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SAFEGUARD》 © Shinhan Gallery

[작가노트]

현실에서 받는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도피성 피난처를 화면 안에 생성하고 그와 대치하는 불안과 방어기제를 형성함으로써 화면을 구상하는 작품이다. 나의 작업은 크게 세 가지 요소로 구분 지을 수 있는데 첫번째는 현실에서 자신에게 야기하는 불안을 시각화시킨 것, 두번째는 그것에 반응하여 만들어진 도피처, 마지막은 불안으로 비롯되어 만들어진 방어기제이다.

작업의 초기에는 현실에서 받는 불안이 늑대로, 도피처가 지속적인 의미를 가진 담벼락, 집으로 나타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직접적인 의미를 갖는 대상보다 은유적인 표현 또는 회화적 물성 표현법을 강구할 수 있는 표현으로 변화되었다. 이에 늑대는 빛으로 담장과 집은 일회적 성격을 띄고 있는 텐트나 천막으로 표현되었다.

이번 신한 갤러리에서는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세 가지의 요소 중 화면 안에서 대상들을 선별하고 소거하여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구체화하였다. 그간 등장했던 도피처를 화면 안에서 드러내지 않고 화면 밖의 공간으로 밀어내어 빛과 그에 대응하는 방어기제 표현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것에 집중하였다. 이 대립은 작업에서 극적인 표현과 시각적 대비 효과를 위해 연출했고, 평면 안에서 공간의 확장을 위한 장치로 표현하였다.

화면 안의 시선이 작업 안에서 맴돌지 않고 시선을 자연스레 화면 밖으로 또는 화면 너머의 공간으로 이끌어내어 공간의 확장을 유도하였다. 자연 이미지로 표현된 방어기제는 자아가 만들어 낸 것이라는 인위적인 의미를 가중하기 위해 도형의 형태로 등장한다. 방어기제는 항시 발현하는 것이 아닌 내 외부의 자극이 있어야 나타난다. 이 논리에 따라 인위적인 방어기제들이 빛으로 표현된 불안에 반응하여 갖가지 크고 작은 도형들로 표현해 나타냈다.

30대 사회초년생인 자신이 기존의 가족으로부터 독립하여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지 못해 오는 불안에서 작업은 시작되었다. 자신이 받은 불안은 몸과 정신은 성숙해져 본래의 가족 무리와 떨어져야 할 시기가 다가왔지만 냉담한 현실 속에서는 독립적이지 못한 자신이 홀로 설 수 없음에 대한 불안이다. 자신의 거처에 대한 불안이 나타나고 그에 따라 자아 안에 잠재되어 있는 방어기제가 형성이 된다. 이 부분을 형상화하기 위해 나는 자연을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이미지를 차용하였다. 이 시점에서 자연을 방어기제화(化)시켜 조형물을 생성하고 그 안으로 숨어드는 장치로 사용하였다.

이에 대치하는 빛은 불안을 시각화 시킨 대상이다. 빛은 생명력을 나타냄과 동시에 어둠이라는 부정적인 요소를 함께 담고 있다. 자신이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에서 느꼈던 사유를 화면 안의 장치로 사용하였다. 대략 2년 정도 정해진 일이 없이 배회하던 시기가 있었다. 구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에 앉아있거나 가끔 하는 아르바이트가 전부였다. 작업할 수 있는 공간도 변변치 않았고 동료들의 작업실을 전전하였다. 대낮의 강렬한 햇살은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피부가 타 들어갈 듯 뜨거웠다.

이 시기의 자신이 느꼈던 불안이 형상화된 것을 빛으로 표현하였다. 빛을 그릴 때면, 그려진 빛을 감상하고 있을 때면, 그 시기 도서관 앞 공원에 앉아 느꼈던 감정을 또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자신만의 회화적인 표현법이 작품 안에서 의도를 잘 드러내고 대조적인 장치들이 줄다리기를 하듯 긴장감을 유지하기 바란다. 감상자들이 나의 그림을 보며, 그들 또한 겪어왔던, 겪고 있는 각자 다른 불안들을 함께 공감하며 그에 대치하는 나의 방어기제를 보고 일정 부분 또는 많은 것을 해소하고 치유가 되길 바란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