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 space xx

“본다고 하는 것이 보는 사람과 세계와의 상호성을 내포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우리들이 보는 것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내부 속에서 만들어진다.”
1). -존 버거 John Berger


시각적 대상을 인식의 영역으로 이끄는 요건은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식의 주체가 객체를 해석하는 것으로 충족된다. 이에 선행되어야 하는 보는 행위의 기저에는 대상을 인지 가능한 범위에 귀속시키고자 하는 의지와 그에 따른 경험을 축적하려는 시도가 존재하고, 대상이 지닌 특수성은 인간이 지닌 감각 체계를 자극하고 내재된 기억을 상기시켜 인식에 관한 질서를 다양한 방식으로 직조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오제성 개인전 《Playful Sculpture》는 작가가 대상을 인식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창작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유희성에 주목해 이를 확장된 방식으로 실천할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하고자 한다.

오제성은 조소, 도자, 3D 프린팅, 영상 작업을 아우르며 전통적인 조각의 기능과 형식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이를 현대적 재료와 기법으로 융합해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도자의 방법론을 차용한 이번 전시는 전국의 비지정 문화재2) 답사를 통해 발견한 우리나라의 재래 조각의 미학적 가치와 기능, 그리고 내재된 서사를 재해석한 시리즈로 구성하였다. 동양의 ‘사의(寫意)’ 적 개념에서 착안한 작업 방식은 답사를 통해 인식/발견한 대상을 이미지로 기록하되, 기록한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닌 작가가 대상을 보았던 당시의 형상이나 감정에 더 비중을 두며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이미지는 재해석되어 우리나라 재래 조각 특유의 해학적 요소가 강조되고, 동물로 의인화하는 방식으로 확장되어 작업이 지닌 그 어떤 기능보다 유희적 기능을 우위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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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은 작가의 아버지가 과거 전라남도 화순의 ‘운주사’에서 학생들과 경험했던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운주사로 답사를 갔던 작가의 아버지와 학생들은 답사를 마친 후 저녁에는 그곳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고 한다. 작가는 불가능한 당시의 상황을 상상하며 운주사를 답사했고, 이것이 작업의 단초가 되어 결국 아버지의 기억과 작가의 기억의 유비로 구현된 작품으로 이어졌다. 아버지의 경험을 토대로 구성된 서사에 작가가 발견한 무명의 조각들, 그리고 의인화된 동물이 더해진 작품들은 다층적 시공의 레이어를 함축고 있다.

또 다른 전시작 〈INDEX_다보각경도〉(2020)는 서로 다른 두 문화가 수용되고 재해석된 지점에 주목한 작품이다. 서구의 ‘호기심의 캐비닛Cabinet of Curiosities이 청나라에 수입되어 다보각경도(多寶閣景圖)로, 조선에서는 책가도(冊架圖)의 형태로 변형되어 각자의 방식으로 흡수되고 확산된 대상을, 오제성은 또다시 자신의 어법으로 재구성했다. 오늘날 소외된 변두리 조각을 3D 스캔 기술로 재현하고 재현된 조각을 산업용 재료인 프로파일로 제작된 장식장(선반)에 위치시킴으로써, 전통의 개념과 현대 기술의 융합을 실험한다.

다양한 플롯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복합 문화 공간 [The Square]와의 공동 주관으로 [space xx]와 4일의 간격을 두고 개인전 《Joyful Sculpture》를 진행한다. 해당 전시는 장르물 영화의 클리셰cliché를 팝적으로 재해석한 ‘염원의 항아리’(2022) 시리즈로 구성하였다. 

오제성은 이 시리즈에 대해 “초벌 소성 과정에서 하자가 생겨 폐기 직전이거나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게 나온 항아리를 수거하여 항아리의 균열과 부서진 부분은 재벌 소성 이후 수리되어 그 흔적 역시도 작업의 일환이 된다. 항아리 제작자는 협업자로 남으며 버려질 위기의 항아리는 새 생명을 얻는다.”3)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제작 방식은 전통적으로 유지해온 가치 기준을 제거하고 항아리 제작자와 오제성 모두 합리적으로 매체(항아리)를 재전유함으로써 작품의 가치를 재위치시킨다.

오제성이 제시하는 조각에서 유희가 발생하는 순간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조각을 찾아 나서는 여정 속에서(답사). 둘째, 조각 재료를 이용하여 직접 작품을 만들 때(제작). 셋째, 조각을 마주하고 감각할 때(감상)이다. 작가는 비지정 문화재에 관한 답사를 통해 무명의 재래 조각을 발견하고, 인식된 이미지의 서사를 좇으며 그들이 동시대에서 어떤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 이를 작업으로 실행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또한 그 과정에서 발생한 유희적 상황을 동시대적 문법으로 재해석해 다층적 시공간이 교차하는 지점을 찾는 시도를 한다. 이번 전시 《Playful Sculpture》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유희성은 충족되었다. 세 번째는 오로지 감상자의 몫이다. 보는 행위(감상)를 통해 오제성이 설계한 유희가 발생하는 순간을 자신에게 투영해 보자.



1) 존 버거, 『이미지』, 시각과 미디어 편집부 옮김, (서울: 동문선, 2022), 303
2) 문화재보호법 또는 시·도의 조례에 의하여 지정되지 아니한 문화재 중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재를 지칭한다. (“문화유산 지식e음”,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2023년 8월 10일 접속, https://www.heritage.go.kr/heri/html/HtmlPage.do?pg=/cul/cultureEasySub01_01.jsp&pageNo=1_4_1_0#.) 
3) 오제성 작가의 2013-2022 포트폴리오 일부 참조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