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SITE》, 2015.12.18 - 2016.02.03, BMW포토스페이스
2015.12.16
BMW포토스페이스

《SITE》 전시전경 © BMW포토스페이스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BMW Photo Space는 고은사진미술관이 후원하고, BMW 동성모터스에서 운영하는 사진전문갤러리로서 다양한 국내외 기획전시를 통해 한국사진의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올해 1월 개관하였다. BMW Photo Space는 한국의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靑사진 신진작가 지원 프로젝트’와 해외의 새로운 사진경향을 소개하는 ‘해외 신진작가 교류전’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시를 기획해 나갈 예정이다.
‘靑사진’은 우리 사진계의 신진작가 군群을 소개함으로써 한국사진의 미래를 보여주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청사진'은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열정과 실력을 갖춘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한국사진계의 중심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이는 고은사진미술관과의 유기적인 연계와 해외교류를 통해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BMW Photo Space에서는 2015년 다섯 번째 靑사진 프로젝트로 정지현의 《SITE》를 12월 18일부터 2016년 2월 3일까지 선보인다. 정지현은 동시대 주거형태의 표상인 아파트를 통해, 인간의 삶과 가장 밀접한 주거공간이 소멸, 생성되는 과정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아파트 재개발 현장을 대상으로 하는 정지현의 작업은 대상에 대한 태도에 따라 각 시리즈로 나누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때 태도는 대상에 대한 개입으로서 작업 전개의 핵심이 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특성이 두드러지는 〈Apartment〉(2005-6), 〈Construction Site〉(2012), 〈Demolition Site〉(2014), 신작 〈Reconstruction Site〉(2015)로 구성된다.
정지현은 아파트 재개발 현장을 새로운 도시의 완공 과정에 만들어지는 공백의 시간이라고 정의한다.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그 시간은 도시의 목적에 의해 철거되고 건설되는 도시 순환구조가 압축된 시공간이다. 그와 동시에 존재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개인적 경험과 기억이 반영된 주거공간의 상실이기도 하다. 이 공간 안에서 정지현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촬영 대상에 개입하고 그 흔적을 기록한다. 개입과 기록은 단절된 시간을 채우고 잇는 행위이자 비어버린 공간에 삶과 목적을 부여하는 행위가 된다. 각 시리즈는 개입방식의 적극성에 따라 단계적인 차이를 보이며, 는 각 네 가지의 시리즈를 통해 대상에 대한 개입 태도의 변화에 주목한다.
철거를 앞둔 1세대 아파트를 기록한 〈Apartment〉(2005-6)는 촬영 대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지만 사진적 행위를 통해 대상에 대한 개입을 시도한 첫 작업이다. 이 시도는 아파트 건설현장을 촬영한 〈Construction Site〉(2012)에서 공사장 안의 사물들을 소극적으로 재배치하고 촬영하는 첫 물리적 개입으로 이어진다.
이후 〈Demolition Site〉(2014)는 특정한 한 공간을 붉은색 페인트로 칠하고 철거 후 그 흔적을 추적하는 적극적인 개입으로 발전한다. 이 지점에서 정지현의 사진은 재현적 도구로서의 성격에 연극성이 더해진 매체로 변화한다. 페인트칠을 통한 공간 설정은 〈Reconstruction Site〉(2015)에서 연속된 공간으로 확대되어 새로운 형태의 건물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변형된 건물은 그 주변 환경과 함께 구성되어 또 다른 가변적 풍경을 완성시킨다.
정지현의 작업은 공통된 대상의 이면에 대한 개입이라는 또 다른 공통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 요소는 작업의 단계적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한편 사진에 대한 매체적 입장을 변화시키는 이중적인 기능을 가진다. 이러한 부분은 도시 재개발 현장을 다룬 여느 작업들과는 다른 독창성을 가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정지현은 세상을 사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사회적 현상 안에 스스로가 개입함으로써 새로운 시점을 제시한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사진의 재현과 비재현 영역을 함께 아우르며, 동시대 사진의 매체적 접근 방식에 있어 또 다른 형태와 한국 사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