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폴리넬라 더 랩 짜라투스투라여, 슬퍼하지 말아요》 전시 전경(플랫폼엘, 2020) ©얄루

더아트로는 세계 미술계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는 한국 여성 작가들의 활약에 응답하고자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성 작가들을 조명하는 특집 기사를 준비했다. 한국의 여성 작가들은 개인의 풍부한 서사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다양한 사회·정치적 이슈를 다루기도 하며 초월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다채로운 작업을 선보이며 세계 무대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과 작업 세계를 주목하는 두번째 기사로 HG Masters는 포스트 밀레니얼 시대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보이는 '괴상함(Monstrosity)'과 '미래상(Futurity)'에 주목한다.

《호모 폴리넬라 더 랩 짜라투스투라여, 슬퍼하지 말아요》 전시 전경(플랫폼엘, 2020) ©얄루

작가 얄루는 최근 작업을 통해 인간종의 혼종화와 적응을 다루었다. 2020년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선보인 《호모 폴리넬라(HomoPaulinella, Photosynthesizing Post Human Scenario)》(2020)에서 얄루는 폴리넬라(paulinella)의 바이오 신체적 특징에 주목한다. 민물 아메바 속(屬)인 폴리넬라는 광합성을 하는 박테리아인 남세균(cyanobacteri um)의 일종을 포식하여 세포 내에서 공생하게 되었는데, 작가는 여기서 영감을 받아 광합성하게 되는 미래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설치 작품 속에 인간과 같은 두 형체가 나란히 설치된 화면 속에 등장하는데, 어렴풋하게 인간 여성의 형상을 한 머리들은 해조류 혹은 말미잘과 같은 형체를 하고 촉수를 달고 있다. 비디오 설치물의 가운데 채널에는 태양과 줄지어 있는 태양 전지판, 확대된 녹색 폴리넬라의 모습, 그리고 우리가 인간 의식의 표식이라 여기며 소중히 여기는 인간 감정을 하찮아 보이게 하는 아이러니한 자막이 달렸다.

“당신의 비탄과 동정심은 의미없고 똥 같다. 자기 위로는 더럽다. 당신은 조금 재치있을 뿐 아무것도 아니다.”

태양의 이미지, 아메바 형태의 애니메이션, 그리고 녹색 해조류와 같은 형체의 몽타주가 전자 음악에 맞춰 화면 위를 부유하고, 곧이어 녹색 육각형 입술이 클로즈업으로 나타나 호모 폴리넬라의 잘 적응한 얼굴이 드러난다. 이 미래성에 대한 상상 속에서 인간 진화는 우리가 그동안 이해해 온 대로의 과학 혁신을 통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 우주의 근본적인 힘에 기인한 적응을 위한 변화다. 우리의 동시대적 사회 용어로 말하자면, 호모 사피엔스와 다르다는 시각적 특징 때문에 호모 폴리넬라는 괴상하지만, 얄루의 작업에서 볼 수 있듯 그리고 우리가 오늘날 그러한 특징에 부여한 의미대로 “귀엽”고 “즐거우"며 “장난스러운" 감성적 특성들도 가졌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