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The Flat》 ©Incheon Art Platform

현대 회화는 형식과 내용의 새로운 기법을 모색하기 보다는 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통하여 동시대성을 획득해 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통 회화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메타 비평적 시각을 통하여 새로운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회화들을 보면 19세기 이전의 방식을 아직도 답습하고 있거나 서구 유명 작가들의 동시대 회화를 주체적 시각 없이 모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선희의 《The Flat》전 은 동시대 회화에 대응하는 한 작가의 시선을 잘 보여주고 있다.

Installation view of 《The Flat》 ©Incheon Art Platform

임선희는 대상의 외관에 대한 객관적 재현을 없애려는 노력으로 시작된 회화, 즉 세잔 이후에 등 장한 평면성의 문제를 현대 회화의 흐름 속에서 다시 고찰하고자 한다.

그에게 있어서의 평면성은 원근법에 의한 공간의 환영이 아니라 색채와 색채 사이의 공간을 통하여 드러나는 밀도와 레이어가 그것을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즉 ‘색채(color)’와 ‘붓질(brush stroke)’을 통하여 대상에 대한 형태를 묘사하기 보다는 그것을 이루는 조형요소 자체를 더욱 부각시킴으로써 대상의 존재감을 놓지 않으면서도 이를 바라보는 주체의 시각을 화면에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책이 있는 정물〉, 2015, Oil on canvas, 71.5 x 102 cm ©Artist

또한 작가는 형태의 윤곽선이나 그림자보다는 색채의 미묘한 단계적 변화를 통하여 조형을 구축해 감으로써 이차원적 평면의 진정한 리얼리티를 획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책이 있는 정물〉에 등장하는 책상과 컵 등의 구상적 형태들은 2차원적 평면의 본질을 보여주기 위한 매개에 불과하며, 재현이나 묘사가 아니라 기성 작가의 기법을 전용(appropriation)하여 재배치시킴으로써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세기 이후 진행된 근현대 회화의 주요 주제였던 평면성과 순수성의 문제를 한국 동시대 미술의 상황에서 되돌아본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으며, 현대 회화에 대한 메타 비평적 시각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엿볼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전시라 할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