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iting for Screening by Jina Park ©Khan

‘2010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후보 3인인 박진아·배종헌·양아치 작가의 전시가 서울 신사동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9월19일까지 열린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은 에르메스코리아가 에르메스재단의 후원을 받아 제정한 것으로, 매년 국내 미술작가 중 3명을 선정해 작품제작 및 전시를 지원하고 최종 수상자에게 상패와 상금을 수여한다. 오는 9월2일 최종 수상자를 결정하지만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후보 3인의 신작을 전시하는 독특한 방식을 갖고 있다.

박이소·서도호·박찬경·임민욱 등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쟁쟁한 작가들이 거쳐간 상으로, 올해에는 개성이 완전히 다른 세 작가의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다.

회화작가로는 처음으로 후보에 오른 박진아(36)는 평소 스냅사진으로 찍어뒀던 장면을 회화로 재구성한 작품 8점을 선보인다. 전시된 작품 대부분은 미술관 속에서 작품 설치, 조명 조절, 청소 등의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평범한 일상을 옮긴 듯한 이 작품들은 그러나 어딘가 서늘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풍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그림은 빛이 뭉쳐 있는 듯 추상적으로 그려져 있고 작품 속 비어있는 공간은 진한 붉은색이나 노란색 등으로 채워져, 단순하지만 강한 느낌을 뿜어낸다.

작가는 “사진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인공조명으로 인해 서늘하게 느껴지는 미술관의 분위기 등 나만의 느낌과 상상력을 가미해 새로운 감각으로 재구성했다”며 “추상적인 요소를 넣거나 비어있는 공간을 크게 표현하고, 색깔을 강조하면서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전시장 속에서 그림이나 특정 상황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 그렸는데, 그들이 바라보는 대상 자체보다는 멍한 듯한 상태에서 짧은 순간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내가 좋아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배종헌(41)은 자연현상이라기보다 사회현상이자 문화현상이 돼버린 기후와 환경문제에 작가의 구체적인 경험과 일상을 녹여 표현해낸 작품을 선보였다. 영상작품 ‘우리집 일기예보’는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황사,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 등을 측정하며 마을 일기예보에서 더 나아가 ‘우리집 일기예보’를 하는 작가의 모습을 담고 있다. 500개의 나무상자를 이용한 설치작품 ‘기후의 원천-콜로세움’은 각각의 나무상자에 자연과 관련된 단어가 들어간 선크림, 선캡, 유기농 과자 등 생활 제품들을 넣었다. 또 이 안에는 마스크, 모자, 팔가리개 등 햇빛 차단 제품을 착용해 마치 외계인처럼 보이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영상작품도 함께 설치돼 있다. 노예들이 싸우는 곳이었던 콜로세움에서 딴 이 작품에는 사람들이 쉽게 사고 쓰고 버리는 상품들이 서로 싸우는 것처럼 느껴지는 작가의 느낌이 반영돼 있다. 배종헌은 “개인적으로 자연은 즐겁고 행복한 곳”이지만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고, 자연을 망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했다”고 전했다.

올해 아시아 현대미술상 후보에도 올랐던 미디어아트 작가 양아치(40)는 영상, 사진, 사운드 설치 작업 등 총 6점으로 구성된 작품 ‘밝은 비둘기 현숙씨’를 선보인다. 이 시리즈의 중심작품은 비둘기가 된 현숙씨의 시선과 현숙씨를 관찰하는 CCTV의 시선으로 제작된 영상작품 두 점이다. 비둘기 현숙씨는 자신의 집인 부암동에서 도산공원 근처의 에르메스를 오가는 도중 미술작가, 학생, 무용수 등 6명과 빙의를 경험하며 장소에 따라 각기 다른 사람이 된다. 작가는 “비둘기의 시점과 CCTV의 시점을 보여주면서 폭넓은 시각으로 대상을 보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비둘기 현숙씨는 작품 마지막에 ‘모든 세상은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잠에서 깨어나는 주문인 ‘레드선’이라는 자막으로 영상이 끝나면서 세상이 아름답다는 생각 또한 허상이라는 의미를 작품은 담고 있다”고 말했다.

References