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Feed me stones》 © SAPY Gray Room

차연서 개인전 《살도 뼈도 없는 나에게 Feed me stones》는 작가의 아버지이자 화가인 故 차동하의 작고 전 마지막 시리즈 ‘축제 Festival’(2006-2017)의 재료를 전시장에 불러온다. 단색으로 채색된 색면이 수직, 수평의 격자 구조 안에서 균형을 찾아 배치되는 〈축제 Festival〉(2006-2017)는, 딸인 차연서의 시선을 관통해 관객 앞에 재등장한다. 2021년 아버지의 급사 후 그의 작업 재료의 무더기가 유품으로 남았고, 차연서는 그가 제작해 놓았던 채색된 닥종이를 하나씩 하나씩 소진하며 동명의 평면 연작 ‘축제 Festival’(2023-2024)을 이어간다.

‘축제 Festival’(2023-2024)는 남겨진 닥종이를 가위로 갈라내는 기법을 사용한다. 일종의 ‘종이 오리기(Paper Cut-out)’이자 ‘훼손하기’로 볼 수 있는 이 형식은 돌연사한 아버지에 대한 작가의 정서가 반영된 행위다. 작가는 이 같은 움직임을 통해 법의학 책에 실려 있는 죽은 몸을 가르고, 드로잉하며, 그것들과 관계 맺는다. 이는 무언가를 베껴 쓰는 필사의 몸짓이기도 하다.

Installation view of 《Feed me stones》 © SAPY Gray Room

법의학 책의 도판으로 등장하는 몸들은 무연고의 몸이자, 공익을 위해 도용되고 전시된 몸이다. 작가는 아무도 경조 행사를 치러주지 않는 이 몸들과 하나의 지면을 밟기를 시도하며, 이들과 함께 영가들의 목욕재계를 이끄는 의식 ‘관욕 Baths’을 행한다. 이는 우리가 그들을 위로한다기보다는 오히려 그 몸들로부터 무언가를 받는 사건의 현장을 만드는 일이다.


글: 하상현 (협력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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