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영의
작품에는 분주함이 가득하다. 일상에서 행하는 수많은 움직임, 즉
‘동사’에 대해 자신이 느낀 것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내기 때문에 이로부터 발생하는 특유의 에너지들이 작품에서 뿜어져 나온다. 아직 조호영은 자신이 어떤 ‘작가’인지 고민하는 단계에 있다.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 어떤 것을 다루는 예술가가 될지는 오랫동안 고심을 거쳐 어느 정도 단단하게 정립해왔지만, 어떠한 방법을 사용해 이를 풀어나갈지는 여전히 숙제처럼 느껴진다는 그다. 작가에게
작품의 외형은 ‘도구’이자 ‘장치’일 뿐이다. 어떠한 대상을 두고 그 존재의 움직임과 변화 등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떠한 ‘운동’을 인지하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것이 진짜 작업의 핵심이다.
작업
전반을 아우르는 하나의 아이디어는 바로 ‘보물찾기’라고
그는 강조한다. 일상 생활하는 공간에 숨겨진 보물을 잘 살피고 훑어보며 찾아내는 이 게임. 작가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잊히기 쉽고, 사소하기
때문에 쉬이 발견하기 어려운 대상들을 작업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다고 설명한다. 그의 ‘보물’은 단순히 사물이나 기타 명사는 아니다. 환경에 따라 작업의 주체가 느끼는 정도, 방향에
따라 가변하는 모든 것이 그의 작품에서 찾아야 할 대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듯이
그의 작업은 동적이며, 흐름을 내포하고 계속해서 활발히 진화해간다. “관객들이 작업을 통해 미묘하게 달라진 ‘동사의
흐름’을 느끼고 공유할 때 작업이 비로소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작가는 생각한다. 그의 작업에서 ‘감각’은 필수다. 작가가 먼저 어떠한 움직임, 감정, 분위기, 생각, 의문 등에서 오는 변화를 감지해야 하고, 그 느낌을
구체화한다. 그러고 나서 ‘작업이 이러한
대상을 일상 환경으로부터 잠시 분리하고, 이후 이들을 더욱 잘 발견할 수 있도록 고안된 형태인가, 혹은 그 역할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구상을 시작한다.
그의
작품에는 ‘사람’과 ‘행위’, ‘참여’라는
능동형 단어들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
참여’가 작가에게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그는
우리 일상 속에 분명 존재하지만, 그 대상의 흐름과 의미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이유를 주변
환경에 쉽게 적응하는 사람들의 ‘경향’이라 얘기한다. 따라서 익숙한 환경이지만 관객이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신선한 시각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작품과 관객의 활발한 상호작용이 일어나야지만
비로소 변화를 위한 일말의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순히 시각적으로 ‘보이는’ 작품을 통해서는 그가 말하고 싶은 핵심을
자연스럽게, 또 제대로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표현 방법에 있어서 ‘작용’과 이에 대한 ‘반작용(반응)’을 유도하는데 지금처럼 관객 참여형 작품이 제격이라고.
그를
대표하는 작업 중 〈60과 120사이〉를
예로 들면, 작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 편안함을 느끼는 ‘사적
공간’에 대해 얘기한다.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적정 거리를 유지하려는 행동, 또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로 붐비는 엘리베이터와 같은 공간에서 휴대폰을 보는 행위 등 어떠한 분위기 속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러한 관찰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지만, 작업으로
풀어내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렸는데, 마땅한 표현방법을 고민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감각의 ‘변화’를 관객이 고스란히 함께 느끼기 위해선 이들 역시 변화하는 상황에 투입이 되고, 그
환경을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이 작업의 힌트는 독일의 로텐부르크의 장난감 박물관에서
얻었다. 지그재그로 연결된 장난감들을 보며 작가는 이 원리를 이용해 관객들이 그가 지정한 특정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관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관객들은 이를 통해 우리가 사적 공간이라고 부르는 컴포트 존(comfort zone)을
직접 경험하며 이에 대한 감정과 감각들을 환기하기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