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희, 〈원룸바벨〉, 2022, 인터랙티브 VR, 싱글 플레이, 15분 ©상희

오늘날 모든 것이 동기화된 듯 보인다. 같은 시간, 같은 속도로 일이 벌어진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언제든 세계와 접속할 수 있다. 분리의 감각보다 함께 있음의 감각을 얻기가 더 쉬운 시대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상호작용적 함께함을 만들 때, 동시성은 전제조건일까, 선호일까?

미디어아트 현장에서 VR 작업으로 자신을 드러낸 상희는 기술 매체 그 자체보다 초연결 사회에서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감각되는지—즉 사회적 유대에 더 큰 관심을 둔다. 〈원룸바벨〉(2022–2023)은 싱글 플레이 인터랙티브 VR로, 원룸에 사는 청년들의 삶을 엿보게 한다. ‘원룸’은 침실·욕실·주방 등 집의 주요 기능이 하나의 방에 모여 있는 단일 주거를 가리키는 한국식 표현이다.

이 작업을 위해 상희는 20명 넘는 청년을 인터뷰하고, 라이다(LiDAR) 스캐너로 그들의 원룸 공간을 채집했다. 스캔 데이터는 몽환적 가상 건축으로 가공되었고, 개별 원룸을 층층이 쌓아 올려 구조를 구성했다. 각 원룸에는 해파리 같은 존재들이 숨어 있어 허리를 굽히거나 고개를 움직여 찾아야 한다. 컨트롤러로 이들을 ‘해제’하면, 인터뷰에서 발췌하거나 작가가 쓴 문장들이 떠오른다.

상희에게 원룸은 사회적 성숙이 유예된 상태의 구현물이다. 방들을 통과할수록 더 깊어지거나 더 높아지는, 무저항·무중력의 감각—어디에도, 동시에 어디에나 있는 듯한 감각이 생긴다. 이 프로젝트는 불안정하고 답답한 조건 속에 있는 원룸 거주자들과 간접적 상호작용을 유도하며, 설계된 가상 구조 속 감정 레이어를 통해 공감의 감도를 확장한다.

상희, 〈Worlding···〉, 2023-2024, 인터랙티브 VR, 로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싱글 플레이, 20분 ©상희

〈Worlding···〉(2023)은 손 추적 VR 게임으로 더 많은 수작업을 요구한다. 늪지대에 거대한 사체가 놓여 있고, 관객은 두 손으로 흙을 퍼 올려 시신을 묻는다. 정해진 하루치 노동을 마치면, 전임자가 남긴 일지를 읽기 위해 오두막으로 이동한다. 다음 날, 모든 매개변수가 초기화된 채 같은 일을 반복한다. 반복의 어느 순간, 가상 공간 속 당신의 두 손은 트고 늙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상희, 〈Worlding···〉, 2023-2024, 인터랙티브 VR, 로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싱글 플레이, 20분 ©상희

이 작업은 연결성의 또 다른 차원을 보여준다. 각 플레이어가 세션을 끝낼 때, 게임 안에서 파고 쌓은 흔적의 지형 데이터가 출력되어 전시장 벽면의 집합 지도 일부가 된다. 플레이어들 사이의 실시간 상호작용은 없지만, 단조롭고 끝나지 않을 듯한 개인의 노동은 결과적으로 하나의 세계를 ‘함께’ 구성한다. 말 그대로 지금-진행형의 ‘월딩(worlding)’이다.

상희, 〈조우를 위한 대화형 지도〉, 2024, 합판 구조물에 부착한 롤지, 스티커, 가변 설치 ©상희

상희의 세계-만들기에서 게임 엔진은 본질적으로 작동 중이며, 작가는 아예 장비 없는 ‘비(非)디지털 게임’에도 도전한다. 〈조우를 위한 대화형 지도〉(2024)는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TRPG)이다. ‘고향’이라 불리는 고립된 폐촌이 있고, 각 플레이어는 사전 설문에 따른 선택지를 바탕으로 생물학자, 소방관 같은 캐릭터가 되어 그곳에 도착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