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택, 〈망각기계 I_황호걸〉, 2008 ©노순택

학고재 갤러리는 5월 4일부터 6월 10일까지 노순택의 개인전 《망각기계》를 개최한다. 학고재 갤러리 신관에 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2005년 5.18기념재단에서 추진한 ‘5.18기념공간’에 관한 사진작업자 공모에 선정된 일을 계기로 6년 남짓한 시간 동안 꾸준히 촬영한 광주 관련 작업 60여점을 선보인다.

망월동의 옛 묘지 와 그 곳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 훼손되어가는 영정사진들을 비롯하여 오월광주 이후 ‘살아남은 자’들의 풍경, 오월광주와 직간접적으로 관계있는 장소와 사물들, 화순 운주사의 미륵불 등에 대한 작업을 만날 수 있다. 분단의 현재성에 관해 꾸준히 작업하고 있는 노순택에게 오월광주는 분단역사의 분수령과도 같다. 광주민주화 항쟁과 이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 현상들이야말로 한국전쟁과 분단이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3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광주항쟁은 어느덧 공식 역사에 편입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삶 속에서 무엇인가는 잊혀지고, 왜곡되고, 알맹이는 사라진 채 껍데기만 남아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노순택은 《망각기계》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오월광주를 기억한다는 것이 무엇이고, 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그 기억과 망각이 어떤 풍경으로 펼쳐지고 있는지 질문한다.

또한, 여전히 한국사 회를 지배하는 국가의 폭력성을 마주하면서 오월광주의 희생에 빚지고 있는 한국사회가 망자 앞에서 떳떳할 만큼 민주적 성취를 이루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것을 제안한다. 작가는 전시와 함께, 미전시 작품들도 폭넓게 담은 사진집 『망각기계』(청어람미디어)를 출간하여 광주의 기억과 망각, 그 불편하고 서늘한 풍경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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