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정(b. 1989)은 동시대 예술가이자 뉴미디어 작곡가로, 인간과 자연, 기술 사이의 유기적인 연결성을 탐구한다. 작가는 이를 위한 다학제적 연구와 감각과 인지를 확장하는 예술적 실험을 바탕으로 시, 매니페스토, AI, 생성적 코딩, 데이터 시스템, 시간 구조 등을 합성하여 특유의 트랜스미디어 형식의 다감각적 환경, 비디오 작업, 설치, 퍼포먼스, 오디오비주얼, 사운드 작업 등으로 선보여 왔다.


황선정, 〈탄하무 프로젝트〉, 2021, 혼합매체, 가변크기, 《새로운 지구행성으로의 이주》 전시 전경(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21)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비인간중심의 생태계와의 유기적 공생, 관계맺음을 탐구하는 황선정은, 그러한 네트워크를 마주하고 느끼고 성찰하는 순간을 만들어 나간다. 이를 위해 작가는 비인격적 커뮤니케이션, 미래 인류의 인터페이스와 감각을 확장하는 세계를 상상하는 ‘포스트하이퍼 휴먼맵(Post hyper human map)’을 만들어가는 것을 작업으로 삼는다.
 
2021년부터 황선정은 버섯(균류)의 순환과 네트워크 시스템, 식물들이 뿌리에 있는 곰팡이를 통해 서로 신호를 전달하는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 시스템 속에서 이루어지는 공생관계를 연구하며, ‘탄하무 프로젝트’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황선정, 〈Highway Fungi : Tanhamu〉, 2021-2022, 혼합매체, 식물, 제작 인터페이스, 아두이노, 모니터 디스플레이, 실시간 오디오‒비주얼, 가변크기 ©황선정

‘탄하무(Tanhamu)’라는 이름은 신체나 마음의 욕구를 의미하는 고대 산스크리트어 ‘Tanhā’와 ‘舞’(춤추다 무)를 합성한 것으로, 이는 근미래에 인간과 땅속 균사체가 자연 합성된 새로운 종이자 공생의 춤을 뜻한다고 한다. 황선정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다른 종과의 소통, 다름의 연결과 전환을 탐구하며, 지구의 변화 속에서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새로운 관계맺기와 공생적 삶에 대한 여정을 그려 나간다.
 
2021년 황선정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단체전 《새로운 지구행성으로의 이주》에서 이를 위한 방법으로써 인공 ‘버섯’을 설치해 식물계의 소통에 개입하고자 했다. 이 버섯 형태의 기계는 화분 안에서 벌어지는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압력 등의 변화를 데이터값으로 수집하고, 이 정보는 시청각적 장치로 전환된다.


황선정, 〈탄하무 트로니카〉, 2022, 혼합매체, 커스텀 PCB 인터페이스, 식물, 버섯, 실시간 오디오-비주얼, 가변크기 ©아트센터 나비

2022년 아트센터 나비에서 선보인 〈탄하무 트로니카〉(2022)는 작가가 자체 제작한 PCB 보드를 통해 식물, 버섯과 연결되어 비인간종과 비인격적인 통신을 시도한다. 이 작업의 바탕에는 미래인류에 대한 사변적인 내러티브가 자리한다.
 
그에 따르면, 2058년, 뉴 플라이오세의 인류는 균사체와 수평적 유전자 전달을 통해 이들과 자연합성되어 탄하무 종이 된다. 새로운 종으로 진화된 인류는 서서히 곰팡이의 감각을 익혀 나가게 되고, 지구의 물질대사에 관여하고 생동하는 감각을 기르게 된다. 이처럼 균사체와 유전체 수준에서 공생하는 탄하무 종은 극한의 지구환경에서도 적응해 나가며 생물 다양성을 이어 나간다.


황선정, 〈탄하무_춤의 시간들〉, 2022, 단채널 4K 비디오, 컬러, 사운드, 13분 ©아르코미술관

나아가 〈탄하무 템포〉(2022)에서는 탄하무 종, 균사체와 공생자가 되기를 원하는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담는다. 이 작업에서 인공지능은 인류의 새로운 자연합성을 바라보며 어떻게 인간-균사체 네트워크에 개입하고 이들과 어떻게 수평적으로 공생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리고 작가는 ‘탄하무 프로젝트’의 세 번째 작업 〈탄하무_춤의 시간들〉(2022)에서 생성신경망, 뉴럴 네트워크와 같은 연산을 활용해 인간의 움직임과 감각이 비인간과 연결되는 지점을 드러내고자 했다.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비인격적 커뮤니케이션을 춤으로 환원하는 이 영상은, 균사체 시스템을 땅 위로 확장하고 비인간 사물, 인간과의 관계성을 드러낸다.

