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h Emdap Inam Mo》 전시 전경(서교예술실험센터, 2019) ©황규민

[작가노트]

전시 《Muh Emdap Inam Mo》는 네 점의 그림과 40 점의 부조 조각, 41 점의 판화로 이루어진다. 전시장 입구에는 ‘Put your left hand on the stones’ 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이 있고 그 좌측으로 글자가 새겨진 비석들이 늘어서 있다. 나는 관객들이 이 위에 손을 올리고 미래에 대한 생각 또는 감정에 빠져들길 바란다. 돌을 만지며 모퉁이를 돌면 한 폭의 안개 그림과 판화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판화의 원판은 관객이 손을 얹고 있는 부조 조각이다.

같은 도안이 풍기는 전혀 다른 느낌과 중간 중간 만날 수 있는 안개 낀 풍경 속에서 다가오는 시간의 환상을 걷어내고 사람들이 각자의 현 위치에 서 볼 수 있으면 한다.

《Muh Emdap Inam Mo》 전시 전경(서교예술실험센터, 2019) ©황규민

네팔의 산길을 걷다 보면 발에 채일 듯 많지만 주민들에게 성스럽게 여겨지는 돌들을 만날 수 있다. 이 돌들을 만나면 이것들의 왼쪽으로 걸어야 하며 아침에 이 문자들을 만지면서 ‘ 옴마니뺏메옴마니뺏메옴마니뻿메......’ 하고 주문을 외면 하루의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한다. Dil에게 이 문자를 읽을 수 있는지 물었더니 그는 ‘이건 티베트의 승려들만 읽을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은 평생 이 글을 돌에 새겨요.’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히말라야의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뜻 모를 문자를 만지며 미래의 안정을 구한다. 읽을 수 없는 문자에 자신의 미래를 내맡기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졌다.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만을 알 수 있다. 나는 심지어 현재를 분명히 인지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고 여긴다. 어쩌면 우린 그저 과거만 아는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꿈을 가지고,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다진다. 꿈과 계획과 목표는 모두 미래의 것, 오리무중의 것이다. 바람과 실체는 다르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나의 목표가 실제로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저 추측하고 어떤 사람은 조금 더 확신에 차 있을 뿐이다. 히말라야 사람들의 주문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돌 위에 왼손을 얹고, 주문을 외우자. 내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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