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9 이은희 감독과 진행한 GV 현장 ⓒ양문영

지난 8월 9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젠더와노동건강권센터(이하 젠더센터)는 이은희 감독의 영화 〈머신 돈 다이(2022)〉와 〈무색무취(2024)〉를 상영하고 GV를 진행했다. 그 현장에 참석했던 후기를 전한다.



노동자를 찍지 마세요

〈머신 돈 다이〉는 폐기물 처리 산업을 통해 효용을 다한 전자 부품들이 재활용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액정이 부서진 핸드폰, 오래된 컴퓨터 등 한때 우리에게 친숙했던 전자제품들은 폐기물공장에서 잘게 부서지고 금 등 필요한 원소가 채취된다. 여기에서 "도시광산"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땅에서 반짝이는 광물을 캐듯이, 도시에 쓰레기로 버려지는 전자제품에서 필요한 원소들이 채굴된다는 의미다. 나레이터는 쓰레기 제로를 자부심 있게 말하지만, 재활용 산업에는 여전히 버려지는 폐기물, 폐수가 있으며 "쓰레기 제로"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시각적 이미지가 제시된다.

이은희 감독은 물리적인 기계와 물질성에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머신 돈 다이〉를 포함해 폐기물처리공장 등지에서 촬영할 때 감독에게 따라붙었던 주의사항이 있었다고 했다. "노동자를 찍지 마세요." GV에서 나온 감독의 이 말에 참가자들의 탄식이 터졌다.

〈머신 돈 다이〉의 폐기물 처리 공장 영상에는 거의 노동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일하는 사람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그 영상은, 제품을 볼 때 노동을 전혀 감각하지 못하는 우리의 생각과 닿아 있어 오히려 부자연스럽지 않다. 〈머신 돈 다이〉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공장을 촬영할 때 피치 못하게 사람이 등장해야 한다면, 평소에 입지 않았던 보호구를 다 착용하게 하고 촬영을 허락했다고 한다(영화에 등장하는 위험 안내 표지판은 너무나 깨끗해서 다소 이질적이기도 하다). 현장을 촬영하면서 그 사람들은 이은희 감독에게 부채로 남았다고 했다. 사람의 이야기들에 대한 윤리적인 고민은 이은희 감독의 최근작으로, 전자산업 노동과 산업재해에 대해, 노동자이자 재해자이자 활동가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무색무취〉와 〈섬섬옥수(2025)〉로 이어진다.



전달되지 않는 냄새

〈머신 돈 다이〉에는 "모든 것"을 녹이는 왕수(강산)가 등장한다. 닿은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왕수는 그만큼 위험하지만,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그 강산의 냄새, 사고의 위험에 대한 감각은 TV와 영화 스크린 너머로는 전해지지 않는다. 〈머신 돈 다이〉와 〈무색무취〉 모두 화면이 전할 수 있는 감각의 한계를 고민한 흔적이 있다. 어떤 것들은 언어로 설명되기 전에 피부로, 코로 감각된다. 영화는 시각과 청각만이 허락된 매체다. 그 모든 감각을 영화로 전달하려는 방법으로, 일그러진 이미지와 색상, 어딘가 메스꺼운 이미지들이 뒤섞인다.

〈무색무취〉는 황유미의 이름이 적힌 자필 "클린 노트(오염 방지에 특화된 근무 일지 노트)"로 시작한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사람"의 기록을 따라간다. 영화의 초입에, 반도체 클린룸에서 일했던 노동자는 "텔레비전에서 봤던 방진복"을 입고 일하게 된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했지만, 공정 안에서는 TV에서는 보이지 않던 "화학약품 냄새가 진동을 했"다고 발화한다.

TV는 시각과 청각만을 전달하지만, 그 안에서 어떤 감각들은 과잉되고 어떤 감각들은 버려진다. 깨끗한 클린룸의 이미지, 삼성이라는 기업의 자부심은 매체를 통해 과잉되어 전달된다. TV를 거치며 돈으로, 이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감각들은 버려진다. 안전에 대한 비용이 충분히 지불되지 않은 환경, 이미 서구에서 많은 암환자를 낳고 아시아로 이사 온 산업 생산라인들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었다. 그 흔적은 그대로 노동자의 몸과 기억에, 삶에, 유족들에게 새겨졌다.



산업재해와 환경재해, 내 손 안의 전자기기들

이 이야기들은 나의 혹은 내 가족의 이야기일 수도 있었고, 내가 사는 지역의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 영화의 사례로 언급되는 RCA는 미국의 주요 전자 및 통신 회사로, 1960년대 미국에서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로 투쟁이 있던 후 1970년대에 대만으로 공장을 옮겼다. 대만 RCA 공장에서는 노동자의 독성물질 노출은 물론, 기숙사, 공장 주변 지하수가 모두 독성물질에 오염되었다. 1,000여 명의 노동자가 각종 암에 걸렸다. 영화는 이런 숫자를 읊는 대신 생존자이자 활동가가 된 이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이틀 연속으로 그 사람 꿈을 꾸면 그 사람이 가까운 시일 내 죽는 예지몽이었다고. 나도 암에 걸린 걸 까봐 너무나 불안했다고.

전자산업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영화에는 RCA 외에도 애플, 에이수스 등 회사들에 납품한 노동자들의 증언이 이어진다. 이 제품들의 원료가 제품이 되기까지 수많은 노동이 있었다. 전자산업에 종사한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과 자부심과 극심한 생리통, 유산, 자녀 건강 영향. 이 물건들을 살 때마다 산업재해와 환경재해의 기억을 다 감당하고 감각해야 한다면, 이 제품들이 지금처럼 팔릴 수 있을까? 자본에 의해, 여성 노동자의 불건강을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는 구조에 의해 지워진 감각들과 기억들을, 영화는 애써 불러일으킨다.



덜 볼지라도, 내 이야기로

영화 〈무색무취〉에 등장하는 반올림 권영은 활동가는, 어떤 경험들에 사람들이 주목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그간 더 고통스럽고, 오래 아픈 사람들의 "사례"에 사람들이 더 반응해 왔다고. 그렇지만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가 전자기기를 쓰며 우리 이웃 주민이고 나도 관련되어 있는 "내 이야기"로 더 알려지길 바란다고, (지금 당장은) 덜 볼지라도.

과거 삼성 노동자였고, 희귀질환을 진단받았으며, 현재 반올림 활동가인 정향숙 활동가는 월급으로 "아이랑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그런 것이 "좋았"던 재직 시절을 회상한다. 이런 감각은 모두가 공유하는 감각인데도, 어떤 일터는 노동자들에게 그 위험을 알리지 않은 채로 특히 더 위험을 떠안긴다. 우리 모두의 삶은 일정 부분 가려진 위험과 질병에 빚지고 있다. 열심히 일하면서 나도 모르는 위험에 나의 삶과 가족과 자녀의 삶이 망가지지 않길 바라는 그 마음을 내 마음으로 나누어 받는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