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l you Marry Me》 전시 전경 (Subtitled NYC, 2025) ©오가영

한때 익숙한 형태를 암시하던 형상들이 잘리고, 납작해지고, 꿰매어진 후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다시 등장한다. 개의 주둥이, 젤리 곰, 혹은 미소와 당황 사이에서 포착된 얼굴처럼 기이한 형상으로 변모한다. 오가영의 최신 연작 ‘Unpleasant Episodes’에서 유머, 저항,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가슴과 유두를 엮어내고 있다. 오가영에게 신체는 친밀함과 투영이 교차하는 장소로, 개인적 경험뿐만 아니라 외부의 시선에 의해 형성된다. 특히 여성의 가슴과 유두는 특정 조건에서는 아름다움이나 욕망의 상징으로 찬양받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외설적이라며 가려야 하거나 납작하게 해야 하는 이중 잣대에 놓인다. 오가영은 이러한 모순을 둥글게 돌출된 곡선들을 분절하고 재조립함으로써 직면한다. 이를 통해 여성의 신체가 지나치게 가시화되면서도 동시에 간과되는 양상을 강조한다.

자신의 신체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오가영은 의도적으로 스스로를 대상화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포르노그래픽 이미지에서의 자기 노출과 비교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오가영의 작업은 단순히 소비를 위한 이미지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신체를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규제하는 문화적 메커니즘을 문제 삼는다. 그의 주요 작업 방식은 디지털 콜라주이다. 여러 이미지를 겹치고 혼합하여 가슴과 유두를 해체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신체가 어떻게 납작해지고 코드화되어 객체나 상징으로 전환되는지를 드러낸다. 한 맥락에서는 감각적이거나 모성적으로 보일 수 있는 형상이 여기에서는 전혀 다른 것으로 변모하여, 기존의 연관성을 끊어내며 기괴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자리잡는다.

《Will you Marry Me》 전시 전경 (Subtitled NYC, 2025) ©오가영

이러한 긴장감은 문화적으로 의미가 부여된 요소들을 활용하면서 더욱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오가영은 직접 그린 ‘김치’ 또는 ‘걸레’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한국의 성별화된 담론 속에서 여성의 물질적이거나 문란한 특성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멸적 표현들이다. 오가영은 이러한 비하적 단어들을 우스꽝스럽거나 우스운 형태로 재구성함으로써, 여성의 신체에 부과된 이중 기준을 비판하고 그 고착성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가슴과 유두의 파편들, 그리고 원래 여성을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이미지로 규정하려 했던 비맥락적 상징들이, 이제는 그 시선을 거부하며 불순하고 거침없는 존재로 드러난다. 이러한 파편화와 재구성의 행위는 문자 그대로이자 개념적으로도 사회적 구성의 부조리함을 강조한다.

오가영은 작품의 물질성 자체를 적극적으로 탐구함으로써 이러한 비판을 한층 심화한다. 그는 오랫동안 사진 이미지뿐만 아니라 그것을 지탱하는 기술적 구조—표면, 프레임, 물리적 구현—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번 연작에서는 실크와 흙이라는 물질을 주요 재료로 사용하여 이러한 실험을 확장한다. 실크의 반투명성은 가림과 드러냄 사이의 긴장을 환기하며, 신체가 어떻게 인식되고 투영되는지를 반영한다. 한편 흙은 촉각적이면서도 상징적 요소로, 곡선을 만들고 형태를 이루는 유동성을 가지며, 그 본질적 불안정성은 디지털 콜라주의 성질과도 닮아 있다. 이러한 재료들은 신체 이미지의 해체와 재구성이라는 주제를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오가영, 〈Hug me〉, 2025, 《Will you Marry Me》 전시 전경 (Subtitled NYC, 2025) ©오가영

《Will you Marry Me?》는 단순히 여성 신체나 그 시각적 표현을 다시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넘어, 신체를 바라보는 틀 자체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만약 가슴과 유두가 미적, 욕망적, 혹은 수치심을 유발하는 문화적 스크립트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저 우스꽝스럽고 장난스럽지만, 쉽게 이해하거나 소비하기 어려운 형태로 변한다면? 이 해체와 저항의 공간에서 오가영의 작품들은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응집되거나 소비될 수 없는 형태로 남아, 관람자로 하여금 그 거부감을 직면하게 한다. 그리고 묻는다: 신체가 단순히 대상화에서 해방되는 것뿐 아니라, 이해될 필요조차 없는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면 어떨까?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