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ed》 전시 전경(N/A, 2020) ©N/A

본다는 행위에 관한 탐구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다. 본다는 것은 인간에게 단순히 물체를 관찰하는 것을 넘어 분별하고, 이해하는 것이며 이 과정을 통해 의미가 생기는 체험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무수히 많은 이미지의 생산과 소비 속에서 '본다는 행위'는 본질이 이해되기 전에 감각적으로 빠르게 흡수되어버리는 단축된 과정을 가진다. 고성능 디지털카메라는 초당 10장 이상의 사진을 빠르게 촬영할 수 있으며 매크로 렌즈는 인간의 눈보다 더 선명한 관찰을 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에, 사진을 통한 경험은 실제 눈으로 할 수 있는 시각적 경험을 압도하고 눈은 점점 시각재현 장치에 의존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구기정 작가가 《Defaulted》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풍경은 자연이 형성한 모습보다는 인간의 분별과 이해가 뒤섞인 경험적 풍경의 재현에 가깝다. 그는 오늘날 자연적 모습이 가진 다양한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눈으로는 쉽게 확인할 수 없는 디지털 이미지 세계의 기본 설정에 관여하는 장치를 드러내는 것이 디지털 사진이 취해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구기정, 〈물은 투명하다〉, 2020, 《Defaulted》 전시 전경(N/A, 2020) ©구기정

작가는 2차원 이미지의 결점을 주변 이미지 데이터를 이용해 부드럽게 없애주는 Content-Aware Fill 기술과 3차원 모델을 렌더링할 때 물체의 높낮이를 흔들어 질감을 만들어내는 Bump mapping 기술등을 이용하여 기술이 개입되고 있는 세상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볼 수 있는 영상은 투명한 표면을 바라보며 그 속 세상에 관하여 서술하는 내용의 작업이며, 전시장 위층에 월페이퍼, 액자를 통해 설치되어있는 작업은 이미지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중첩하여 디지털적으로 보이는 사진, 혹은 사진 같이 제작된 그래픽 이미지 작업이며 기술을 통하여 복잡하게 증강된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