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A Very Long Worrying Future》 © Kyobo Art Space

교보아트 스페이스에서는 9월 19일부터 《아주 오래 걱정한 미래》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문학과 예술을 통해 ‘기후 위기’ 시대를 되돌아보려는 시도로,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다.

참여한 14명의 시인(김리윤, 김승일, 마경덕, 박소란, 서윤후, 안미옥, 안태운, 이문재, 이원, 이현승, 장철문, 정끝별, 정지윤, 하재연)과 11명의 미술작가(김홍주, 김윤섭, 김정욱, 김진, 김형곤, 건석규, 김신일, 김준권, 박명근, 이승혜, 임선종, 정민경, 정세용, 주형준, 홍정표, 황다연) — 은 각자의 시를 그림으로 옮겨오거나, 시가 그린 풍경을 다시 회화로 되돌려 그린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우리에게 닥친 재난은 단지 데이터나 뉴스가 아니라 감각적 현실로 경험하게 하도록 기획되었다.

사실, 지금의 ‘기후 위기’는 멀리서 들리는 경고가 아니라 매일 맞닥뜨리는 현실이다. 수온이 올라 바다가 질식하고, 산불과 폭우가 일상화된 시대. 사람들은 그러한 자연의 상실과 파괴의 일상을 살며 언어와 예술을 무력하게 느끼게 되는데, 이번 전시는 그 무력해지는 지점을 넘어서기 위해 새롭게 도달해야 할 감각과 상상력을 탐색해 본다. 그렇기에 《아주 오래 걱정한 미래》는 위기의 풍경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와 그림을 통해 이미 그 너머에 있던 질문 —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 를 떠올리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는 ‘기후 위기’로 인한 생태적 변화를 언어로 드러내고, 회화는 위기의 현장을 감각으로 번역한다. 시는 과학적 데이터로는 포착되지 않는 위기의 미묘한 징후를 언어화하며, 회화는 시가 만들어낸 감각적 언어를 시각적 공간으로 변환한다. 두 매체는 서로의 틈을 오가며, 우리가 이미 위기를 지나며 파국으로 보는 대신, 그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간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위기의 한가운데이지만, 그 속에서 시는 위기를 새롭게 감각하도록 이끌고 회화는 그것을 가시화한다.

시와 그림이 서로 교차하며 열어놓는 감각의 공간은, 우리가 여전히 살아 있는 존재로서, 사유하고 감각하며 변화를 감지하는 자리다. “어떻게 ‘기후 위기’와 더불어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해답은 없지만, 예술은 재난을 직시하고 동시에 미래를 비추는 또 다른 감각의 거울이 된다. 문학과 예술이 위기를 바라보는 관계들을 《아주 오래 걱정한 미래》 전시에서 자연스럽게 그 질문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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