 함께 걸어온 시간을 발굴하며, 지금 우리 곁에 존재하는 동물들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러브 데스 도그》 전시 전경(YPC SPACE, 2023) ©YPC SPACE

영상과 더불어 전시장 곳곳에는 인공 신체 파편들이 펼쳐져 있었다. 듬성듬성 털이 난 팔뚝과 인간도 동물도 아닌 얼굴을 지닌 모습의 조각은, 과거나 미래 그 어느 구체적인 지점에 귀속되지 않는 중간적 존재를 상징하고 있었다.
 
스크린 바깥의 현실 공간에 자리한 이 중간적 존재는 인간과 비인간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발굴된 존재로 등장한다. 이는 영상을 통해 권동현×권세정이 인간–비인간의 역사적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의 윤리를 고민해 온 연장선에 놓이며, 더 넓은 범주의 ‘우리’의 이야기를 전할 주체를 기다린 끝에 출현한, 혹은 발견된 존재를 상징한다.


권동현×권세정, 〈러브 데스 도그 & 에필로그〉, 2023-2025, 2채널 비디오, 흑백+컬러, 6채널 사운드, 트랜스듀서, 24분 30초. 《젊은 모색 2025: 지금, 여기》 전시 전경(국립현대미술관, 2025) ©국립현대미술관

이후 권동현×권세정은 《젊은 모색 2025: 지금, 여기》(국립현대미술관, 2025)에서 ‘러브 데스 도그’ 프로젝트를 더욱 확장한 다채널 영상 작품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수집한 오브제 기록물들,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된 작은 조각들을 선보였다.
 
〈러브 데스 도그 & 에필로그〉(2023)가 공적 아카이브와 연구를 중심으로 개와 인간의 지금의 관계를 추적하고 상상하고자 했다면, 신작 〈러브 데스 도그 & 에필로그〉(2025)는 더 넓은 범주의 사적 기록물과 흔적을 아우르며 당대의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폭넓게 조망하고자 했다.


권동현×권세정, 〈러브 데스 도그 & 에필로그〉, 2023-2025, 2채널 비디오, 흑백+컬러, 6채널 사운드, 트랜스듀서, 24분 30초. ©국립현대미술관

나아가, 신작은 개와 더불어 또 다른 비인간 주체인 ‘소’를 중심으로 인간과 동물의 관계와 서사를 다층적으로 조명한다. 20세기 초반 농업 중심 사회였던 한반도에서 소는 제도와 정책의 중심 동물로 위치했다. 반면 개는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는 중심에 포함되지 못한 채 주변적인 존재로 다뤄지며 통제되거나 대상화 되어 왔다.
 
권동현×권세정은 인간의 만든 제도와 문화라는 맥락 안에서 함께 뒤엉켜 왔던 비인간 주체인 개 뿐만 아니라 소라는 새로운 주체를 포괄하며, 다양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덧붙이고, 더 넓은 연결고리 안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조망하고자 했다.


권동현×권세정, 《젊은 모색 2025: 지금, 여기》 전시 전경(국립현대미술관, 2025) ©국립현대미술관

이와 함께 전시된 다양한 오브제들은 리서치 과정에서 마주한 자료들의 선형적인 서사를 넘어서, 각각 고유성을 지닌 조각과 공예품으로 제시되었다. 이 조각 및 오브제들은 인간이 어떻게 동물을 바라봐 왔는지, 즉 그들의 태도나 시선에 대해 가늠할 수 있게 한다.


권동현×권세정, 〈러브 데스 도그 & 에필로그〉, 2023-2025, 2채널 비디오, 흑백+컬러, 6채널 사운드, 트랜스듀서, 24분 30초. ©국립현대미술관

이렇듯 권동현×권세정은 한국 근현대사의 전개에서 드러난 인간과 동물, 인간과 인간 사이의 위계와 공존의 서사와 담론을 지속적으로 탐색해 왔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단일한 사건이나 인물을 중심으로 한 선형적인 서사 대신, 인간과 동물 사이에 얽힌 관계들이 다층적으로 덧붙여져 가는 열린 서사를 지향하며, 그 틈에서 앞으로의 또 다른 관계를 사유하고 상상한다.

 "동물이 처한 상황과 긴밀히 얽혀 있던 인간의 이야기를 함께 다루면서, 단일한 사건이나 인물을 중심으로 한 선형적인 서사보다는 인간과 동물 사이에 얽힌 관계들이 덧붙여져 가는 열린 서사를 지향하게 됐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더욱 확고해진 점이 있다면, 지금 우리가 도시에서 개와 맺고 있는 관계는 사실 매우 짧은 기간 안에 형성된 임의적 형식이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관계의 형성 과정을 되짚어보는 일이 앞으로의 또 다른 관계를 상상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권동현×권세정,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 2025: 지금, 여기》 인터뷰 중) 


권동현×권세정 ©국립현대미술관

권동현×권세정은 각각 홍익대학교 조소과와 회화과를 졸업하고, 2020년 팀을 결성하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개인전으로는 《러브 데스 도그》(YPC SPACE, 서울, 2023)이 있다.
 
또한 이들은 《젊은 모색 2025: 지금, 여기》(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5), 《우리는 개처럼 밤의 깊은 어둠을 파헤칠 수 없다》(두산갤러리, 서울, 2024),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그리고 우리*는》(합정지구, 서울, 2023),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SIFF)(서울, 2023), 프리즈 필름 서울 2022 《I Am My Own Other》(투게더 투게더, 서울, 2022),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사전프로그램 II 《테라인포밍》(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2) 등 다수의 단체전과 영화제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