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장의
복음이 들리십니까
그야말로 1인 미디어의 시대, 이제 BJ나
유튜버는 버젓한 하나의 직업일 뿐 아니라, 초등생부터 할머니까지 모두 꿈꿔보는 스타의 길, 부와 신분 상승의 초고속 엘리베이터다.
맛집, 요리, 여행, 시사, 교양, 강좌, ASMR까지
인터넷 방송은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고 파급력 있는 문화의 배움터이자 유행의 집결지로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 방송은 이제까지 '공신력'이라는 간판 아래 군림해온
지상파 방송이나 국가/사회적 공보의 일방향성 정보가 아니라 다른 저마다의 필요와 취향, 요구에 따라 정보를 발신하고 수신하는 자유로운 상호 소통의 플랫폼이다.
하지만
그 플랫폼의 현실 한편에는 아무도 보지 않는 수많은 정보들이 양산되고, 많은 가짜 뉴스가 넘쳐나고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자극적인 이미지와 정보들, 소문, 음모론, 종말론, 사이비 과학이 판을 친다.
인터넷
방송은 인류 역사상 어떤 다른 매체보다 이러한 허구들이 총천연색 마케팅 포장지와 만나 거대한 시너지를 일으키는 마법의 전장이 되었다.
체리
장은 〈CHERRY BOMB〉(2018)이라는 영상작업으로
미술 전시장에서 먼저 유명세를 탔지만, 아프리카TV, 유튜브
그리고 비메오와 같은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에서 '체리 TV'라는
채널로도 누구나 만나볼 수 있다.
미술작가
류성실이 수행하고 있는 작업은 이렇게 1인 미디어의 생산자(BJ ,
스트리머, 유튜버 등으로 불리는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생산 방식을 패러디하는 일이자, 이를 둘러싼 동시대인들의 소비,
믿음, 감수성을 노이즈로 재생하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체리 장은 가짜 정보와 사기성 짙은 온라인 마케팅 산업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다.
〈CHERRY BOMB〉에서 그녀는 북한이 남한을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했다고 공표하며 천국 시민권을 위한
입금을 종용한다. 상황의 긴박함을 알리는 정신 사나운 경고음과 함께 모니터에는 많은 자료들이 떠다니고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과도한
자막과 영상 클립, 진위와 출처가 빈약한 채 굉장한 증거라도 되는 양 여기저기 뜨는 자료화면 등은 가짜
뉴스들로 유통되는 영상들의 특징을 과잉적으로 재현한다.
꿈에서
숫자를 받아 북한의 난수 방송을 해독하고 핵미사일이 떨어질 위치를 풍수지리적으로 분석했다는 체리장의 블랙코미디는 그야말로 실소를 자아낸다.
굉장히
허구적으로 보이지만 이는 실제로 인터넷에서 떠돌았던 루머와 종말론의 유행을 모방한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음모론, 종말론을 단순히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논리들과 교묘하게 얽혀있는 신자유주의적 욕망과
전략을 드러낸다. '세 가지 원칙', '비법'과 같은 마케팅의 만능 어법이 체리장의 선의와 인류애를 힘입어 복음처럼 전파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