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기, 〈성난 얼굴로 돌아보지 마〉, 2013 © 이동기

이동기 개인전이 2013년 9월 25일부터 10월 31일까지 송원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국총판 파버카스텔의 후원전시의 일환으로 미술재료의 개발과 생산, 판매만이 아닌 진정한 예술과 함께하는 파버카스텔의 기업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국 팝아트를 대표하는 이동기와 세계적 필기구 회사인 파버카스텔과의 만남은 단순한 전시후원을 넘어선 진보적 기업정신을 예술로 보여주는, 생산자와 수요자로서의 만남이 아닌 예술과 예술의 결합이라 할수있다.

이번 전시에서 이동기는 시대적, 사회적 의미를 다시 한 번 조명하고, 이를 통해 한국의 팝아트에 대한 인식을 새로 환기하는 기회가 되고자 한다. 2000년대 초, 중반의 호황 이후 미술 시장이 한국 예술계의 큰 축을 차지하면서 한국 팝아트가 받은 조명은 양날의 검과 같았다. 다시 말해, 쉽고 대중적인 특징 덕에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또한 그 때문에 팝아트는 상업적 이미지의 이면에 있는 다양한 의미를 상대적으로 외면 받았다.

혹은 그것을 단지 상업적 요구에 맞추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사례도 드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전시가 주목하는 이동기의 작업 세계는 적어도 그런 협소한 시각을 넘는 담론의 폭을 요구한다. 그의 팝아트는 한국 현대 사회의 인상적 장면들을 상징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팝아트는 원래 친밀한 형태나 미술 상품보다 논란의 대상으로서 의의를 갖는다. 미국 팝아트를 대변하는 앤디 워홀은 대중문화 이미지를 차용한 작업들을 통해 하위 문화로 취급되는 영역과 고급 문화로서의 예술, 둘의 경계를 해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에 치우친 형태로는 많은 논란과 영향력을 낳을 수 없었을 거라는 사실이다. 팝아트는 순수 예술과 대중문화, 양측의 상이한 특징을 모두 간직한 채 둘을 결합하는 이중성 때문에 흥미로웠다.

이는 일본의 팝아트, 예컨대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오타쿠‘ 문화와 같은 일본 특유의 서브컬쳐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워홀의 마릴린 먼로가 시대적 스타였던 것에 비해, 무라카미의 피규어는 불특정 개인의 내밀한 욕망을 반영하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후자 역시 어느 쪽으로도 규정할 수 없는 정체성 탓에 흥미로운 논란을 야기한다. 그리고 이동기의 작업들 또한 한국 사회 특유의 맥락에서 이런 의미심장한 논리를 끌어낸다.
 
그의 팝아트를 대변하는 아토마우스 캐릭터가 아톰과 미키미우스를 합친 존재듯, 이동기의 작업 속에 드러나는 한국의 ‘팝‘에는 미국과 일본 등의 문화에서 받은 영향이 섞여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런 캐릭터가 등장하는 배경 및 장면들은 분명 한국적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 팝아트가 서구나 일본의 그것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위상을 가질 근거를 예감한다. 이동기는 예술과 팝의 결합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요인에 의한 다른 수많은 이중성을 다룬다.

그리고 이에 따른 충격을 굳이 사회적 논의 없이도 느낄 만큼 강하게 나타내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서로 고향이 다른 요소들이 혼재하는가 하면, 만화 같은 경쾌한 화면에 근대화나 분단의 역사를 암시하는 듯한 이미지가 삽입되기도 한다. 깔끔한 팝아트 회화에 불안하게 형체가 무너진 추상 회화가 접합되기도 하며, 작가의 히어로인 아토마우스는 은근히 강박적 자기 모방이나 죽음의 관념과 가까운 존재다.

이동기가 만들어 내는 이런 강렬한 대비 효과들은 단지 사회적 모순을 고발하려는 작가의 도덕적 의무감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의 작업들이 한국 사회 특유의, 이를테면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과 같은 선명한 갈등의 시대상을 내면화한다고 보는 편이 적절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성난 얼굴로 돌아보지 마》는 이상과 같은 맥락에서, 미술 시장의 좁은 굴레를 벗어나 한국의 팝아티스트 이동기를 재발견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