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Photo © Yunchul Kim

"과학과 예술은 서로 다른 게 아닙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반 과학자이자 반 예술인이었지요."

세계 최대 입자물리학연구소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콜라이드상'(COLLIDE International Award) 수상자로 선정된 김윤철(46) 작가는 26일 서울 종로구의 작업실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제가 보는 방식과는 또 다르게 세계를 바라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우주를 탐구하고자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콜라이드상은 매년 과학과의 융합을 시도하는 예술가 한 명에게 주어진다. 수상자는 3개월간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연구소 등지에 머물며 과학자들과 교류할 기회를 얻고 상금도 받는다.
 
김 작가의 기대는 그동안 보여준 작품 활동을 보면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는 특정 물질을 발명하거나 장치를 개발하는 실험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품 활동을 해 왔다.

특히 작품을 살펴보면 그가 새로운 물질과 유체역학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스스로 자신의 활동에 대해 "예술과 과학의 중간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Yunchul Kim, Effluge, 2012-2014 © Yunchul Kim

청계천 대림상가에 있는 그의 스튜디오 역시 예술가의 작업실이라기보다는 화학실험실에 더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작업대 위에는 각종 실험 도구가 놓여 있고, 벽에는 기계 장치 설계도 같은 그림이 붙어 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드러나는 세계가 아니라 그 근원인 재료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작곡을 전공한 배경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바흐의 평균율에서 볼 수 있듯 작곡에 수학이나 과학적 요소가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작곡을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우연히 학과를 정하지 않고 여러 학문을 넘나들며 배우는 초학제간 과정에 등록하면서 그는 음악에서 미술로 전향하게 된다.

그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돌이나 나무를 조각하는 전통적인 작업 대신 재료의 물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는 "멈춰진 세계가 아니라 흐르고, 출렁이며, 움직이는 그런 실제 사건이 일어나는 현상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언뜻 예술과 대척점에 있는 듯한 과학을 작품 세계에 접목한 것도 이런 현상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재료를 보고 있으면 그 안에 엄청난 세계가 숨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에 쓰인 재료들을 통해 그 안의 세계가 시간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나만의 재료'를 사용하려다 보니 재료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필요했다.

학창 시절 과학을 멀리했지만 개성 있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에 과학 학술지와 논문까지 탐독하게 됐다. 다행히 작곡에도 과학적인 요소가 많이 있어서 생각처럼 낯설지는 않았다고 김 작가는 덧붙였다.

김 작가는 "10년 전 물질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결국 이 작업을 위해서는 과학적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만의 색을 내거나 질감을 살리는 노하우도 생겼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특정 물질로 가공 처리한 쇳가루를 자석으로 움직여 패턴을 만들거나 외계 물질 같은 원료를 그가 고안한 장치 안에서 흐르고, 고이고, 뭉치도록 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SF영화를 연상케 할 만큼 독특하다.

과학과 예술의 접목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관객들도 정작 자신의 작품을 보면 그 둘이 별개의 것이 아님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낭만주의 시인이 수학을 공부하는 등 예술은 항상 다른 학문과 피드백을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어떤 예술가나 다 상상을 한다. 수묵화로 난을 치는 분도 우주적인 생각을 작품에 담는다. 다만 표면적으로 이를 드러내느냐 아니냐의 문제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경우 이런 예술적 표현이 재료와 질료에서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콜라이드상 수상을 계기로 이런 작업을 더 깊이 있게 파고들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콜라이드상 심사위원단 역시 김 작가의 수상 사실을 발표하면서 "김 작가는 경험적인 것과 개념적인 것 사이의 격차를 탐구하는 데 놀라운 능력을 보여줬다"면서 "그의 창조적 제안이 과학자들의 연구방식에도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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