황선정, 〈Highway Fungi : Tanhamu〉, 2021-2022, 혼합매체, 식물, 제작 인터페이스, 아두이노, 모니터 디스플레이, 실시간 오디오‒비주얼, 가변크기 ©황선정

즉, 탄하무는 균사체를 땅 위로 확장하는 자연-인공적 기관이 되기도 하면서 인류와 합성종이 되기도 한다. 미래 인류의 인터페이스와 감각을 확장하는 탄하무의 세계에서 균사체 네트워크, 인공지능, 뉴럴 네트워크는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고 하나의 네트워크가 된다.


황선정, 〈직조의 그물에 닿아: 옴; 서곡〉, 2023, 단채널 영상, 7분 55초 ©LAAF

이듬해 발표한 영상 작품 〈직조의 그물에 닿아: 옴; 서곡〉(2023)은 탄하무 세계라는 상상의 생태계를 기반으로 공생의 감각을 예고하는 시청각적 프롤로그를 제시한다.
 
작품은 기후 변화 이후의 미래 환경을 배경으로, 인간, 자연, 인공신경망이 얽힌 새로운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작가는 이 작업에서 식물 간 네트워크, 인공지능의 신경망, 인간의 뇌 시넵스를 하나의 직조 구조로 상상하며, 이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감각을 확장하는지를 시각화한다.

황선정, 〈땅과 몸 소리의 레시피: 시냅틱 오디세이〉, 2023, 다채널 사운드, 오브제, 프로젝션 맵핑, 싱글채널 비디오, 설치, 환경, 700 x 270 x 370cm ©송은문화재단

이어서, 황선정은 2023년 《제23회 송은미술대상전》애서 선보인 〈땅과 몸 소리의 레시피: 시냅틱 오디세이〉(2023)를 통해 현대의 기술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혼종적 실천에 관한 순환의 메타포로서 중첩된 시-공 환경을 제시했다.
 
이 작업에서 작가는 기계적 시스템과 대비되는 식물 및 균류가 제공하는 치유적 레시피를 탐구하며, ‘먹는 행위’를 통한 인간-기술-자연의 유기적 네트워크와 관계맺음을 제안한다.


황선정, 〈땅과 몸 소리의 레시피: 시냅틱 오디세이〉, 2023, 다채널 사운드, 오브제, 프로젝션 맵핑, 싱글채널 비디오, 설치, 환경, 700 x 270 x 370cm ©송은문화재단

작품의 다채널 환경과 실천적 레시피를 향한 작가의 가이드는 곰팡이의 유기적 시스템, 축적된 자연의 몸과 시간을 불러내면서 미지의 감각을 탐색한다.
 
다양한 기술적 재료들은 레시피를 직조하고 발효되고 인간의 몸은 샤먼적 행위자이자 다감각적 신체-인터페이스가 된다. 이러한 미지의 감각경험과 레시피는 변화하는 기후 속 고도로 가속화된 현대의 속도로부터 해방하려는 의지를 담는다.


황선정, 〈미누이 헤야: 센소탈릭 나선의 춤 000〉, 2024, 2채널 영상, 아두이노, 스피커, 업사이클 플라스틱, LED 등 혼합재료, 110x110x220cm ©LAAF

나아가 작가는 〈미누이 헤야: 센소탈릭 나선의 춤 000〉(2024)에서 샤먼의 몸짓, 기우제, 노동요와 같은 전통적 행위를 모티브로 삼아, 플라스틱과 지의류 같은 물질이 담고 있는 시간성과 감각을 몸의 리듬을 통해 드러낸다.
 
반복과 교차로 이루어진 춤의 구조는 메타볼리즘적 감각, 즉 공생과 순환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만들며, 인간과 비인간, 생명과 물질의 순환에 대해 상기시킨다.


《끝없이 갈라지는 세계의 끝에서》 전시 전경(서울시립미술관, 2024) ©서울시립미술관

2024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단체전 《끝없이 갈라지는 세계의 끝에서》에서 선보인 〈텔루릭 메모리: 따뜻하고 반짝이는〉(2024)은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기술의 통합된 복합계가 어떻게 탄하무 세계에서 감각의 해방과 기억의 재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를 다룬다.
 
