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찬경 형제 감독의 단편 〈파란만장〉이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곰상을 받았다.

19일(현지시간) 베를린영화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파란만장〉은 25편이 오른 이 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을 받았다. 〈파란만장〉은 박찬욱 감독과 그의 동생이자 미디어아티스트로 유명한 박찬경 감독이 처음으로 함께 작업한 작품이다. 한밤중 강가에서 낚시를 하던 남자(오광록)가 물고기 대신 소복 입은 여자(이정현)를 낚아 올리면서 겪는 공포와 환상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모든 장면을 아이폰 카메라로 촬영했으며, 아이폰 촬영 영화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극장에서 개봉하기도 했다.

차기작 제작을 위해 미국에 머물고 있는 박찬욱 감독은 “이번 베를린영화제 수상이 앞으로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적인 작품이 더욱 많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배우 오광록·이정현씨와 시상식에 참석한 박찬경 감독은 “예상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관심과 지지에 가슴이 벅차며 이번 영화의 탄생에 함께한 모든 분들과 수상의 영광을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이폰으로 촬영한 영화 〈파란만장〉이 19일(현지시간)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단편부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황금곰 트로피를 들고 있는 박찬경 감독.  ©AP연합뉴스

2위에 해당하는 단편 부문 심사위원대상(은곰상) 역시 한국영화 〈부서진 밤〉(감독 양효주)에 돌아갔다. 자동차 보험사기로 연명하는 남자를 그린 이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여 선재상을 받기도 했다.

본상인 장편 경쟁 부문에서는 이란 영화 〈나데르와 시민:이별〉(감독 아시가르 파르하디)이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과 남녀 배우상을 휩쓸었다. 법원이 나데르, 시민 부부의 이혼을 불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이란 사회의 계층 갈등, 종교적 보수주의, 사법 체계의 문제점을 다룬다. 배우상은 출연한 남녀 배우 전원이 공동 수상했는데, 한 영화가 작품상과 배우상을 독식한 건 이례적이다.

파르하디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내가 자랐고 역사를 배운 내 나라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며 “위대하고 인내심 있고 좋은 사람인 자파르 파나히를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는 반체제 활동을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으며, 향후 20년간 영화 제작, 시나리오 집필, 언론 인터뷰, 해외여행 등을 금지 당했다. 배우 이사벨라 로셀리니가 심사위원장이었던 올해 베를린영화제는 이번 시상 결과를 통해 파나히에 대한 이란 당국의 탄압에 대해 항의 표시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나데르와 시민:이별〉은 정치적일 뿐 아니라 미학적으로도 빼어난 작품이라는 것이 외신들의 평가다.

심사위원대상은 헝가리의 명장 벨라 타르의 〈토리노의 말〉이 받았다. 현빈·임수정씨가 주연한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감독 이윤기)는 16편이 오른 장편 경쟁 부문에 포함됐지만 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