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코스믹 조크》, 2018.08.30 – 2018.10.14, 아트스페이스 풀
2018.08.28
아트스페이스 풀

노재운, <지팡이>, 2014 ⓒ 아트 스페이스 풀
노재운
개인전 《코스믹조크 Cosmic Joke》가 서울 종로 세검정 아트 스페이스 풀에서 8월30일부터 10월14일까지 열린다.
‘코스믹
조크(cosmic jokes)’는 문학이나 영화의 한 장르인 ‘코스믹 호러(cosmic horror)’를 참고하여 작가가 만든 말이다. ‘코스믹
호러’에서 공포의 대상은 상식적으로 가늠하고 대처할 수 있는 범위를 초월하기에, 인간은 완전히 무력한
상태에서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노재운은 ‘코스믹 조크’라는 장르가
있다면 어떤 것일지 묻는다. 세계의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무력해진 인간의 웃음은 자조적이고 허탈한것일까, 아니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것일까? 이 전시의 작품들은 관객들을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노재운, <요한에게-사이버스페이스 독립 선언문>, 2018 ⓒ 아트 스페이스 풀
노재운은
영화사를 무한히 이미지를 길어낼 수 있는 ‘기억의 우주’로 보고, 거기서 대사나 노래,이미지 읽기 방식, 특정 주체(여성이나
영매)의 목소리 등을 발췌해 왔다. 예를 들어 ‘프레임 사이즈’
시리즈는 영화사에 존재했던 다양한 화면 비율로 된 평면들로 공간을 구성하는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화면비를 20세기 아방가르드 음악의 그래픽 악보와 결합한 작품(‘주피터’), 한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스타그램’)의 확산으로 점점 더 압도적이 되어가는 정사각형 프레임 안에20세기
이미지들을 넣는 작업(‘인시네마그램’)을 선보인다. 또 전시장의 일부 가벽도 영화사에 존재했던 화면 비율로 만들었다.
그러나
작가는 넘쳐나는 재현 미디어와 가상 이미지의 세계를 막연히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증식하는 현상을 일종의 분열로 본다. 특히 가상 세계가 확장되면서 점점 더 물리적 신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을 예의주시한다. 가령 작가에게 영화의 특수효과(VFX)를 대변하는 지팡이는 전능한
‘매직 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세계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보게 하는 ‘멈춤’의 장치처럼 배치된다. 또
가상 이미지의 풍경이 확장될수록 신체의 역할이 사라지는 상황에 주목해서, 뇌를사라지게 하는 풍경을 그리기도
한다(‘뇌사경(腦死景)’).
이번
개인전에서는 노재운의 텍스트 기반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려 한다. 작가가 ‘메타그라피’라고 이름
붙인 텍스트 조각인 ‘죽지 않고 살겠다’나 기술낙관론적 관점에서 인류사의 분기점으로 예측하는 해(2045년)의 달력(‘특이점 달력’) 등이
대표적인 예다. 영상 ‘요한에게’는 여러 가져온 이미지(구글어스, 영화사의 장면들, 우주, 남한과
북한의 영화 등)에 일찍이 사이버 세계의 진행방향에 대해 경고한 존 페리 발로(John Perry Barlow)의 ‘사이버네틱스 독립 선언문’(1996)을
내레이션으로 입힌 것이다. 특히 노재운이 그동안 써온 글을 모은 책 ‘코스믹 조크’는 그의 독특한 우주론을
좀 더 선명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텍스트 작업들은 기존의 이미지 작업에 대한 주석이라기보다는, 그의 우주에 또 하나의 언어적 이미지를 더하는 역할, 그 구조를드러내는
다이어그램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