사운드 설치, 안무와 디지털 샤먼, 시 등으로 구성된 〈텔루릭 메모리: 따뜻하고 반짝이는〉은 인간과 비인간을 연결하는 공통 감각과 변칙적 존재들을 마주하는 감각적 여정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작품은 탄하무 세계에서 공명하는 따뜻한 감각을 환기하며, 인간과 비인간 간의 감응과 상호작용을 통한 공생과 내재된 기억과 에너지를 공유하는 새로운 에코 시스템을 제안한다.

《지구울림 - 헤르츠앤도우》 전시 전경(북서울미술관, 2025) ©서울시립미술관

이와 같은 리서치 기반의 프로젝트들과 더불어, 황선정은 organic Operators(oOps.50656) 미디어아트 듀오 활동도 함께 하고 있으며, 헤르츠앤도우(Hertz and Dough)로 바이오스피어 리스닝과 스파샬 사운드에 관한 사운드 리서치 랩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지구울림 - 헤르츠앤도우》는 사운드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며, 청취 감각 자체에 대한 연구로써 스스로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헤르츠앤도우(황선정, 문규철, 홍광민)의 신작들을 선보이고 있다.


《지구울림 - 헤르츠앤도우》 전시 전경(북서울미술관, 2025) ©서울시립미술관

기술과 생태, 인간과 비인간, 공간과 환경이 교차하는 소리의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듣고 이해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온 헤르츠앤도우는, 이번 전시에서 연구의 결과물이자 복합적인 청취 구조에 대한 실험적 제안으로서의 작품 〈오디누아 12〉와 〈청각의 지층〉을 소개한다.
 
먼저 〈오디누아 12〉는 7.4.1 채널의 공간 맞춤형 사운드 시스템과 함께 지구가 품는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작가가 이끄는 소리의 경로를 감각하며, 듣는 것을 넘어 시간과 리듬, 관계망의 변화를 신체적으로 감지하게 된다. 곡선을 타고 흐르는 비선형적 사운드의 유기적 움직임 안에서 자연과 공동체, 도시의 리듬을 마치 거대한 청각 생태계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지구울림 - 헤르츠앤도우》 전시 전경(북서울미술관, 2025) ©서울시립미술관

반면 〈청각의 지층〉에서는 관객이 더 능동적으로 소리를 추적하고 관찰할 수 있다. 리서치 과정에서 채집·가공·재구성된 환경 음들은 스피커 모듈과 소리통이 만든 경로를 따라 갖가지 소리의 층을 구성한다. 이것은 단순한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듣는 것, 즉 과거와 현재의 감각이 교차하는 만남을 이루는 것이다.
 
이처럼 황선정은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 자연, 기술 사이의 연결지점을 탐구하고, 이를 어떻게 감각의 차원에서 제안하고 공생의 감각을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해 왔다. 그의 작업은 살아있는 직조물처럼 움직이는 생태계로 확장되며, 인간 중심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세계 내 존재 간의 얽힘을 미래적 인터페이스와 감각-네트워크-환경으로써 경험하고 상상할 수 있게 한다.

 ”도시의 삶은 돈을 모으는 등 수직적으로 쌓아 올리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요. 그런데 균사체처럼 수평으로 뻗어 나가면 우리도 공생하면서 나선이나 원이 되지 않을까요? 앞으로 인간이 기계와 합성되는 사이보그 얘기도 나오니까, 인공지능도 공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거예요.”   (황선정, 서울문화재단 인터뷰 중) 


황선정 작가 ©황선정

황선정은 포스트휴머니즘, 생성적 기술, 생태적 시스템 간의 진화적 관계를 탐구하고 있으며, 현재 베를린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개인전으로는 《지구 울림 - 헤르츠앤도우》(북서울미술관, 서울, 2025), 《Mycelium Movements》(IHAM Gallery, 파리, 2023), 《Tanhamu: 친족의 형성》(공간:일리, 서울, 2022) 등이 있다.
 
또한 작가는 《테라폴리스를 찾아서》(경남도립미술관, 창원, 2025), 《Layered Medium: We are in Open Circuits》(마나랏 알 사디얏, 아부다비, 아랍에미리트, 2025), 《땅거미 지는 시간》(코리아나미술관, 서울, 2025), 타이베이 디지털아트 페스티벌 《Chimera Island 鎧美拉之島》(타이완 컨템포러리 컬처랩, 타이베이, 2024), 《끝없이 갈라지는 세계의 끝에서》(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4)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황선정은 2023년 제23회 송은미술상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되었으며, ISEA 2023 제28회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 및 홍콩 FUTURE TENSE 2023 미디어아트 부문 특별상의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대규모 프로덕션과 안무가, 과학·기술 연구자들과의 협업을 지속하며, 2025 Transmediale 레지던시에 참여하였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